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주요기사][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

▲동아시아, GIB, 이형룡
 

 

 

컴퓨터는, CPU는 여전히 인간의 언어를 직접 이해하지 못한다. 글만 써도 그대로 그림을 척척 그려주고, 사람이 묻는 말에 그럴싸하게 답하는 컴퓨터들을 일상으로 겪다 보니 이 사실을 어느새 까맣게 잊었다. 그래서 이제는 적지 않은 컴퓨터가 마치 인간처럼 언어의 형식으로 사고하고, 표현한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컴퓨터는 숫자로 구성된 수학이란 언어로 사고하거나 소통한다. 일상에서 컴퓨터와 손쉽게 문자 언어로 소통하는 대중적인 경험이 너무 극적일 뿐이다. 김재경 IBS 의생명수학그룹 연구책임자(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신간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에서 현대 수리생물학이 컴퓨터가 이해 가능한 수학의 언어로 생명현상을 번역함으로써, 의학과 생명과학의 오랜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수리생물학이 수학과 컴퓨터로 도출한 복잡미묘한 생명활동의 핵심과 패턴이 왜 난제 해결까지 이어지는지 쉽게 전달한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의의다. 인간의 직관이 놓치는 생명의 간결한 구조를 통찰하려면 수학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납득시킨다.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의 수리생물학은, 물리적인 시계 없이도 인간 체내의 피리어드 단백질이 24시간 주기로 증감을 반복하는 생체 시계의 원리, 전염병의 추세가 확산과 감소를 반복하는 이유, 성별과 복용 시간에 따라 항암제 효력이 달라지는 현상과 그 원리를 치료에 활용할 단서 등 의생명학의 다양한 주제에서 활약한다. 특히 “현재 속도를 측정하는” 미분과 “현재 속도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적분이, 이 여러 주제들을 컴퓨터가 이해, 표현하는 수학의 핵심 수단이란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분야인 수리물리학-의생명학에서 미적분의 이런 구체적인 역할은, 수학 교육과 입시의 오랜 논란거리인 ‘미적분’의 비중과 그 교육 방식에 대한 신선한 관점으로서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

 

첨단 분야인 수리생물학에서 지속적으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낸 저자는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에서 의생명학의 여러 문제를 연구할 때의 개인적인 기억들도 독자에게 나눠준다. 저자가 수학과 생물학 사이에서 자신만의 경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낯설고 동시에 흥미로웠는지 진솔하게 전하고 있어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글항아리, GIB
 

 

내가 보는 이 사람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라면, 나는 그 사람을 이미 떠나보낸 것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다. 아직 있는 사람을 이미 없는 사람에 겹쳐 보아야 한다는 괴리가 오히려 더욱 괴로울 수도 있다.

 

인도계 이민자인 미국인 과학자 프렘 자우하르는 깜빡깜빡하는 일이 점점 늘었다. 오랜 지인들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았고, 새로 산 금고 비밀번호는 이미 가물가물했다. 나이가 들어서라고 넘겼지만, 징후는 점점 어두워졌다. 모임에선 툭하면 했던 이야기를 반복했고, 외출했다 집을 찾지 못한 날도 생겼다. 프렘의 아내는 아들들을 집에 불렀고, 그를 신경과 의사에게 데려갔다. 프렘의 둘째 아들 샌디프 자우하르는 그날부터 7년 동안 희미해진 아버지를 ‘내가 알던 사람’에서 섬세하게 회고한다.

 

세인드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의학을 공부한 심장내과의인 샌디프 자우하르는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을 확진받는 순간부터 그의 뇌, 그리고 치매에 걸린 다른 환자들의 뇌를 이해하기 위한 자신만의 탐구에 돌입한다. 다른 장기가 아닌 ‘뇌’인 까닭에 이 회고록은 결국 뇌에 축적된 기억과 삶, 그 속의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로 확장된다. 저자는 그 뇌의 기억, 삶, 관계가 알츠하이머병에 지워지는 동안 언제까지 내 아버지가, 어떻게 내 아버지로 존재했는지 계속 자문한다. ‘내가 알던 사람’이 보편타당한 의학 에세이인 동시에, 지극히 사적인 가족 에세이인 이유다.

 

지난 40년의 연구에도 여전히 의학계의 난제인 알츠하이머병은 임종이 가까워진 순간까지도 저자 형제를 혼란에 빠트린다. 아버지를, 질병을 대하는 방식부터 이제 무엇이 진짜 그의 뜻인지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돌아본다. 타인의 일이었다면 자명했을 문제가, 정작 내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서는 애매해지는 이 모순까지도 치매, 알츠하이머병의 본질임을 ‘내가 알던 사람’은 직시하고 있다. 뇌의 침식에 관한 의사의 기록인 동시에, 기억이 삶에 부여한 의미에 관한 아들의 고백이다.  

 

 

멸종이라는 반전 드라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5년, 서울시립과학관장 4년, 국립과천과학관장 3년, 총 12년을 ‘털보 관장’으로 재직하며 대중 독자에게 과학 이야기를 유쾌하게 소개해 온 이정모 전 관장이 멸종을 통해 46억 년 지구의 경이로운 역사를 살펴본다. 지구는 다섯 번이나 대멸종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더욱 경이롭게 진화했다.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흥미롭게 상상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리로 재발견하는 일상

 

이 책의 독자는 중력, 압력, 수압, 점성, 표면장력 등 과학 시간에 배운 적 있는 물리 개념을 다시금 살펴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몰랐던 과학 지식을 새롭게 얻으며 과학이 결코 어렵거나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삶의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지나쳤던 일상의 물건들을 이 책이 건넨 물리의 렌즈로 다시 보면, 어느새 새롭게 곁으로 다가온 과학을 찾을 수 있다.

 

 

<b>꼭 그렇게 까지 떠나야 할까?

 

‘우주로의 이주’라는 인류의 꿈과 그 꿈이 직면할 현실적인 한계들을 과학적 관점에서 탐구한 책이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최근의 우주 탐사 열풍이 과학적인 진보만큼이나 인간의 미래에 대한 낭만적인 꿈과 연결돼 있음을 지적한다. 더 나아가 우주 이주의 꿈이 현실의 기술적, 생물학적, 윤리적 문제들과 충돌하며 발생시킬 인류의 어려움들을 살펴본다.

 

 

지구의 미래를 위한 과학적 실천

 

기후 위기의 현실 앞에서 인간이 초래한 지구환경의 다양한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는 기후 문해력, 그리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행동에 나서는 실천력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기후 과학 교과서다. 현재의 과학기술과 함께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청소년들이 반드시 알고 실천해야 할 내용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낙관도 비관도 아닌 과학적인 실천 방법을 제안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 디자인

    이형룡

🎓️ 진로 추천

  • 물리학
  • 수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