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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스콜레사이트(Scolecite) 인도에서 온 붉은 원숭이

중생대가 저물어 가는 백악기 말 인도의 남서부, 현재의 뭄바이 인근에서 기록적인 화산 분화가 일어났다. 이 분화는 최소한 3만 년 이상 지속됐고, 여기서 분출된 용암은 현재 남부 인도 면적의 절반인 100만 km2의 넓은 지역을 겹겹이 덮었다.

이곳이 현무암으로 이뤄진 데칸고원이다. 한반도 전체를 한라산보다 훨씬 높게 덮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51만2000km3)의 용암이 분출된, 지구 역사상 가장 큰 화산 분화 중 하나였다. 최근에는 데칸고원을 만든 화산 분화가 비슷한 시기에 멕시코 유카탄 반도 인근에 떨어진소행성과 함께 대멸종에 영향을 끼쳤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소행성 충돌과 화산 분화에 의한 먼지 구름이 태양 빛을 차단해 기온이 떨어지고,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해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연쇄적으로 끊어졌다는 것이다.

붉은 원숭이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 속 표본은, 데칸고원에 자리한 마하라슈트라 주 찬다나 푸리 현무암지대에서 2014년에 발견된 스콜레사이트(scolecite)다. 이미 생성된 광물에 다른 광물이 자라난 형태의 2차 생성 광물인 스콜레사이트는, 물을 함유한 칼슘 알루미늄 규산염인‘제올라이트 광물군’의 한 종류다. 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공극(결정에 존재하는 빈 공간)이 있어서 정수용 초정밀 여과 필터나 담배 필터 등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수집용 광물로 인기가 높다. 광물계에 소개된 스콜레사이트는 주로 중심에서 바깥으로 방사형태로 뻗어 나간 무색투명한 침상 결정이 특징이다. 하지만 데칸고원에서 발견된 이 표본은 붉은색 침상 결정이 미세한 석영 결정(칼세도니)으로 이뤄진 껍질 속을 채워 붉은 원숭이 모양을 빚어냈다.



광산이 따로 없다. 파는 곳이 곧 채굴 현장

현무암으로 이뤄진 이 데칸고원은 침식과 풍화로 지금은 당초 면적의 절반 정도만 남아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반도의 두 배가 넘는 50만㎢의 광활한 지역이다. 풍화된 지역은 토양 성분이 비옥해져 세계적인 면화 생산지가 됐지만, 현무암지대는 경제적으로 특별한 매력이 없다. 도로 포장 및 건축 재료로 쓸 암석을 채굴하는 채석장이 곳곳에 자리할 뿐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광물 수집 열풍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곳 현무암지대는 제올라이트를 비롯한 수집용 광물들이 연간 수백t 이상 쏟아져 나오는 특수 지역이기 때문이다. 광맥을 중심으로 채굴해 나가는 일반 광산과는 달리, 이 현무암지대는 워낙 광물이 풍부해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채굴한다. 이곳에 광물이 풍부한 까닭은 이렇다. 마그마에 내포된 가스가 용암 속에 버블(기공)을 만들고,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그 버블 안에 광물 결정이 성장한다. 이후 지질 변화 과정에서 광물질이 풍부한 열수 용액이 한 번 더 침투하면 새로운 화학반응으로 다채로운 광물이 형성된다. 1851년에는 데칸고원의 푸네 지역 인근에서 인도 횡단 철도의 터널 공사를 하던 도중 보석처럼 번쩍이는 광물들로 가득 찬 암석들이 발견됐다. 이곳은 한때 ‘보석 터널(Jewel Tunnel)’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데칸고원은 채석장은 물론 도로, 우물, 건축물 기초공사 등 땅을 파는 모든 곳에서 수집용 광물이 발견되는 장소다. 50곳 정도의 우물을 파면 그중 하나에서 광물로 채워진 암석이 발견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신기한 모양의 광물들이 산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환경 때문에 ‘경주자(Runner)’라고도 부르는 독특한 직업까지 생겼다. 광물중개상인 이들의 역할은, 멋진 광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보다 빨리 그 현장에 달려가서 그 광물을 손상 없이 채집하도록 손을 쓰는 것이다. 경쟁자들이 많아 빠르게 뛰어야 목표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새로운 광물이나 아름다운 광물들이 손상 없이 발굴되는 것은 바로 이들 덕분이다. 사진의 표본도 바로 이런 경주자들의 뜀박질 덕분에 새롭게 알려졌다.

아참! 인사가 늦었다. 독자 여러분도 지혜로운 붉은 원숭이를 닮은 이 광물의 기운을 받아, 2016년은 萬事如意(만사여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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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지섭 민 자연사연구소장
  • 사진

    김인규
  • 에디터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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