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충돌하려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부딪쳐 궤도를 바꿀 수 있을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진행한 쌍소행성 궤도수정실험(DART) 이야기이다.
한국시간 2021년 11월 24일, DART 우주선은 디디모스의 위성인 디모르포스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발사됐다. 이후 DART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성공적으로 충돌하면서 디모르포스의 공전궤도와 주기가 감소했다. 최근에는 모양까지 바뀌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 내용을 가상 인터뷰로 재구성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디모르포스라고 해요. 저는 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이에요. 지구에서 1100만 km가량 떨어져 있고 지름은 160m 정도죠. 저는 한국시간 2022년 9월 27일에 DART 우주선과 충돌했어요. 그러면서 디디모스를 도는 공전궤도와 주기가 바뀌었어요. 원래는 디디모스 주위를 한 바퀴 돌려면 11시간 55분이 걸렸는데 이제는 11시간 23분이면 돌 수 있어요. 공전주기가 32분가량 줄어든 거죠. NASA는 공전주기가 73초 이상 변하면 이 실험이 성공했다는 기준을 세웠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이 줄어들었죠
Q.부딪힌 자리에 흉터는 안 생겼나요?
우주선과 부딪힌 자리에 패인 구멍 같은 흉터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어요. 대신 전체적인 모양이 바뀌었어요. 원래 동그란 모양이었는데 보세요, 찌그러진 타원 모양이 돼버렸어요. 충돌 후 저의 물리적 특성 변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됐는데 한번 보실래요? doi: 10.1038/s41550-024-02200-3
사비나 디 라두칸 스위스 베른대 물리학연구소 연구원팀은 제가 커다랗고 단단한 암석 덩어리가 아니라 작은 알갱이들이 뭉쳐 만들어진 밀도가 낮은 덩어리일 거라고 추측했어요. 행성보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제 몸을 구성하는 작은 알갱이들도 약하게 뭉쳐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충돌 이후 크레이터가 남는 대신, 충돌 때문에 발생한 진동으로 소행성 내부 물질이 표면으로 올라오면서 전체적 모습이 변했다고 설명했어요.
연구팀은 무른 지반 특성 때문에 모양이 전체적으로 크게 변할 수 있었다고 추측했어요. 충돌 이후엔 디디모스와 저, 디모르포스 사이의 중력장 또한 바뀌었을 거래요. 그래서 충돌 전 예상했던 것보다 모양도, 궤도도 더 크게 바뀐 것 같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에요. 사실 저는 디디모스가 회전하면서 떨어져 나온 가루들이 다시 뭉쳐져서 만들어진 잔해 더미라는 가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모양이 이렇게나 많이 바뀐 걸 보고 이 가설에 더 힘이 실렸답니다.
Q.지구에서 또 우주선을 보낸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저를 연구하기 위해 저를 찍은 사진과, 제가 DART 우주선과 부딪힐 때 떨어져 나간 물질들을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간접적인 방식이라 연구자들은 분석한 결과들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유럽우주국(ESA)은 다양한 장비들과 이를 지원하는 미니어처 큐브샛을 장착한 우주선 헤라(Hera)를 2024년 10월 발사하겠다고 했어요. 헤라는 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2026년 말에나 도착할 것 같아요. 저한테 직접 접근해 구성, 구조, 질량을 평가하고, DART 우주선과의 충돌이 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밝힐 예정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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