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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이웃집 기후활동가] 환경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공연가, 오동석 대표

▲밀리
❶ 쓰레기를 활용해 만든 악기 : 유상통프로젝트는 환경 퍼포먼스의 메시지를 살리기 위해 일상에서 버려지는 재료들을 활용해 퍼포먼스에 사용할 악기를 직접 제작한다.❷ 분리수거함 : 첫 작품인 ‘청소반장 유상통’은 분리배출이 주제다. 분리배출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친숙한 개념이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❸ 고래 : 오동석 대표는 고래 사체가 육지에 떠밀려 왔다는 뉴스를 보고 ‘멸종위기 동물편’이라는 작품을 기획했다. 멸종위기 동물편은 그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❹ 삐에로 가면 : 오 대표는 마음을 움직이는 광대극을 보며 자신도 그런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꿈꿨다. 이후 ‘싸운드 써커스’라는 광대극도 기획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접하는 환경 문제는 보통 무겁고 멀다. 그런 뉴스를 보다 보면 오히려 무기력해지기 일쑤다. 유상통프로젝트는 이런 관념을 깨기 위해 환경 문제를 유쾌하게 전달하는 환경 퍼포먼스 그룹이다. 2017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기후 위기, 탄소중립, 해양 쓰레기 등 다양한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공연을 선보였다. 8월 22일, 경기 파주에 위치한 유상통프로젝트 사무실에서 오동석 대표를 직접 만났다.

 

편집자 주
‘기후 우울증’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실감하고 있지만, 혼자 행동해봐야 세상이, 기후가 바뀌진 않을 거라는 무력감을 말하죠. 하지만 지금, 우리 이웃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작은 한 발짝을 보태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 물었습니다.“당신은 왜 포기하지 않나요?”

 

 
유상통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청소반장 유상통’은 거리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는 거리 공연으로 진행됐다.

 

안녕하세요, 유상통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반갑습니다. 유쾌, 상쾌, 통쾌한 프로젝트를 만드는 환경 퍼포먼스 그룹 ‘유상통프로젝트’ 대표 오동석입니다. 저희는 환경을 예술의 한 장르로 인식하고, 이를 창작의 소재로 삼아 활동하고 있습니다.젨

 

어떻게 유상통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나요?

 

이전까지는 공연 배우로 활동했어요. 그러던 중 2015년에 지인의 소개로 전통시장 쓰레기 문제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죠. 등에 쓰레기통을 지고 다니면서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거리 공연을 기획했어요. 제가 기획부터 대본 작성, 연출, 출연까지 모두 맡았던 첫 프로젝트였어요.

 

이후에도 계속 기획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2016년에 우연히 거리에서 혼자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을 보게 됐어요. 그분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판넬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죠. 그걸 보고 환경 운동을 하나의 거리 공연으로 만들면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유상통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청소반장 유상통’을 기획하게 됐어요.

 

청소반장 유상통은 어떤 작품인가요?

 

청소반장 유상통은 분리수거, 분리배출을 소재로 한 작품이에요.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이나 우주 쓰레기 같은 환경 문제는 관객들에게 너무 멀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분리배출을 떠올렸어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것이 바로 분리배출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거리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일반 쓰레기랑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구분하는 퍼포먼스를 기획했어요. 예를 들어 칫솔은 일반 쓰레기인데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기 쉽잖아요. 관객들에게 칫솔을 어떻게 분리배출해야 하는지 퀴즈를 내고 뚫어뻥과 같은 재밌는 선물을 주는 거죠.

 

작품을 준비하면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여러 방면으로 분리배출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 분리배출 방법을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영상도 보고, 쓰레기 처리 시설인 자원순환센터에도 방문했어요. 그곳에서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버려지는지 확인했죠. 서울과 경기 파주, 고양 각각의 동사무소에서 분리배출표를 구해 지역별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보기도 했어요.

 

 
유상통프로젝트는 버려진 물통, 엑스레이필름, 휠체어, 호스 등을 활용해 공연에 사용할 악기를 직접 제작한다. 사진은 ‘싸운드 써커스’라는 음악 퍼포먼스 공연의 한 장면으로, 쓰레기로 만든 악기들을 연주하는 모습이다.

 

쓰레기를 활용해 악기도 직접 만든다고 들었어요.

 

공연에 쓰이는 악기를 쓰레기를 활용해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직관적인 퍼포먼스를 위해서였어요. 환경을 주제로 한 야외 공연에서 이런 악기들을 배치하면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어요. 그 기회를 통해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죠.

 

거리 공연을 많이 하니까 이동할 수 있는 악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바퀴 달린 물체를 찾다가 노인 센터에서 남는 휠체어를 얻어서 몸체로 사용했죠. 그 다음 버려진 창고나 고물상에서 참기름통, 파이프 등을 구했어요. 그 다음 음계에 맞게 자르고 붙여서 다양한 악기를 만들었어요.

 

유상통프로젝트는 분리배출 이외에도 기후 위기, 탄소 중립, 해양 쓰레기 등 다양한 주제로 공연을 했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멸종위기 동물편’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작품은 어느 날 뉴스에서 고래 사체가 육지에 떠밀려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획하게 됐어요. 고래는 바다에 있어야 하는데, 왜 육지로 떠밀려 왔을까? 왜 죽었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했죠. 넓은 바다 안에서도 고래가 안전하게 살 수 없는 현실을 보고 고래를 하늘 위로 띄워서 자유롭게 날게 해주고 싶다는 상상을 하며 작품을 구상했어요. 공연 소품도 직접 만들고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고생을 했던 터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환경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지금은 누구나 탄소중립과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2017년에 제가 환경 문제를 주제로 공연을 만들려고 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왜 그런 걸 하느냐고 물었어요. 환경을 주제로 한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시간 낭비 말고 얼른 그만두라는 말을 자주 들었죠. 

 

하지만 그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듯이 듣다 보니, 오히려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유상통프로젝트가 8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면서 환경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부터 엄청 대단한 걸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서 시작됐지만, 점점 더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발견하게 됐죠. 환경 운동도 이렇게 가볍게 시작해야 좀 더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유상통프로젝트의 공연을 보고 무엇을 느끼길 기대하나요?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환경 문제는 주로 언론매체에서 딱딱한 언어로 많이 다뤄지다 보니 진부하고 식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많은 사람들은 이걸 보고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우리와 무관한 문제로 여기기도 하죠.

 

그래서 환경 문제를 퍼포먼스에 접목해 관객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정말 재밌고 유익한 캠페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2024년 말에 제 오랜 꿈이었던 유상통프로젝트의 첫 환경 축제가 열리는데요.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환경 캠페인과 예술을 접목한 재밌는 행사를 많이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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