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방사선과 원소
정완상 지음│성림원북스
282쪽│2만 2000원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의 논문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최근의 수상들은 과학동아를 비롯한 매체의 기사에서, 더 오래된 연구들은 여러 과학 교양서에서 접하곤 한다. 특히 역사의 일부가 된 과거의 연구일수록, 그 구체적인 연구 내용과 방식이 담긴 과학자들의 논문 자체보다는 그 결과인 짧은 단어만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물리학자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 역시 이젠 그런 경우에 가깝다. 그들의 이름과 연구 업적은 그들이 발견한 자연 방사능 원소 2개인 폴로늄과 라듐 정도로만 짧게 기억될 뿐이다. 조금 더 설명을 붙인다면 방사능과 그 개념 정도일 듯하다.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 부부는 폴로늄을 발견한 1898년의 논문으로 앙리 베크렐과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또 마리 퀴리는 라듐을 발견한 1910년 논문으로 1911년 노벨 화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이렇게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논문에는 연구자들의 어떤 구체적인 생각과 실험 내용이 들어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방사선과 원소’는 바로 이 오래된 논문들 속에서 과학의 경이와 흥분을 새롭게 되살리는 책이다. 게다가 물리학, 화학에서 떠올리기 쉬운 수식보다 과학자들의 논문 속 실험 장치와 그 방법에 중점을 뒀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 이들과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앙리 베크렐은 물론, 자연 방사능 원소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공 방사선 X선을 발견한 빌헬름 뢴트겐(190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까지,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실험 물리학자인 덕분이다.
생활과 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는 방사선을 다루며 책은 인류에게 미시 세계라는 새로운 탐구의 문을 열어준 방사성 원소(폴로늄, 라듐)를 중심에 놨다. X선은 물론 전자, 중성자, 주기율표, 핵분열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과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핵심 성과들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축이어서다. 학교 과학 수업이나 대부분의 과학 교양서에선 유명한 이름과 그들의 핵심 업적 위주로 각각 배우는 과학적 발견들이 유기적, 인과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책 한 권으로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책은 노벨상 수상으로 역사에 남은 논문들이 완성되기까지, 반복된 실험들과 그 사이사이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도 놓치지 않는다.
위대한 발견을 이룬 과학자들의 논문을 직접 읽기는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방사선과 원소’는 이 논문들의 정수를 독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정교수와 화학양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수식이 필요한 어려운 부분도 고등학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서술하는 점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