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연, 일론 머스크보다 흥미로운 인물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지난 연말, 오랜만에 만난 Y 선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내년에 하고 싶은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편하게 얘기하는 자리였습니다. 언젠가는 그동안 취재했던 내용을 가지고 긴 호흡의 논픽션을 쓰고 싶다는 그는, 대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인간이 상상해서 쓰는 픽션보다 현실을 담아낸 논픽션이 더 드라마틱하지 않느냐는 뜻이었죠.
암요. 이번 특집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인간을 화성에 보내고, 인간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하겠다는 사업가가 이번엔 인간형 로봇을 5년 내 상용화하겠다고 나섰으니까요. 2~3년 전이었다면 그의 계획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류의 오랜 꿈이긴 했지, 하고요.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인공지능(AI)이라는 ‘로봇 체인저’가 나타났습니다(네, 온 사회를 바꿔놓을 거라는 AI가 로봇까지 바꿉니다). 테슬라를 비롯한 세계 연구팀들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AI 로봇들은 그동안 연구했던 ‘지능형 로봇’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AI로 학습하고, AI로 생각해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KAIST에서 만든, 전 세계에서 100m 달리기가 가장 빠른 4족보행 로봇 ‘하운드’는 달리기를 AI한테 배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넘어지지 않고 잘 달릴 수 있는지 일일이 알려준 게 아닙니다. 그저 컴퓨터 가상 환경에 실물과 똑같은 가상 로봇을 만들고 무한 반복으로 달리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운드는 달리기 비법을 스스로 터득했습니다. AI 강화학습의 성과입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 도쿄대 연구팀이 작년 연말에 공개한 ‘알터3’ 로봇은 ‘알아서’ 움직입니다. 디테일한 설명은 필요 없습니다. ‘귀신 흉내를 내줘’ 한 마디면 ‘두 팔을 든다’ ‘고개를 기괴하게 젖힌다’ ‘입을 벌린다’, 로봇이 직접 코드를 짜서 움직입니다. 대규모 언어모델인 GPT-4를 탑재한 덕분입니다.
이런 ‘요즘’ AI 로봇은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된 핑크빛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동시에, 여러 고민거리도 던져줍니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어쩌나, AI 로봇이 우릴 해치면 어쩌나, 하는 고민들입니다.
과학동아는 AI의 육체가 된 로봇과 AI의 ‘케미’는 물론, 강력한 AI 로봇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고민까지 폭넓게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그 큰 그림을 한 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동아 독자들께 가장 먼저 보여드립니다. 여러분이 10년 뒤 이번 호를 다시 들춰보고 지금보다 더 놀라기를 바라봅니다. ‘아, 저때부터 현실이 SF를 앞질렀지!’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