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연필, 기둥 같은 나무 제품을 큰 나무를 자르고 깎는 대신 3차원(3D) 프린팅으로 만드는 기술이 나왔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목재산업에서 나오던 폐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무하마드 라만 미국 라이스대 재료과학 및 나노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목재를 구성하는 리그닌과 셀룰로스 분자로 만든 잉크를 사용하는 3D 프린팅 연구를 3월 1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adv.adk3250
리그닌은 식물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주요 성분이며, 셀룰로스는 식물섬유와 식물세포벽을 구성하는 다당류이다. 연구팀은 목재를 유기용매에 담가 녹인 후 건조하는 방식으로 리그닌 분말을 추출했다. 여기에 셀룰로스 나노결정 수용액과 나노섬유를 혼합해 잉크를 만들었다. 천연 목재에는 셀룰로스의 결정과 비결정 형태가 섞여 있는데, 이를 모방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잉크는 완전히 목재 기반의 성분으로 이뤄져, 이어 붙이거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한 결합제나 다른 고분자가 필요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제작한 잉크를 고해상도 3D 프린터에 넣어 원하는 구조물을 출력했다. 출력 직후 축축한 상태인 구조물을 동결건조해 구조를 손상시키지 않고 습기를 제거했다. 이후 고온처리를 통해 리그닌이 용융됐다가 다시 응고되면서 다른 성분들과 융합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누르는 이중 압착 과정을 거쳐 출력물을 단단하고 쪼개지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전에도 톱밥 같은 목재 가루를 3D 프린팅 잉크로 흔히 사용되는 고분자와 섞어 원하는 구조물을 3D 프린팅을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연구팀은 “다른 결합제 없이 리그닌을 셀룰로스와 결합해 천연 목재의 조성을 살리는 동시에, 정밀한 고해상도 프린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재료를 폐목에서 추출할 수 있고, 출력한 구조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에 개발된 목재 3D 프린팅 잉크의 장점이다.
'이번 목재 3D 프린팅 제조 공정에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동결건조, 열 압축 과정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앞으로 지속가능성과 경제성을 살리기 위해 공정 전반을 분석하고, 더 큰 규모에서 프린팅이 가능하도록 실험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