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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반점이 모여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이 이미지는 사상 처음으로 완성된 성체 초파리의 뇌 지도다. 14만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와 5000만 개 이상의 신경세포 연결 부위(시냅스)를 수록했다. 10월 2일, 승현준(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말라 머시 프린스턴대 교수와 이들이 주도한 과학자 및 시민과학자 그룹인 ‘플라이와이어(FlyWire) 컨소시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관련 연구 결과를 9개의 논문으로 정리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86-024-07558-y 생물 성체 뇌의 전체 신경세포를 나타낸 지도가 완성된 건 1986년 예쁜꼬마선충의 뇌 지도가 나온 뒤로 처음이다.
초파리 뇌 지도는 수많은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인의 협력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뇌 지도를 그리기 위한 출발점은 초파리 뇌의 전자현미경 이미지였다. 2018년 데이비 보크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초파리 뇌를 40~5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두께의 7062조각으로 절단한 뒤 흑백 이미지 2100만 장을 촬영했다. 다음으로, 이 2차원 이미지를 기반으로 신경세포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3차원으로 복원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승 교수팀은 보크 연구팀의 흑백 이미지에서 무엇이 신경세포고 시냅스인지 구분하는 인공지능(AI) 모형을 만들었다. 그러나 AI의 작업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재검토가 꼭 필요했다. 연구팀은 ‘플라이와이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반인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미지의 검토를 부탁했다. 기존 초파리 연구자는 물론, 이전에 쥐의 망막에서 신경세포를 찾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는 일반인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미지를 검수했다.
그 결과, 성체 초파리의 8453가지 종류에 달하는 13만 9225개의 신경세포가 지도로 만들어졌다. 이전에 만들어졌던 예쁜꼬마선충 성체의 뇌 지도는 302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졌다. 이와 비교하면 훨씬 복잡한 뇌 지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승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에 참여했던 배준환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원은 “구글 맵을 통해 길을 찾는 것처럼, 초파리 뇌 지도가 있으면 신경과학과 의학 연구에 대폭 활용이 가능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배 연구원은 “인간과 초파리는 매우 달라 보이지만 60%에 달하는 유전자를 공유한다. 인류의 유전 질환 중 75%가 초파리에게서 발견될 정도”라며, “초파리 뇌 지도가 인류의 의학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