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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로봇이 뚜벅뚜벅 걸었다. 육중한 몸을 옮기기 힘들다는 듯 몇 걸음 옮기지 않아 멈춰 섰다. 고개를 하늘 높이 들었다. 코를 구부리며 “꾸오오오~.” 하고 울었다. 바짝 붙어 구경하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코를 어떻게 구부리는지, 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질문이 쏟아졌다.
한쪽 바닥에는 ‘탱크봇’이 막 임무를 완수하려는 참이었다. “육각형으로 움직여라”는 명령을 받은 탱크봇은 정확한 거리를 움직인 뒤, 절도 있는 동작으로 몸을 틀었다. 아이들은 바닥에 엎드려 로봇 주변으로 이리저리 손과 발을 대보며 센서를 찾기도 했다.
6월 19일, ‘레고 마인드스톰 에듀케이션 EV3’가 국내에 처음 공개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현장이다. 어린 관람객들은 ‘내 맘대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로봇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미션! 모터 하나로 걷는 코끼리를 만들어라”
로봇의 수준이나 속도는 로봇 두뇌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명령어를 고르고 명령어를 서로 어떻게 연결할지가 로봇공학자의 아이디어고 실력이다.
마인드스톰을 이용하면 ‘나무’에 해당하는 복잡한 명령어를 일일이 알지 못해도 된다. 전체 ‘숲’인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떤 경로로 명령어를 연결할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마인드스톰은 각 명령어를 아이콘으로 연결하는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방식이기 때문이다. ‘흰 선
찾기’ ‘직진’ ‘정지’ 아이콘을 순서대로 하나씩 끌어다 놓으면 원하는 명령이 완성된다. 로봇 공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수십만 줄에 이르는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간편한 방법이다. 그만큼 청소년들도 쓰기 쉽다는 얘기다. 마인드스톰 프로그램은 실제 화성 무인탐사 로봇에 사용된 ‘랩뷰’라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완성한 프로그램은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무선통신으로 로봇에 전송한다. 아이들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서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
마인드스톰에는 모터, 타이어, 기어, 톱니바퀴처럼 일상에서 접하는 기계 부품이 들어있다. 이런 부품을 가지고 기계공학적인 설계 문제에 도전할 수 있다. 마인드스톰에 들어있는 모터는 총 세 개. 만약 모터 세 개 만으로 걷고 코를 움직이며 소리도 내는 코끼리를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걷는 로봇을 만들려면 각 다리마다 모터가 하나씩 필요하다. 관절의 움직임이 중요하면 각 관절에도 모터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모터와 다리 사이에 뼈대, 톱니바퀴, 회전체 같은 다양한 구조를 연결하면 모터 한 개만으로 네 발로 걷는 코끼리를 만들 수 있다.
계단을 올라가는 로봇을 만들 때도 크기가 다른 모터를 같은 속도로 움직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로 다른 기어비를 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못하면 바퀴 속도가 느린 쪽으로 로봇이 회전해 계단을 오르는 데 실패한다. 아이들은 이런 로봇 구조와 기능을 상상하고 직접 만들면서 기계공학의 한 분야인 ‘기구학’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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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센서로 피하고, 자이로센서로 오른다
마인드스톰에 포함된 각종 센서를 활용하면 실제 자동차나 코끼리처럼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자동차에 광센서나 컬러센서를 달면 색에 따라 빛이 반사되는 정도를 감지해 원하는 색깔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 초음파센서나 터치센서를 달면 코끼리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방향을 바꾸고 코를 재빨리 접게 만들 수도 있다.
EV3에 새로 추가된 ‘자이로센서’는 물체가 회전할 때 회전 각도와 각속도를 계산한다. 자이로센서가 달린 ‘탱크봇’은 몸체가 회전하는 각도를 읽어 삼각형이나 육각형 같은 여러 경로를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다. 로봇이 계단을 오르다가 기우뚱거리면 순간적으로 기울어지는 각속도를 계산한 뒤, 그보다 빨리 모터를 회전시켜 중심을 잡는다.
다양한 센서를 잘 활용하면 그 자체로 작은 과학 실험실이 된다. 녹는점을 알기 위해 온도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과를 바로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실험장비를 일일이 구하지 않아도 된다.
마인드스톰은 교육용 도구답게 교사를 위한 학습 지도안과 학생을 위한 48개의 자습서를 제공한다. 학생이 직접 로봇을 디자인하고 실험한 내용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공유할 수도 있다. 교사는 수업 내용을 직접 만들어 스팀(STEAM)교육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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