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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TV의 안방 혁명

선명한 화질에 인터넷도 가능

좌우로 길쭉한 16:9화면에 엄청난 선명도를 지닌 TV, 리모콘 하나로 인터넷까지 할 수 있는 TV,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 배우의 신상명세를 프린트해볼 수 있는 똑똑한 TV가 나온다. 바보상자가 아닌 명실공히 안방의 정보상자가 우리 앞에 오고 있다. 디지털 TV가 몰고 올 안방 혁명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디지털 TV가 상용화되면 기존의 아날로그 TV는 점점 인기를 잃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2001년부터 시작되는 디지털TV는 연속극이나 쇼프로를 시청하는 기존의 기능은 물론,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선명한 화질로 영화를 감상하고, 컴퓨터 대신TV로 증권거래를 하며, 축구경기를 보면서 선수의 신상명세를 프린터로 뽑아보는 일이 가능하다고 한다. 디지털TV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

TV는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지상파, 위성, 케이블 등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지상파라는 것은 방송국의 송신탑에서 보내진 전파가 다른 매체를 거치지 않고 공기 중을 통해 수신자의 안테나로 전해지는 방송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KBS, MBC, SBS, 미국의 ABC, NBC, 영국의 BBC, 그리고 일본의 NHK 등이 이에 속한다.

이에 반해 위성TV는 방송국의 전파가 위성을 거쳐 수신자의 안테나로 수신된다. 우리나라의 무궁화 위성을 통한 KBS 위성TV, EBS 위성TV, 일본의 BS와 CS 위성 방송, 홍콩의 STAR TV, 유럽의 BSkyB 등이 위성TV이다. 케이블TV는 방송국의 전파가 구리선인 케이블을 통해 수신자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미국의 CNN, 우리나라의 유선 방송 등이 이에 속한다.

디지털TV와 아날로그TV는 전파에 실린 정보의 특성에 따라 나눈 것이다. 위성TV와 케이블TV에서는 이미 1995년부터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의 무궁화 위성을 이용한 방송도 디지털 방송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디지털TV가 주목을 받는 것일까. 그것은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화’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화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할까. 아마도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파급효과 때문일 것이다. 방송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현재 그러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방송까지 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모두 지상파 방송국이다. 결국 지상파 방송이야말로 가장 대중적인 정보 매체이기 때문에 이의 디지털화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디지털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기

TV는 기본적으로 영상과 음성을 전달한다. 디지털TV는 정보가 디지털 신호의 형태로 전달된다는 뜻이다. 아날로그가 실수라면 디지털은 정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밝기를 예로 든다면 아날로그는 어둠과 밝음 사이에 무수히 많은 정도의 중간 밝기가 있다. 그러나 디지털은 어둠과 밝음 사이를 몇 단계의 특정한 단계로만 정하고 나머지는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예를 들어 어둠과 밝음의 중간을 2단계로 정한담녀 어둠, 조금 어둠, 조금 밝음, 밝음 총 4단계로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신호는 아날로그이다. 당연히 영상과 음성도 아날로그이다. 영상의 밝기는 연속적으로 변하고, 소리의 높낮이도 연속적으로 변하는 양이다. 따라서 이를 디지털 신호로 전달하려면 이를 먼저 디지털로 변환해야 한다. 이것은 실선 그래프를 막대그래프로 변환하는 것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이때 거치는 과정이 샘플링과 양자화이다.

샘플링은 원래의 연속적인 아날로그 신호에서 이를 대표할 수 있는 몇 개의 신호만을 취하는 것이다. 실선 그래프를 이루는 무수한 점들 중 띄엄띄엄 몇 개의 점을 취하는 것과 같다. 이때 샘플링의 간격이 어느 이상으로 촘촘하다면 원래의 아날로그 신호로 다시 복원할 수 있다.

양자화는 샘플링으로 얻어진 신호를 다시 정해진 몇 단계의 크기로 만드는 것이다. 말하자면 실수를 정수로 반올림하는 것이다. 영상의 경우 해당 화소의 밝기를 어둠, 조금 어둠, 조금 밝음, 밝음의 4단계 중 가장 근접한 단계로 만드는 것이고 음성의 경우는 0.5 미만의 크기를 가지는 신호는 0으로, 0.5 이상의 크기를 가지는 신호는 1로 만드는 식이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원래 신호와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정해진 양자화 단계가 많을수록 원래 값과 가까울 수 있다.

흑백 사진을 4단계의 명암으로 표현한다면 상당히 이상한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러나 2백56단계의 명암으로 표현한다면 원래의 사진과 잘 구분되지 않는 것과 같다. 디지털 영상의 화질이 뛰어나다는 것은 그 영상을 구성하는 화소의 수가 많고, 또한 각각의 화소가 가질 수 있는 단계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 쇼에서도 디지털 TV에 대한 관심이 단연 높다.


데이터 압축이 장점

디지털화 된 영상과 음성 데이터는 2진수로 표현할 수 있다. 각 화소당 2백56단계의 명암을 가진다면 이를 나타내는데 8비트가 필요할 것이다(${2}^{8}$=256). 또 컬러 데이터의 경우는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녹색의 세가지 색의 조합으로 나타낼 수 있고, 각각이 256단계를 가진다면 3×8비트가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영상 한장을 구성하는 화소수를 곱하면 영상 한 장이 차지하는 데이터 크기가 나온다.

가로×세로의 화소가 각각 720×480이라면 720×480×3×8 = 8,294,400 비트의 데이터가 된다. 이 화상으로 움직이는 영상을 구성하려면 1초당 수십 장의 영상이TV에 도달해야 한다. 1초에 30장의 영상이 필요한 경우는 30×8,294,400 = 248,832,000
(약 2백38메가 비트)가 필요하다.

현재 TV 한 채널에 배당된 주파수 대역은 약 6 MHz로 이를 통해 초당 보낼 수 있는 정보량은 20메가 비트 정도다. 때문에 그 열배 이상이 넘은 2백메가 비트의 정보를 보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정보를 압축해서 보내야 한다. 데이터를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은 디지털 정보의 커다란 장점이기도 하다. 즉 한번 보낸 데이터나 사용자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정도의 데이터는 아예 전송을 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영상은 10-20배 정도 압축해도 사람의 눈에 화질이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고화질의 영상을 만들 경우 초당 2백메가 비트의 데이터를 초당 20메가 비트 정도로 압축하고, 표준 화질(현행 아날로그TV와 동등의 화질)인 경우 초당 6메가 비트 정도로 압축해서 정보를 보낸다. 즉 압축을 하면 현재 사용하는 하나의 채널에서 1개의 고화질 방송 또는 3개의 표준화질 디지털 방송을 할 수 있어 채널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


일본 소니에서 개발한 디지털 영상 기록용 비디오 카메라.


TV로 인터넷까지

또한 영상과 음성 데이터가 일단 디지털로 바뀌면 이들을 혼합해서 처리하기가 쉬워진다. 또한 다른 디지털 데이터를 섞어서 전송할 수도 있다. 즉 영상이나 음성이나 일반 디지털 데이터나 모두 0과 1로 표현되므로 이들 데이터를 일정한 단위로 나누고 해당 단위가 영상인지 음성인지 일반 데이터인지를 구분하는 정보를 붙여서 전송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데이터 방송인데, 현재 보이는 화면에 보이는 배우의 이름이나 감독의 뒷이야기 등을 문자 정보로 보낼 수도 있다. 또 영상과는 관련이 없는 데이터도 전송할 수 있는데, 컴퓨터 파일이나 HTML 문서 등도 전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이나 MP3 음악파일 등을 TV 전파를 통해 배달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렇게 TV를 시청하는 것 이외에 부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EPG
(Electronic Program Guide)이다. 여기에는 방송시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장르, 제목, 감독 이름, 배우 이름, 줄거리 등도 담을 수 있다. 때문에 녹화기기에서 이 정보를 이용하면 특정가수가 부르는 노래만 녹음하거나 특정한 배우가 나오는 프로그램만 지정해서 녹화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벌써 이런 녹화 기기들이 선보이고 있고 일본의 대기업들도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문서교환 기술을 디지털TV에서도 채택해 컴퓨터로 하는 인터넷을 TV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다. 이제 디지털TV는 컴퓨터와 서비스 내용이 비슷해져 업계에서는 서로 안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제는 서비스의 내용이다. 기술은 이미 있지만 가정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없다면 아스팔트길을 닦아놓고 차가 다니지 않는 텅 빈 도로로 남겨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사용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찾아 제공한다면 그야말로 디지털TV는 안방의 정보상자로 탈바꿈을 하게 된다. 바야흐로 단순 TV 프로그램 시청에서 벗어나 오락이나 홈 쇼핑, 예약 등의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디지털TV를 통해 가능해진다.


디지털 TV로 하는 인터넷 정보검색은 컴퓨터가 부럽지 않다.


우리나라도 선두주자

원래 지상파 방송국들은 디지털 방송을 도입하는데 매우 소극적이었다. 현재의 방송국 장비들을 모두 디지털 장비로 바꾸는데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성TV와 케이블TV가 디지털로 바뀌면서 주파수대역에 여유가 생기고 이를 이용해서 채널을 많이 둘 수 있게 되자, 지상파도 더 이상 머뭇거리고 있을 수는 없게 됐다. 여기에 각국 정부는 디지털TV를 미래 전자산업의 주역으로 판단하고 디지털화를 유도하고 있어 일대 변혁을 눈앞에 둔 시점이다. 이미 1999년부터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은 오는 2006년에, 그리고 아직 디지털 방송을 하고 있지 않는 일본은 2003년에 방송을 시작해 2010년에 현행 아날로그 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디지털TV만을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디지털TV는 우리나라가 기술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이 분야에 전념한 결과 적어도 수상기 분야에서만큼은 삼성과 LG에서 모두 세계에서 가장 앞서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방송기기 분야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분야에서는 역시 아날로그 기술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소니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일본보다 한발 앞서 2001년부터 디지털 방송을 시작하는 발빠른 정책을 내놓아 안방극장의 혁명이 본격화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고화질, 고음질에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 사용자와의 쌍방향 통신 등을 무기로 디지털TV가 단순한 매체가 아닌 명실상부한 안방의 정보 출입구 역할을 하는 날이 오고 있는 것이다.

더 알아보기

1. 현재TV는 무용지물이 되는가

외부에 디지털TV용 셋톱박스(Set-top box)를 설치한 경우 현재의 TV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셋톱박스는 디지털TV 신호를 받아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어 주는 것으로 현재 케이블 방송이나 위성 방송에도 사용된다. 하지만 이 때는 셋톱박스가 디지털 방송을 현행 아날로그TV에 맞도록 바꾸어 출력하기 때문에 고화질, 고음질로는 시청할 수 없다.

이에 반해 디지털TV의 경우는 셋톱박스가TV안에 일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최종 화면에 표시되는 아날로그 정보 처리 능력이 현재의 아날로그TV보다 뛰어나 고화질 시청이 가능하다. 방송 초기에는 디지털TV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셋톱박스가 많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디지털TV의 보급이 늘어날수록 가격도 떨어질 것이다.

2. 디지털TV는 모두 고화질인가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의 아날로그 방송 규격인 NTSC에서는 하나의 방송 채널이 약 6MHz의 주파수 대역폭을 점유한다. 만일 이 6MHz의 대역폭에서 디지털 데이터를 전송한다면 1초당 약 20메가 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방송에서는 현재 아날로그 방송과 같은 화질의 영상은 6메가 비트 정도면 충분하고 고화질의 영상은 6메가 비트 정도면 충분하고 고화질의 HDTV라고 해도 17-19메가 비트면 되기 때문에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이라고 해서 모두가 고화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상기의 특성과 방송 데이터의 특성이 서로 맞을 때만 가능하다. 방송국에서는 선명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화소수가 많고 명암단계도 풍부한 다량의 화상 데이터를 보내주더라도 TV 수상기가 이 정보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면 고화질이 될 수 없다.

현행 아날로그TV는 화면을 구성하는 주사선의 수가 약 4백80줄이다. 그런데 이런TV로는 아무리 많은 정보를 줘 봐야 그것을 화면에 구현할 수가 없어 정보를 줘 봐야 그것을 화면에 구현할 수가 없어 여전히 화면은 보통 화질이 된다. 최근 개발된 고선명 TV(일명 HDTV)는 주사선의 수가 최대 1천80줄로 기존의 TV보다 훨씬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TV 수상기가 고화질 디지털 방송 데이터를 받을 때는 완전한 고화질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원래의 방송 데이터가 표준화질 정도의 데이터라면 선명한 화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편 아날로그 데이터는 압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고화질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파수 대역을 넓히고 전송하는 정보의 양을 많게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날로그 방송으로는 고화질 TV를 구현하기가 훨씬 어렵다.

3. 디지털은 다 좋을까

디지털TV의 커다란 장점 중 하나는 에러에 강하다는 것이다. 전파는 전송 중에 많은 왜곡을 겪게 된다. 아날로그의 경우 이런 에러가 그대로 반영된다. 예를 들어 0.2라는 수치를 보냈는데 도중에 0.5으로 바뀌었다면 수신부에서는 원래 값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0.5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지털에서는 0과 1이라는 수치만 존재하기 때문에 0이 0.3으로 바뀌어도 수신부에서는 0으로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전송 에러가 커서 0이 0.8이 되면 1로 인식하기 때문에 디지털도 에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아가 디지털에서는 값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를 대비해 전송 전에 에러 정정을 위한 부가 정보를 붙여 어느 정도의 에러는 복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디지털의 이러한 장점이 때에 따라서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아날로그에서는 에러가 발생해도 사람이 인식하기에 자연스러운 정도로 왜곡된다. 0.2가 0.8이 돼도 그 순간의 화질만 약간 변할 뿐이다. 하지만 디지털에서는 어느 정도의 에러는 원래대로 복구되지만 왜곡이 심함녀 전혀 엉뚱한 데이터가 돼버린다. 0이 0.8로 왜곡돼 1로 인식되는 경우, 이것이 중요한 부분의 정보라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로 화소수를 나타내는 데이터가 왜곡돼버리면 전체 영상의 가로 크기가 전혀 엉뚱하게 되는 식이다. 이미 위성이나 케이블 방송중인 디지털TV를 보면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때때로 영상이 이상하게 깨지거나 잠시 중지됐다 계속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에러가 원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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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정태윤 선임연구원
  • 문성진 선임연구원
  • 사진

    GAMMA
  • 사진

    동아일보사 조사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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