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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누리호 발사, 3일간의 현장

 

 

5월 24일 수요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입구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서울역에서 순천역까지 고속철도로 3시간, 순천역에서 다시 버스로 1시간을 달려야만 도착할 수 있는 국토 남쪽 끝이지만, 다들 피곤한 기색 없이 설레는 얼굴이었습니다. 누리호의 L(launch)-day였기 때문입니다. 프레스센터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 발사대가 있고, 그곳에 누리호가 서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흥분케 했습니다.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는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의 브리핑이 진행됐습니다. 누리호 발사 최종 점검 결과와 발사 시각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발사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1차관이 단상 위에 올라 “강수 확률은 30% 미만으로 낮았고, 두터운 구름대가 발사 시각에 유입되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예정대로 오늘, 18시 24분 정각에 발사를 목표로 발사 운용 절차를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종 결정을 위해 발사관리위원회는 총 3개의 발사 요건을 살폈습니다. 먼저 나로우주센터의 기상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발사 당일 나로우주센터의 기온, 강수, 바람, 구름, 낙뢰 등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상청 예보관이 발사 4일 전부터 현장에 파견됐고, 발사 당일 공군 비행기가 두 차례 이륙해 직접 구름을 관측했습니다. 다행히 지상풍과 고층풍 모두 센 편이 아니었고,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가는 경로에 낙뢰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 밖에 기체와 발사대에 이상이 없는지, 누리호와 누리호에서 분리돼 나올 인공위성이 다른 우주 물체와 충돌할 위험이 없는지도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고, 저를 비롯한 주변 기자들은 누리호에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일만 남았다는 장밋빛 기사를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각 발사관제센터(LCC)의 분위기는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발사대팀이 발사 운용 과정인 저온 헬륨탱크 구성품의 기능을 점검하던 중, 누리호에 헬륨을 주입하는 밸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발견한 겁니다.

 

헬륨은 발사 운용에 꼭 필요한 ‘감초’입니다. 연료와 산화제를 실은 탱크에 압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엔진에서 연소가 시작될 때 가스가 역류하지 않게 막는 역할도 합니다. 그뿐인가요. 누리호에 혈관처럼 퍼진 수많은 배관의 밸브를 여닫는 데도 헬륨을 사용합니다. 그런 헬륨을 누리호에 주입하는 배관과 연결된 밸브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상황에 연구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사대팀은 제어 관련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그리고 전원 시스템을 빠르게 살펴봤습니다. 동시에 각각을 점검해보니 밸브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수동으로 밸브를 열었다 닫는 건 정상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전원 공급 역시 동작해야 하는 때에, 필요한 만큼 잘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연구원들은 소프트웨어 문제로 통신 과정에 오류가 생겼다고 문제 상황을 빠르게 압축했습니다.

문제가 보고됐고 곧 발사관리위원회가 다시 열렸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 10분 오 위원장은 기자들이 모인 프레스센터로 찾아와 “누리호의 발사를 제어하는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를 제어하는 컴퓨터 간의 통신에 문제가 발생해 누리호 3차 발사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발사가 언제 재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오 위원장은 “내일 오전까지, 정확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예정보다 하루 미뤄진 25일 저녁 18시 24분에 누리호 발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려 세 가지
전제 조건이 붙은 가정이었습니다.

그날 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취소했습니다. 고흥에서 하루 더 머물며 누리호가 어떻게 될지 지켜 보기로 했습니다. 발사체나 발사대의 부품과 같은 하드웨어를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누리호는 발사대에 선 채로 기다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원인 파악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다시 발사대에서 내려야 합니다. 당장 2022년 6월 누리호 2차 발사 때만 봐도 발사 전날 산화제 탱크 센서 신호의 문제로, 발사대에 세워 놨던 발사체를 다시 조립동으로 보내 무려 5일 뒤에 발사를 한 적이 있으니까요.

 

 

‘명령을 내리면, 이 명령을 받아서 수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 문제 해결에 나선 발사대팀 연구원들은 빠르게 첫 번째 가설을 세웠습니다. 발사체와 발사대 설비의 밸브를 작동시키는 제어 시스템은 굉장히 빠르게 동작합니다. 시스템 동작 시간 단위가 밀리세컨드(ms분의

 

1초)입니다. 이 짧은 동작 시간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밸브가 완전히 열린 다음 ‘닫으라’는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밸브가 다 열리기도 전에 그 다음 명령이 들어간다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어 시스템 담당자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고자, 동작 명령을 내릴 때 여유 시간을 1초가량 갖게끔 프로그램을 변경해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밸브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좌절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뒤이어 연구원들은 2022년 6월 성공한 누리호 2차 발사와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8월에 헬륨 공급 제어시스템에 장착된 프로세서 하나가 고장이 나 제조사에 수리를 맡겼고, 같은 해 하반기에 발사 제어 시스템 펌웨어(하드웨어 장치 내 기본적인 제어나 구동을 맡는 소프트웨어)를 일괄적으로 업데이트했습니다. 그리고 수리를 맡겼던 프로세서는 올해 초 수리가 끝난 후 따로 업데이트를 완료했습니다.

 

연구원들은 수리를 맡겼던 프로세서를 떼어 내고 예비품으로 바꿔봤습니다. 일괄적인 업데이트에서 빠졌던지라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 번째 가설을 세운 겁니다. 하지만 시스템 동작 시험에서 문제는 그대로였습니다.

 

‘제어기에 프로그램을 탑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이 아닐까?’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연구원들은 프로그램을 다시 컴파일(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된 코드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기계어로 변환하는 과정)한 뒤 차근차근 다운로드를 해 시험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 번째 가설도 아니었습니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수정을 하고 처음 그리고 두 번째 시험까지는 정상 작동하다가 세 번째 시험에서 다시 오류를 일으켰습니다. 보통 반복 시험은 총 3회 실시한 뒤, 3회 다 성공하면 이를 성공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인을 찾는 시간이 길어지자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발사체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최초의 실전 발사인 만큼, 발사체 가장 꼭대기에 실린 인공위성 8기의 상태가 중요했습니다. 위성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리호를 언제까지나 세워 둘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수많은 수정과 시험이 이뤄졌습니다. 업데이트한 펌웨어를 다시 다운그레이드하기 위해 2018년 누리호 시험발사 때 사용했던 구형 프로세서로 부품을 교체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계속 실패였습니다. 날짜는 25일이 됐고, 시간은 새벽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새벽 3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해가 밝기까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시간을 좀 더 갖고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 문제인지 말입니다.

 

연구원들은 누리호를 발사대에서 내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2시간 넘게 문제 해결에 매달린 게 아깝긴 했지만, 반복되는 실패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하지만 발사체를 발사대에 세우기 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인 만큼, 누리호를 내린다고 반드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최종 결정을 앞둔 발사지휘센터(MDC)로 한 연구원이 뛰어 들어왔습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첫 번째 가설을 다시 한 번 검증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앞선 첫 번째 가설 시험에서는 명령을 전송할 때만 시간을 1초 지연시켰는데, 상태 피드백을 전달할 때도 전송 시간을 늘려보자고요. 밸브에 열거나 닫으라는 명령을 내린 후 밸브의 동작 상태를 확인한 다음 2초 뒤에 상태 피드백 신호를 전달하게 말입니다. 다시 연구원들은 발사관제센터로 돌아왔습니다.

 

시스템 수정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코드를 자꾸 수정하면 프로그램 전체가 잘못될 위험이 있어 연구원들의 멘탈은 점점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수정을 되돌리고 기존의 코드에 2초 지연 함수만 추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긴장 속에 제어 시스템 동작 반복 시험이 진행됐습니다. 일반적인 반복 시험은 총 3회 진행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시험을 6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천우신조로 앞서 계속해서 오류를 일으켰던 세 번째 시험에서 문제 없이 모든 시스템이 동작했습니다. 연구원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시험이 반복됐습니다. 성공할 때마다 연구원들은 기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오전 11시, 발사준비위원회가 다시 열렸습니다. 발사 여부와 발사 시간을 정하기 위해 기상상황과 누리호 기체 및 발사대의 이상 여부,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날씨는 전날인 24일보다 더 좋았습니다. 강우 확률도 20%로 적었고, 구름도 없는 맑은 날씨였습니다. 곧이어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오 위원장이 다시 프레스센터로 들어왔습니다. “오늘 오후 6시 24분 정각 발사를 목표로 발사 운용 절차를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그의 말에 프레스센터에 모인 기자들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다시 L-day입니다.

발사 15분 전, 프레스센터 밖으로 나와 널찍한 광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발사대로부터 3km가량 떨어진 곳이었지만 거대한 쇳덩어리 누리호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모습은 볼 수 있으리란 기대로 주변 기자들 또 관계자들 모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현실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누리호가 산 능선 위로 불기둥을 내뿜으며 올라가며 만드는 커다란 굉음과 진동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누리호가 별 탈 없이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간절해졌습니다.

 

40초 뒤, 누리호는 거의 점처럼 보였습니다. 우주발사체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습니다. 무거운 연료통들을 떼 버리고 점점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발사대를 박차고 올라간 뒤 1단이 분리될 때까지 속도는 초속 1.8km 정도지만 2단이 분리될 때는 초속 4.3km에 이릅니다. 그리고 목표 고도 550km에서는 목표 속도인 초속 7.58km까지 속도를 냅니다. 2021년 10월 누리호 1차 발사가 아쉽게 실패한 이유가 바로 이런 목표 속도에 미치지 못해서였습니다.

 

1단 분리(125초), 페어링 분리(234초), 2단 분리(272초), 차세대소형위성 2호 분리(783초), 도요샛 4기 사출(923초), 누리호 임무 종료(1138초). 세 번째 도전에 나선 누리호는 기특하게도 목표 임무를 하나씩 완수해냈습니다. 누리호가 인공위성을 분리해 내보내고 임무를 종료하기까지 약 19분의 시간이 19초처럼 짧게 느껴졌습니다. 프레스센터에 모여 TV 중계를 지켜보던 기자들도 누리호가 임무를 종료했다는 마지막 안내 방송에 잠시 노트북 자판에서 손을 떼고 기쁨의 박수를 쳤습니다.

모두가 누리호 발사 성공과 임무 종료에 기뻐하는 순간,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소 관제센터에 모인 연구원들은 ‘이제 우리의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누리호는 총 8기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실어 올렸습니다. 그중 가장 큰 손님이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주탑재위성, 차세대소형위성 2호였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개발한 편대비행 인공위성 도요샛 4기와, 민간기업인 져스택이 개발한 JAC, 루미르가 개발한 LUMIR-T1 그리고 카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KSAT3U가 누리호를 타고 우주로 갔습니다. 인공위성들의 임무는 짧게는 반년, 길게는 2년입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연구원들은 첫 번째 L-day였던 24일 그리고 새로이 L-day가 된 25일 오후 4시에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인공위성이 기지국과 통신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약 12분 남짓이기에,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의 첫 교신에 혹여나 실수가 없게 교신 절차를 순서대로 맞춰본 겁니다. 리허설에서는 실제 위성을 사용할 수는 없어 발사용 인공위성과 똑같이 만든 적격성평가모델 위성을 사용했습니다.

 

오후 7시가 넘어서면서 연구원들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내려보낼 첫 번째 신호를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인공위성이 스스로의 위치를 알려주는 단방향 비콘 신호를 위성이 남극 세종 과학기지의 통신 가능 영역을 지나갈 때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예정된 시간이 지나도 비콘 신호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인공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1초, 2초, 신호를 기다리는 관제실에는 숨 막히는 적막만 흘렀습니다.

 

다행히 7시 7분, 세종 과학기지에 비콘 신호가 들어왔고 곧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서도 이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7시 58분 에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지상국에서도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최초로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연구원들은 ‘시간 정보 동기화’부터 했습니다. 인공위성과 지상국 간의 시간을 똑같이 맞추는 겁니다. 지상국에서 동기화 명령을 내보낸 것을 인공위성이 받아 수행하고, 이후 동기화를 수행했다는 피드백을 다시 지상국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이것이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의 최초 교신 내용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밤을 꼬박 새워 교신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스웨덴 노르보텐주에도 보덴 지상국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새벽 5시부터 6시 사이에 두 번, 오후 5시부터 6시 사이에 두 번, 총 네 번 교신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보덴 지상국에서는 좀 더 자주 교신을 할 수 있습니다. 보덴 지역의 위도가 65도로 매우 높아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더 자주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최초 교신 이후 26일 목요일 오전 10시까지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7차례 더 교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7회의 교신에선 연구원들이 차례대로 인공위성을 점검했습니다. 전력파트 연구원들은 인공위성의 배터리 상태와 전력 충전량을 확인했습니다. 구조파트 연구원들은 인공위성 부품들의 온도 변화가 설계값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살폈습니다. 통신파트 연구원들은 인공위성과 지상국과의 교신 상황은 물론, 인공위성 하위 요소 간의 통신에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자세제어 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자동 모드에서 수동 모드로 바꿔 자세를 돌려보며 위성의 반응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이 일련의 점검 과정이 끝난 26일 오전 10시, 연구원들은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26일 오전 11시 세종 과기부 청사에서 공식 브리핑이 열렸습니다. 이날 기자들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이는 이재진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도요샛 3호기, ‘다솔’이 행방불명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브리핑을 하기 전까지 4호기 ‘라온’의 비콘 신호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다행히 4호기 라온의 비콘 신호는 26일 오후 6시 24~31분쯤 수신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인공위성 4기 중에 2기만 정상적으로 동작한다고 가정하면 도요샛의 가장 큰 특징인 편대비행이 가능한 것인지, 또 이런 경우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갑작스레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도요샛은 천문연이 최초로 개발한 인공위성입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cm, 20cm, 30cm이고 무게가 10kg에 불과하지만, 4기의 위성이 종대나 횡대로 편대비행하며 우주 날씨를 탐구하겠다는 큰 목표를 담은 위성입니다.

 

도요샛이라는 이름은 도요새에 인공위성을 뜻하는 ‘샛(sat)’을 합친 단어입니다. 연구팀은 1980년대 유행한 ‘도요새의 비밀’이라는 가요에서 영감을 받아 위성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노래에 나오는 노랫말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날으는지,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가 위성 개발 초기, 개발 과정의 어려움으로 고생하던 연구원들의 마음을 대변해줬기 때문입니다.

 

도요샛은 원래 2년 전 러시아의 소유즈-2로켓을 타고 우주로 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타기로 했던 부탑재체가 비행을 취소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발사가 번번이 미뤄졌습니다. 급기야 작년 8월에는 도요샛이 ‘전략물자’로 판정되며 도요샛을 러시아로 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며 러시아에 수출하거나 반출하는 것을 금하는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를 규정했는데, 인공위성인 도요샛도 여기에 포함돼버린 겁니다. 계속해 좌절을 겪은 천문연에게 도요샛을 우주로 보내 준 누리호는 은인이나 다름없습니다.

5월 30일, 3호기는 누리호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누리호 3단의 사출관이 열리며 큐브위성이 빠져 나가면, 사출관이 열린 신호를 통해 위성이 정상적으로 나갔는지를 판단하는데, 이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천문연은 발사 직후부터 다솔의 고유 주파수를 세계 연구자 네트워크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전 세계 지상국 300여 곳에서 교신을 시도했지만 다솔의 신호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도요샛 개발에 관여한 모든 연구원들에게 다솔은 가장 정든 위성이었습니다. 총 4기의 위성 중에서 3호기 다솔이 가장 잘 작동했고, 그래서 가장 많은 시험을 하며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연구원들이 “사출이 안됐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났지만 다솔이 그래도 우주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입니다.

 

다솔은 없지만, 남은 도요샛들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3대의 도요샛이 10~100km 거리를 두고 함께 비행하며 우주 날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우주천문 분야에서 여러 기의 위성을 편대 운용하는 것은 전 세계 최초입니다. 도요샛이 무사히 임무 수행을 종료하는 2024년 6월, 천문연은 그때 비로소 성공을 자축하는 플래카드를 걸고자 합니다. 발사 성공은 시작일 뿐, 매일매일이 도전이고, 그 끝엔 인공위성이 여는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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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흥・대전=김태희 기자
  • 도움

    도움(가나다 순) 김세연 KAIST 인공위성연구소 명령 및 데이터처리팀장, 문경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 발사대팀 책임연구원, 이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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