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올림피아드가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일까. 수학과학올림피아드의 문제풀이식 지필고사가 사교육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대한수학회를 비롯해 올림피아드를 주최하는 8개 학회는 내년부터 국내대회의 지필고사를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는 개편안을 내놨다.
앞으로 올림피아드는 어떻게 진행될까.
교육과학기술부가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올림피아드에 칼을 댔다. 교과부는 지난 3월 6일 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를 비롯한 8개 학회의 올림피아드 위원회 위원장들에게 지필시험 대신 추천과 서류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권유했다. 그동안 지나친 선행학습과 암기식 문제풀이, 높은 사교육 의존도로 비판 받아온 올림피아드 시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학회들은 지필고사를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내놓은 상태다.
개편안에 따르면 수학을 제외한 5개 과목에서는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대표 선발 과정에서 치르는 지필시험을 내년부터 전격 폐지하고 대신 학교장 추천과 서류심사 중심의 평가를 진행한다. 현재는 지필시험만으로 예비 대표를 뽑은 뒤 일정 기간 집중교육과 자체평가를 거쳐 국제대회에 나갈 최종대표를 선발해왔다. 지필시험이 폐지되면 석차에 따라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등을 주는 국내 수상 제도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필시험을 완전히 폐지할 예정인 올림피아드는 생물, 지구과학, 천문, 정보, 중등과학올림피아드다. 수학올림피아드는 지필시험을 유지하는 대신 일정 비율만 반영하기로 했고 물리와 화학올림피아드는 선발단계에서 성취도평가를 하는데 이때 지필 형태의 시험을 시행할지의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학회별 개편안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내년 올림피아드를 예상해 보고, 이번 사안을 둘러싼 교육계의 다양한 반응을 들어보자.
▶수학올림피아드 먼저 수학올림피아드는 학교장 추천자에게 응시자격을 주고,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중심으로 서류심사를 거쳐 2500~3000명을 선발한다. 이 개편안은 고등부에만 해당하며, 중등부는 폐지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시간을 두고 논의를 거친 뒤 추후 개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학교장 추천이 내신 위주로 대상이 선정될 가능성이 있어 ‘학회 추천’이라는 제도를 따로 마련했다. 학교장 추천을 받지 못한 학생이 학회에 영재교육원 수료 여부, 과목에 대한 관심사, 공부 이력 등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학회가 이를 심사해 응시자격을 주는 방식이다. 학교 내신은 올림피아드 대표 선발의 한 잣대로서 충분한 변별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신은 우수하지 않지만 수학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영재들을 배제하지 않기 위한 보완책이다. 또한 학교별 최대 추천 인원수는 최근 몇 년간 학교별 올림피아드 지원자 수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과학고는 일반고보다 더 많은 학생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은 국제대회에 나갈 최종 대표 6명을 선발할 때까지 단계별 교육과 평가를 거친다. 기존과 다른 점은 1차, 2차, 3차 모두 지필고사로만 평가하던 방식에서 지필고사뿐 아니라 과제물을 이용하는 수행평가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수학올림피아드 부위원장인 이승훈 영동대 교수는 “선발에 치우쳐 있던 현행 방식과 비교하면 교육 기능이 대폭 강화되는 셈”이라며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양질의 교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수행평가는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추후 세부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물리와 화학올림피아드 물리와 화학올림피아드도 학교장 및 학회 추천자에게 응시자격을 준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학생들은 수학올림피아드와 마찬가지로 1차 교육을 받고, 교육기간 중 받은 평가 점수를 근거로 2차, 3차 교육 대상에 선발된다. 평가는 성취도 평가와 수행평가로 이뤄지는데 성취도 평가에 지필 형태의 시험을 포함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중등부는 고등부와 마찬가지 과정으로 학생을 선발해 나가지만, 최종단계에 오른 학생들에게 곧바로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주지 않고 이듬해 열리는 고등부 올림피아드에서 서류심사 없이 1차 혹은 2차 교육에 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생물, 지구과학, 천문, 정보 올림피아드 생물, 지구과학, 천문, 정보올림피아드는 모두 학교장 추천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한다(지구과학올림피아드는 전교 석차 5% 이내). 이 과정에서 지필고사 형식의 시험은 없고 과제평가와 면접으로 최종대표를 선발한다. 천문올림피아드는 면접에서 추론 능력과 논리적 표현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실기에서는 소형 망원경을 직접 조작해 별자리를 관찰하거나 천문 관측 자료를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평가할 방침이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는 중2~고1 학생에게 출전자격을 주기 때문에 예비대표를 선발할 때는 중등부와 고등부에 상관없이 해당 학년을 대상으로 뽑는다. 생물올림피아드는 중등부 시험을 폐지하고 고등부만 진행할 예정이고, 지구과학올림피아드는 중등부를 폐지할지 논의 중이다.
▶중등과학올림피아드 중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중등과학올림피아드는 당장 올해부터 교과부의 개편방향에 맞는 새로운 전형을 도입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학교장 추천과 함께 영재교육기관 추천도 도입할 예정이며, 영재교육기관은 시도교육청 영재교육원과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으로 제한했다. 서류심사는 추천서, 자기소개서, 생활기록부, 내신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지나친 선행학습과 과열 분위기는 문제
교과부가 지난 3월 초 학회에 개선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뒤 생물, 지구과학, 천문, 중등과학과 관련된 4개 올림피아드 위원회는 3월 말에 물리, 화학, 수학, 정보 등 나머지 올림피아드 위원회들은 4월 초에 각각 교과부에 개편안을 제출했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기간 안에 내년도 대회 전반에 관한 일이 급하게 마련된 셈이다. 수학, 물리, 화학 학회 내부에서는 “올림피아드가 사교육 조장의 주범으로 몰리는 건 억울하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결국 3개 학회 위원장들은 교과부의 개편방안을 거의 수용하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사실 현재 올림피아드에 몰리는 관심과 인기는 지나치게 과열된 점이 없지 않다. 특히 학생들의 지나친 선행학습에 대한 비판이 많다.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에서 ‘올림피아드만을 위한 공부’를 따로 준비하는데, 그 이유는 올림피아드의 문제들이 중고등 교과 과정을 훨씬 뛰어넘어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도저히 풀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올림피아드 강사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대학 수준의 과정을 가르치다보면 수업이 새벽 한두 시를 훌쩍 넘은 시간까지 계속된다”며 “요즘은 초중등 학생들도 이렇게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종수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올림피아드는 우리나라 수학 교육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문제 푸는 능력은 세계 1, 2등인데 창의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이유가 올림피아드식 수업을 받으며 학생들이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라며 “어려운 문제를 풀면서 동기 유발을 느끼는 것은 일부 학생들에만 한정된 것인데 보통 학생들에게까지 재미없고 어려운 수업을 받으며 공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올림피아드에서 국가대표 영재학생을 가르쳐 온 조환규 부산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한 언론사의 칼럼에서 경시대회의 비효용성을 지적했다. 그는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 개별 능력만 평가하는 올림피아드의 평가 시스템을 비판하며 “올림피아드는 장기간 다른 동료들과 토론하며 연구하는 실제 과학 현장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과학영재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연구 중심의 수업을 듣더니 공부가 재밌다고 말했다”면서 “배운 내용을 자꾸 반복하고 단답형만 암기하는 올림피아드 공부가 정말 필요한 건가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동기유발과 인재의 조기 발굴은 긍정적 효과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공계 인재의 조기발굴이라는 올림피아드의 순기능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처리하는 이번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20조 원에 이르는 전체 사교육 시장에서 1조 원도 되지 않는 올림피아드 시장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전체 사교육을 조장하는 뇌관으로 보기는 어렵다. 말 그대로 “시험 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잘못이냐”라는 말이 나온다.
물리올림피아드위원회 위원장 김성원 이화여대 교수는 “올림피아드 성적을 가산점으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하면 응시자도 줄어들겠지만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고 공부에 열정이 있는 학생들은 꾸준히 공부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메달을 수여하는 것도 격려의 차원에서 주는 교육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희관 한성과학고 교무부장도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올림피아드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실제로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대부분 수학이나 과학을 선택하는 걸 보면 확실히 동기유발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원 관계자와 일선 학교 교사들은 올림피아드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과학고와 대학 입시에서 가산점 특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용준 서울과학고 교무부장은 “과학고가 가산점을 주기 시작하면서 올림피아드가 일종의 홍역처럼 우리나라를 강타했다”며 “서울과학고는 입시에 경시대회 성적에 가산점을 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공교육에서 영재성을 길러줄 효율적인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차원에서 심화학습을 하는 현상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또 올림피아드 문제가 너무 어렵게 출제된다는 지적도 있다. 올림피아드 대비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박진우 강사는 “학회가 학생들이 기본 교과과정에서 배운 개념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개편방향에 대해 교육계 일부에서는 정부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예상을 내놓고 있다. 남신 대치중학교 교무부장은 “올림피아드 제도를 수정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응시자격을 학교장에게 일임한다는 방안은 문제”라며 “이는 응시생의 수를 줄일 모든 의무와 책임을 일선 학교로 돌리려는 무책임한 행동”라며 반발했다.
김순근 경기과학고 교무부장은 학교장 추천제는 또 다른 불필요한 시험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림피아드와 내신은 평가 성격이 달라 내신을 기준으로 학교장 추천자를 선발하는 건 무리”라며 “올림피아드 성격에 맞는 추천자를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해서는 교내 경시대회 같은 성격의 또 다른 시험을 별도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회마다 개별적으로 제출한 개편안을 종합해보면 ‘무엇’으로 평가하겠다는 개괄적인 그림만 그려져 있다. 추천 요건, 학교별 최대 추천자 수, 서류심사 평가항목 등 ‘어떻게’ 뽑겠다는 세부 방안은 추후 연구를 거친 뒤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초에 공지될 예정이다.
앞으로 올림피아드는 어떻게 진행될까.
교육과학기술부가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올림피아드에 칼을 댔다. 교과부는 지난 3월 6일 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를 비롯한 8개 학회의 올림피아드 위원회 위원장들에게 지필시험 대신 추천과 서류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권유했다. 그동안 지나친 선행학습과 암기식 문제풀이, 높은 사교육 의존도로 비판 받아온 올림피아드 시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학회들은 지필고사를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내놓은 상태다.
개편안에 따르면 수학을 제외한 5개 과목에서는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대표 선발 과정에서 치르는 지필시험을 내년부터 전격 폐지하고 대신 학교장 추천과 서류심사 중심의 평가를 진행한다. 현재는 지필시험만으로 예비 대표를 뽑은 뒤 일정 기간 집중교육과 자체평가를 거쳐 국제대회에 나갈 최종대표를 선발해왔다. 지필시험이 폐지되면 석차에 따라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등을 주는 국내 수상 제도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지필시험을 완전히 폐지할 예정인 올림피아드는 생물, 지구과학, 천문, 정보, 중등과학올림피아드다. 수학올림피아드는 지필시험을 유지하는 대신 일정 비율만 반영하기로 했고 물리와 화학올림피아드는 선발단계에서 성취도평가를 하는데 이때 지필 형태의 시험을 시행할지의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학회별 개편안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내년 올림피아드를 예상해 보고, 이번 사안을 둘러싼 교육계의 다양한 반응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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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학교장 추천이 내신 위주로 대상이 선정될 가능성이 있어 ‘학회 추천’이라는 제도를 따로 마련했다. 학교장 추천을 받지 못한 학생이 학회에 영재교육원 수료 여부, 과목에 대한 관심사, 공부 이력 등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학회가 이를 심사해 응시자격을 주는 방식이다. 학교 내신은 올림피아드 대표 선발의 한 잣대로서 충분한 변별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신은 우수하지 않지만 수학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영재들을 배제하지 않기 위한 보완책이다. 또한 학교별 최대 추천 인원수는 최근 몇 년간 학교별 올림피아드 지원자 수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과학고는 일반고보다 더 많은 학생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은 국제대회에 나갈 최종 대표 6명을 선발할 때까지 단계별 교육과 평가를 거친다. 기존과 다른 점은 1차, 2차, 3차 모두 지필고사로만 평가하던 방식에서 지필고사뿐 아니라 과제물을 이용하는 수행평가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수학올림피아드 부위원장인 이승훈 영동대 교수는 “선발에 치우쳐 있던 현행 방식과 비교하면 교육 기능이 대폭 강화되는 셈”이라며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양질의 교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수행평가는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추후 세부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물리와 화학올림피아드 물리와 화학올림피아드도 학교장 및 학회 추천자에게 응시자격을 준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학생들은 수학올림피아드와 마찬가지로 1차 교육을 받고, 교육기간 중 받은 평가 점수를 근거로 2차, 3차 교육 대상에 선발된다. 평가는 성취도 평가와 수행평가로 이뤄지는데 성취도 평가에 지필 형태의 시험을 포함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중등부는 고등부와 마찬가지 과정으로 학생을 선발해 나가지만, 최종단계에 오른 학생들에게 곧바로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주지 않고 이듬해 열리는 고등부 올림피아드에서 서류심사 없이 1차 혹은 2차 교육에 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생물, 지구과학, 천문, 정보 올림피아드 생물, 지구과학, 천문, 정보올림피아드는 모두 학교장 추천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한다(지구과학올림피아드는 전교 석차 5% 이내). 이 과정에서 지필고사 형식의 시험은 없고 과제평가와 면접으로 최종대표를 선발한다. 천문올림피아드는 면접에서 추론 능력과 논리적 표현력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실기에서는 소형 망원경을 직접 조작해 별자리를 관찰하거나 천문 관측 자료를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평가할 방침이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는 중2~고1 학생에게 출전자격을 주기 때문에 예비대표를 선발할 때는 중등부와 고등부에 상관없이 해당 학년을 대상으로 뽑는다. 생물올림피아드는 중등부 시험을 폐지하고 고등부만 진행할 예정이고, 지구과학올림피아드는 중등부를 폐지할지 논의 중이다.
▶중등과학올림피아드 중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중등과학올림피아드는 당장 올해부터 교과부의 개편방향에 맞는 새로운 전형을 도입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학교장 추천과 함께 영재교육기관 추천도 도입할 예정이며, 영재교육기관은 시도교육청 영재교육원과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으로 제한했다. 서류심사는 추천서, 자기소개서, 생활기록부, 내신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지나친 선행학습과 과열 분위기는 문제
교과부가 지난 3월 초 학회에 개선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뒤 생물, 지구과학, 천문, 중등과학과 관련된 4개 올림피아드 위원회는 3월 말에 물리, 화학, 수학, 정보 등 나머지 올림피아드 위원회들은 4월 초에 각각 교과부에 개편안을 제출했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기간 안에 내년도 대회 전반에 관한 일이 급하게 마련된 셈이다. 수학, 물리, 화학 학회 내부에서는 “올림피아드가 사교육 조장의 주범으로 몰리는 건 억울하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결국 3개 학회 위원장들은 교과부의 개편방안을 거의 수용하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사실 현재 올림피아드에 몰리는 관심과 인기는 지나치게 과열된 점이 없지 않다. 특히 학생들의 지나친 선행학습에 대한 비판이 많다.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에서 ‘올림피아드만을 위한 공부’를 따로 준비하는데, 그 이유는 올림피아드의 문제들이 중고등 교과 과정을 훨씬 뛰어넘어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도저히 풀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올림피아드 강사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대학 수준의 과정을 가르치다보면 수업이 새벽 한두 시를 훌쩍 넘은 시간까지 계속된다”며 “요즘은 초중등 학생들도 이렇게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종수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올림피아드는 우리나라 수학 교육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문제 푸는 능력은 세계 1, 2등인데 창의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이유가 올림피아드식 수업을 받으며 학생들이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라며 “어려운 문제를 풀면서 동기 유발을 느끼는 것은 일부 학생들에만 한정된 것인데 보통 학생들에게까지 재미없고 어려운 수업을 받으며 공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올림피아드에서 국가대표 영재학생을 가르쳐 온 조환규 부산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한 언론사의 칼럼에서 경시대회의 비효용성을 지적했다. 그는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 개별 능력만 평가하는 올림피아드의 평가 시스템을 비판하며 “올림피아드는 장기간 다른 동료들과 토론하며 연구하는 실제 과학 현장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과학영재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연구 중심의 수업을 듣더니 공부가 재밌다고 말했다”면서 “배운 내용을 자꾸 반복하고 단답형만 암기하는 올림피아드 공부가 정말 필요한 건가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동기유발과 인재의 조기 발굴은 긍정적 효과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공계 인재의 조기발굴이라는 올림피아드의 순기능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처리하는 이번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20조 원에 이르는 전체 사교육 시장에서 1조 원도 되지 않는 올림피아드 시장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전체 사교육을 조장하는 뇌관으로 보기는 어렵다. 말 그대로 “시험 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잘못이냐”라는 말이 나온다.
물리올림피아드위원회 위원장 김성원 이화여대 교수는 “올림피아드 성적을 가산점으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하면 응시자도 줄어들겠지만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고 공부에 열정이 있는 학생들은 꾸준히 공부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메달을 수여하는 것도 격려의 차원에서 주는 교육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희관 한성과학고 교무부장도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올림피아드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실제로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대부분 수학이나 과학을 선택하는 걸 보면 확실히 동기유발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원 관계자와 일선 학교 교사들은 올림피아드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과학고와 대학 입시에서 가산점 특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용준 서울과학고 교무부장은 “과학고가 가산점을 주기 시작하면서 올림피아드가 일종의 홍역처럼 우리나라를 강타했다”며 “서울과학고는 입시에 경시대회 성적에 가산점을 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공교육에서 영재성을 길러줄 효율적인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차원에서 심화학습을 하는 현상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또 올림피아드 문제가 너무 어렵게 출제된다는 지적도 있다. 올림피아드 대비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박진우 강사는 “학회가 학생들이 기본 교과과정에서 배운 개념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개편방향에 대해 교육계 일부에서는 정부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예상을 내놓고 있다. 남신 대치중학교 교무부장은 “올림피아드 제도를 수정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응시자격을 학교장에게 일임한다는 방안은 문제”라며 “이는 응시생의 수를 줄일 모든 의무와 책임을 일선 학교로 돌리려는 무책임한 행동”라며 반발했다.
김순근 경기과학고 교무부장은 학교장 추천제는 또 다른 불필요한 시험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림피아드와 내신은 평가 성격이 달라 내신을 기준으로 학교장 추천자를 선발하는 건 무리”라며 “올림피아드 성격에 맞는 추천자를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해서는 교내 경시대회 같은 성격의 또 다른 시험을 별도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회마다 개별적으로 제출한 개편안을 종합해보면 ‘무엇’으로 평가하겠다는 개괄적인 그림만 그려져 있다. 추천 요건, 학교별 최대 추천자 수, 서류심사 평가항목 등 ‘어떻게’ 뽑겠다는 세부 방안은 추후 연구를 거친 뒤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초에 공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