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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홍채 고유한 내 안의 우주


적대감이 가득한 초록빛 눈동자. 198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린 아프가니스탄 난민촌 소녀는 전쟁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로부터 16년 뒤, 미국에서 그녀의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상태에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본인이 사진 속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무사히 진짜를 가려냈다. 힌트는 홍채였다.


우주에서 하나 뿐인 홍채


삼성전자가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홍채인식 기술이 탑재돼 화제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홍채를 인식해 그냥 쳐다보는 것 만으로 잠금을 풀 수 있는 기능이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한 가지, 왜 하필 홍채일까.

홍채는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근육이다. 얇고 수축성이 있는 엽전 모양의 조리개라고 생각하면 쉽다. 동공괄약근과 동공확대근을 이용해 밝은 곳에선 홍채를 조이고(동공의 크기가 작아진다) 어두운 곳에선 홍채를 푼다(동공의 크기가 커진다). 재밌는 점은 사람마다 이런 홍채의 모양이 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손가락 지문이 다른 사람과 같을 확률이 1000만 분의 1인 데 비해, 홍채가 다른 사람과 같은 확률은 10억 분의 1에 불과하다.

일단 색깔부터 사람에 따라 밝은 청색부터 어두운 갈색까지 여러 가지다. 같은 사람에서도 좌우의 색이 다른 경우가 있고, 같은 홍채에서도 부분적으로 색이 달라 잔물결이나 얼룩점이 보인다. 이런 차이는 멜라닌세포 때문에 발생한다. 홍채 조직은 안구 속에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기 위해 멜라닌세포가 풍부한 층으로 돼 있다. 멜라닌세포가 내는 색소는 크게 두 가지인데, 검은색을 띠는 유멜라닌, 노란색과 붉은색을 띠는 페오멜라닌이다. 두 가지 색소의 양, 분포에 따라 홍채 빛깔이 달라 보인다. 흔히 서양인(코카시안)이 많이 가지고 있는 푸른색 홍채는 동양인의 갈색 홍채에 비해 유멜라닌 색소가 적다. 또 백색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홍채가 빨간색으로 보이는데, 멜라닌세포에 색소가 없어 망막이나 혈관이 그대로 비쳐 보인다.


근육의 독특한 주름 무늬

게다가 홍채는 고유한 주름무늬를 가지고 있다(54쪽 그림). 홍채의 표면을 보면 동공과 홍채가 만나는 경계(소홍채륜)에 주름이 진다. 주변에 고리띠라고 부르는 고리모양의 융기가 있다. 꼬불꼬불하고 홍채 중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이다. 또 홍채가 끝나고 모양체와 만나는 경계(대홍채륜) 바깥에는 동심원성 주름이 있다. 이런 주름들은 홍채가 팽창 수축할 때마다 모양이 변한다. 마치 커튼을 치고 걷을 때 주름이 생기는 것과 유사하다.


흔히 우리가 홍채의 무늬라고 보는 것은 홍채 뒷면의 주름이다. ‘슈왈브 방사형 주름’이라고 해서 부채살 모양의 주름이 동공 경계에서 확장되는 형태로 겹겹이 있다. 홍채의 반지름 길이를 더 넓게 확장시켜주는 주름이다. 이런 주름은 사람에 따라 팬 위치, 깊이가 제각각이다. 자연히 그에 따라 생기는 홍채의 명암 패턴도 사람마다 다르다. 패턴은 보통 한두 살 때 만들어져서 평생 일정하게 유지된다.

홍채 근육을 단면으로 본 모습. 매끄러운 각막 안에 숨겨져 있어서 평소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주름이 울퉁불퉁하게 잡혀 있다. 기질 내에 멜라닌 세포층이 홍채 색을 좌우한다.

 


물 만난 홍채인식 기술

영국 캠브리지대 존 더그먼 교수는 2001년, 사진에 찍힌 홍채만으로 중년이 된 아프간 소녀를 찾아냈다. 홍채인식 기술이 그만큼 역사가 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리 적용되지 못한 데는 크기와 비용 문제가 있었다.
 

 

홍채인식 기술은 모두 홍채의 주름 패턴을 읽어내는 방식이다.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는 주름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동양인처럼 홍채가 검으면 일반 카메라로는 촬영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야간 촬영 시에 주로 사용하는 적외선이었다. 홍채에 파장이 750~850nm(나노미터, 1nm=100만 분의 1mm)인 근적외선 조명을 쏜 뒤, 근적외선을 필터링하지 않는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다(일반적인 카메라에는 적외선을 걸러내는 필터가 들어있다. 가시광선만을 완벽하게 잡아내기 위해서다). 별도의 조명과 카메라를 사용하다보니 기계가 커지고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후지쯔, 삼성전자 등의 회사가 이것들을 스마트폰 안에 들어갈 정도로 초소형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발전이다.

현재 개발된 홍채인식기의 성능은 보통 사람이 30~60cm 거리에 들어왔을 때 홍채를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군중 속에 있는 개개인의 홍채를 인식해 맞춤형 광고를 트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영화 속 기술을 현실화하기 위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연구 중이다. 한 예로 미국 사노프 사는 홍채인식을 하려는 사람을 고정된 좁은 문으로 통과시킴으로써, 움직이는 사람의 홍채를 3m 거리에서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홍채인식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돈거래를 하고, 하루에 수십 번씩 잠금 화면을 푸는 요즘 시대와도 잘 맞는다. 정확하면서 동시에 빠르기 때문이다. 지문인식 기술은 센서에 닿는 손가락의 일부 지문만을 저장한다. 센서에 손가락을 여러 차례 접촉하게 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획득해도 한계가 있다. 어떤 사람이 센서에 손가락을 댔을 때, 이것이 처음에 저장한 사람과 다른 사람의 손가락인지, 아니면 같은 사람의 손가락 다른 부위인지를 매번 계산해야 한다.

반면에 홍채인식은 홍채 전체의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빠르다. 소홍채륜부터 대홍채륜 사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6개의 동심원을 긋고, 선이 지나는 부위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기반으로 0과 1의 정보를 얻어 저장한다. 홍채가 주변 환경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하더라도 동심원이 같은 비율로 팽창하거나 수축하며 일정한 패턴 정보를 얻어낸다. 이렇게 얻어진 1000비트 가량의 정보는 시작 부분과 끝 부분이 분명하기 때문에 비교대조 하기가 쉽다. 실제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공항출입국 심사 때 홍채인식을 활용하고 있다.

홍채인식은 위조 방어에도 강하다. 얼굴 인식은 본인의 협조가 없어도 위조를 할 수 있지만 홍채는 불가능하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어서 홍채를 해상도 높은 카메라로 찍어 프린트한 사진으로 일부 홍채인식기를 속일 수 있다.

또 돈을 들여 의안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위조를 방지하는 기술 역시 발전했다. 김재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홍채인식을 할 때 양쪽 눈에 각각 다른 파장의 근적외선을 쏴, 홍채에 반사되는 빛의 밝기가 서로 다른지를 확인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실제 눈에서만 각각 다른 빛이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했다.

 

201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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