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하는 것은 실력 좋은 개인 비서를 두는 것과 같다. 대화 몇 마디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그 정보를 원하는 형태로 정리하기 때문이다. 안 쓰면 손해인 생성 AI, 어떻게 더 잘 사용할 수 있을까.
2024년을 살아가는 가상의 인물들의 하루로 살펴봤다.(❋편집자주. PART 2에 삽입된 이미지는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DALL-E)’에 기사의 내용을 넣어 만든 그림입니다. 기사와 어울리는 가상의 인물과 상황이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발표가 제일 쉬웠어요”
30대 직장인 이창래 씨의 하루
내일은 이창래 씨에게 중요한 사업 발표가 있는 날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발표에 들어갈 자료 정리. 해당 주제로 팀원들과 수차례 회의한 기록이 남아있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봐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때 창래 씨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 워드에 내장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365 코파일럿’을 활용한다. 수많은 워드, 엑셀 파일에 적힌 글자들이 ‘회의록 요약’ 버튼 하나에 1장으로 요약된다. 이것을 파워포인트 파일로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도 생성 인공지능(AI)의 몫이다. 감마(Gamma) AI에 요약된 회의록을 입력하자 1분도 안 돼 세련된 PPT가 만들어졌다. 이제 창래 씨가 할 일은 생성 AI가 만든 자료를 꼼꼼히 확인하며 더 수준 높은 PPT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PPT를 살피던 창래 씨는 시각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수치가 정리된 엑셀을 켜고 채팅창에 “시각화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입력하자 데이터가 깔끔한 그래프로 정리된다. 마지막으로 내일 참석하는 프랑스인 바이어를 위한 프랑스어 자료를 따로 만든다. 챗GPT 번역 프로그램에 PPT 파일을 넣으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 창래 씨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건 생성 AI가 해줄 수 없는 일이니까.
공부 의지 뿜뿜!
고1 김태린 양의 하루
중학생 뽀시래기 시절의 김태린은 잊어라. 컴퓨터과학자를 꿈꾸며 고1부터 열공을 다짐한 태린 양의 오늘 공부 목표는 수학 모의고사 풀이와 영어 듣기평가 연습과 단어 공부이다. 먼저 작년 3월 모의고사 수학 문제지를 펼쳤다. 열심히 풀어보려는데 맙소사, 첫 문제부터 도저히 풀리지가 않는다. 그는 챗GPT의 울프럼 알파(Wolfram Alpha) 플러그인을 사용해 문제풀이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문제의 수식을 하나씩 입력하는 과정이 조금 번거롭지만, 일단 입력을 끝내고 나면 친절한 생성 AI는 문제 풀이를 보여준다. 채팅창에 “그래프를 그려달라”고 말하면 풀이와 관련한 그래프도 그려준다. 그래프를 보고야 풀이를 이해한 태린 양은 겨우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수학 모의고사 풀이를 마무리한 뒤에는 영어 교과서를 편다. 말하기보다 듣기에 약한 그는 교과서 속 지문을 챗GPT에게 입력해 챗GPT가 읽어주는 지문을 들으며 듣기 연습을 한다. 그리고 외워야 하는 단어를 챗GPT 커스텀 단어 시험기에 입력한다. 커스텀 단어 시험기는 태린 양이 단어 공부를 위해 GPTs로 직접 만든 시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켜면 “오늘 공부할 단원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이 뜬다. “2단원”이라고 입력하면 “awkard의 뜻은 무엇일까요?”라고 다시 질문한다. 바로 생각나지 않는 단어는 “예문을 보여달라”고 하면 “It feels a bit awkward to talk alone”이라는 교과서 2단원 속 활용 지문을 말해준다. 정답인 “뻘쭘하다”를 입력하면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오늘도 목표를 달성한 태린 양은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으로 최애 아이돌 ‘투바투’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손주가 너무 예쁜
60대 박미연 씨의 하루
60대 박미연 씨에게 큰 고민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주에게 꼭 맞는 선물을 고르는 것이다. 골머리를 앓던 그는 생성 AI를 떠올린다. 대화하듯 말을 건네면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검색해주는 네이버 ‘Cue’ 서비스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자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추천해줘” 조심스레 말을 걸자 Cue는 문구세트부터 현미경, 자전거까지 초등학생이 좋아할 만한 선물들을 주르륵 화면에 띄운다. 하지만 가격대가 너무 다양해 고르기 어렵다. “20만 원 이하 선물로 찾아줘” “남자 아이 선물로 골라줘” 미연 씨는 말을 이어갔다. Cue는 파란색 백팩을 추천했다. 딱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자 화면은 네이버 쇼핑으로 연결됐다. 설날에 만나 선물을 건네줄 기대를 하며 미연 씨는 기대에 부풀었다.
취미 부자
정소혜 씨의 하루
정소혜 씨는 짬짬이 유튜브 영상도 편집하고 웹툰도 그려 블로그에 올리는 취미 부자다. 그런 그가 요즘은 생성 AI로 취미활동하는 데 푹 빠졌다. 먼저 영상을 만들 땐 어도비의 생성 AI ‘파이어플라이’를 활용해 저작권 없는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 생성 AI ‘사운드로우(Soundraw)’로 BGM을 제작한다. 이 자료들을 영상 편집 AI, ‘브루(vrew)’에 넣으면 자동으로 컷편집을 해주고 자막도 생성해준다. 생성 AI를 이용하면 피사체가 계속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촬영도 가능하다. 즉 영상에 들어갈 대본을 종이에 써서 읽는 모습을 촬영해도, 계속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다.
웹툰을 제작하는 시간도 생성 AI로 크게 줄었다. 네이버 ‘웹툰 AI 페인터’를 사용하면 몇번의 터치만으로 자동 채색이 된다. 원하는 색을 끌어다 원하는 부분에 내려놓으면, 해당 부분에 색이 칠해지고 그 주변부도 어울리는 색으로 채워진다. 생성 AI로 시간을 번 소혜 씨는 다른 취미생활을 해볼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이제는 AI 리터러시를 고민해야 할 때
생성 AI는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활용도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겐 검색을 대신 해주는 검색창 정도의 역할만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영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자비스’처럼 훌륭한 개인 비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생성 AI를 잘 활용할까?
김란우 KAIST 디지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2023년 9월 14일부터 19일까지 전국 20~50대 직장인 1100명에게 생성 AI 활용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력이 높을수록, 월소득이 높을수록 생성 AI 사용 빈도수가 높았다. 김 교수는 “머리가 좋고 돈을 잘 버는 것이 생성 AI 활용 능력과 연관있는 것이 아니라, AI에 대한 사전 교육이 잘 된 사람일수록 새로운 AI의 등장에 빠르게 발맞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AI 리터러시’ 격차로도 설명할 수 있다. 리터러시는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AI 리터러시는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가올 미래에 AI 리터러시 격차는 피하기 어렵다. 가령 AI 교육을 자주 접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자주 접한 청소년에 비해 AI를 낯설게 여기고, 그 결과 AI를 적극적으로 학습하지 못한다.
AI 리터러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T는 모든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했다. 네이버는 ‘커넥트 재단’을 운영하며 유아부터 청소년, 일반 대중까지 다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AI,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야 놀자’라는 교육 프로그램은 AI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전국의 청소년에게 제공된다.
김 교수는 “대국민적인 AI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전국민이 AI와 친숙해져야, 앞으로 더욱 발전할 생성 AI 시대 속에서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