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거성과 백색왜성은 서로를 공전하며 적색거성에서 백색왜성으로 물질의 흐름이 생긴다. 이미지는 신성폭발이 시작될 때 밝게 빛나는 백색왜성의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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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북쪽 하늘에서 아주 밝게 빛나는 새로운 별을 볼 수 있을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월 2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우리은하 쌍성계 북쪽왕관자리 T(T Coronae Borealis ・ T CrB)에서 9월 이전에 죽어가는 별이 다시 밝게 빛나는 현상인 신성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T CrB는 지구에서 2700광년 거리 북쪽왕관자리에 위치한 적색거성과 백색왜성의 쌍성계다. 백색왜성은 내부에서 직접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죽은 별’이라고 불리지만, 밀도가 매우 높아 큰 중력으로 주변 천체의 물질을 끌어당긴다. T CrB 백색왜성의 경우 근처에 적색거성의 가스를 끌어당기고 이 가스는 백색왜성 주위의 높은 열과 에너지에 의해 폭발적인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백색왜성의 표면에서 거대한 수소폭탄이 터지는 것과 유사하다.
브래드 쉐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물리학 및 천문학과 명예 교수와 AAVSO(미국 변광성 관측자 협회) 공동연구팀은 2023년 3, 4월 신성폭발이 일어날 조짐을 관측했다. 적색거성에서 백색왜성으로 다량의 가스가 이동하면서 적색거성의 질량이 감소하고, 쌍성계 전체가 가스로 둘러싸여 어둡게 보이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T CrB의 신성폭발은 약 80년 주기로 일어나는데, 1945년에도 같은 현상이 발견됐고 1년 뒤인 1946년에 신성폭발이 일어났다.
T CrB를 포함한 북쪽왕관자리는 봄철 초저녁 하늘에서 관측되기 시작해 여름을 지나며 점점 서쪽으로 이동한다. 올 하반기 T CrB에서 실제 신성폭발이 일어난다면 북반구 기준으로 북쪽 하늘에서 약 일주일 동안 밝은 빛을 내는 새로운 별을 볼 수 있다. 신성폭발을 맨눈으로 관측하는 건 평생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기회다.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신성폭발은 평균 1000년 주기로 일어나고, 대부분 멀리 있는 천체에서 일어나 관측하기가 어렵다”며 “80년의 짧은 신성폭발주기를 가진 천체가 비교적 가까이 있어 관측 기회가 있는 것 자체가 확률적으로 귀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 이후 T CrB가 태양 뒤로 넘어간 이후에 신성폭발이 일어나면 관측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신성폭발은 당장 1초 뒤에도, 오늘 밤에도 일어날 수 있다. 어느 날 북쪽왕관자리에 못보던 새로운 밝은 별이 나타났다면, 그것이 바로 폭발하고 있는 T CrB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