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뿜어내지 않아 관측이 불가능한 천체, 블랙홀의 회전 속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디라즈 파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카블리 천체물리학 및 우주연구소 연구원팀은 블랙홀이 별을 찢어버릴 때 생긴 흔들림의 여파를 이용해 블랙홀의 회전에 대해 이해하는 방법을 5월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doi: 10.1038/s41586-024-07433-w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주변 물질들을 끌어당긴다. 이때 끌려온 물질들은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는 강착원반이 된다. 초대질량 블랙홀의 경우 주변을 지나가는 항성을 강한 조석력으로 찢어버릴 수 있다. 이때 항성의 일부는 날아가고 일부는 강착원반에 합쳐진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된 강착원반이 기존에 회전하던 궤도에서 벗어나 흔들리게 된다. 강착원반이 형성된 초반에는 강착원반의 회전면이 블랙홀의 적도면과 어긋나게 세차운동을 한다. 그러다 점점 시간이 지나며 세차운동이 멈춘다. 세차운동은 회전하는 물체의 회전축 자체가 비틀거리며 도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팀은 강착원반의 세차운동을 블랙홀의 회전을 알아내는 열쇠로 이용했다. 연구팀은 10억 광년가량 떨어진 은하에서 갑자기 생긴 밝은 섬광인 ‘AT2020ocn’이 블랙홀 주변의 조석붕괴로 인한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X선 망원경 ‘NICER’를 이용해 AT2020ocn 중심 블랙홀의 강착원반이 다시 형성되고 회전이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X선 방출량과 온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측했다.
관측 결과, X선 방출량과 온도는 15일 간격으로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며 130일 동안 지속되다 점차 사라졌다. 블랙홀의 회전이 정렬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의 회전 속도가 광속의 4분의 1 미만임도 알아냈다. 많은 블랙홀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가지므로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었다. 연구팀은 이 초대질량 블랙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던 블랙홀들이 합쳐져 생겼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조석붕괴 현상을 이용해 블랙홀의 회전 속도를 계산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였다. 연구팀은 “칠레의 루빈천문대에 새로 짓고 있는 망원경을 활용해 10년 동안 블랙홀 수천 개의 조석붕괴 현상을 추가적으로 분석하면 초대질량 블랙홀의 진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