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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만이 옳다는 독선은 버려야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증명할 수도 없는 것은 결코 과학적 사실이 될 수 없고 단지 이론일 뿐이다.-창조론측 입장

지난호 과학동아에 실린 '진화냐? 창조냐'라는 제목의 논쟁을 읽고서 진화론적 입장을 밝힌 글 가운데 '오늘날 진화는 확고부동한 사실로 인정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이러한 주장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먼저 진화라는 용어 자체의 정의가 필요한 것 같다. 진화라는 말의 단순한 의미는 '변화한다'라는 뜻인데 이런 의미로서의 진화는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화라는 말을 들을 때 원시적이고 간단한 생명체가 오랜 시간을 거쳐 복잡한 생명체로 점차 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의미하에서는 '진화가 사실이다'라고 결코 결론내릴 수 없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생명체에 조그만 변이(小進化, microevolution)가 일어나 같은 종안에서 다양한 변이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유전학자들에 의해 그 원리와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렇게 관찰할 수 있는 작은 변이가 다른 종으로 분화(大進化, macroevolution)되는데 있어서 그 근거가 된다는 것은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증명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진화를 통틀어 과학적 사실이라고 얘기할 수 없고, 다만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가정하고 추정하는 이론에 불과한 것이다.

과학자는 관찰되는 현상들을 종합해 이론을 제시할 수 있지만 아무리 그럴듯한 이론이라 하더라도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증명되지 않으면 이를 과학적 사실이나 법칙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에 대해 어떤 이론이 더 합리적인가를 살펴보고 논리를 전개할 수는 있지만 '진화는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점이 많다.
 

현존하는 생물과 닮은 꼴을 보여주는 선캄브리아기 화석. 길쭉한 잎모양을 한 선캄브리아기 화석(왼쪽 위)은 오늘날의 바다조름(오른쪽 위)과 유사하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의 선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발견된 원모양의 화석(왼쪽 아래)은 현재의 해파리(오른쪽 아래)와 흡사하다.
 

초파리는 잠자리가 될 수 없어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을 출판하면서 진화가설의 토대를 세웠다.

무생물로부터 생명체가 자연발생 했으며, 모든 생명체는 상호연관돼 있고,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종들이 분화되고 진화됐다는 다윈의 이론은 그후 꾸준히 수정되고 보완됐다. 일반적으로 진화론자들은 생물체 집단에 유전자 돌연변이 및 자연도태가 일어나고 이주나 격리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전자 빈도의 변화가 생겨 서서히 새로운 종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후천적으로 얻어진 획득형질은 자손에게 전달되지 않음이 이미 실험적으로 증명됐으며, 실제로 자연상태에서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극히 드물게 일어난다. 우리 몸은 46개의 염색체에 저장돼 있는 유전정보의 주관하에 성장 대사 호흡 소화 등 일체의 생리현상을 수행하게 된다.

하나의 구조유전자가 발현되는 동안에도 조절유전자에 작용하는 수십종의 효소나 조절단백질이 필요하다. 이런 필수적인 단백질 가운데 한가지라도 돌연변이가 일어나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생명현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생명체는 돌연변이된 유전자를 재빨리 인식하고 이를 정상적으로 고치고 수리하는 효소(repair enzyme)들을 갖고 있어 주어진 유전정보를 보존하고 있다. 또한 특정집단에서 어떤 개체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대개 그 집단 내에서 배척을 받게 돼 변이 된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달되기 어렵다. 생물의 각종마다 유전적 한계가 있어서 다른 종으로 변할 수 없다.

실험실에서 X선이나 화학물질로 초파리를 아무리 돌연변이 시켜도 변이된 초파리만 남지, 이것이 잠자리가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초파리는 잠자리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유전정보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은 같은 종안에서 서로 교배하고 번식한다.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바뀌는 일은 결코 없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발현질서가 정교하면서도 엄격하게 유지되고 조절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유전정보 한계 내에서의 다양성과 변이는 흔히 관찰되고 있지만 각 개체가 갖고 있는 유전자는 외부환경에 의해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이 점을 놓고 본다면 생물은 처음부터 설계되고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견해다.

고도의 능력을 보여주는 캄브리아기 화석

만일 종에서 종으로 바뀌어 1백50만종에 달하는 다양한 생물이 형성됐다면 모든 생물이 분화될 때의 공통 조상이 수없이 발견돼야 할 터인데 화석의 자료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생대 지층중 제일 오래된 캄브리아기 지층의 화석들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현존하는 생물들의 모습과 별로 차이가 없다. 이 고대생물들이 원시적이고 간단한 형태를 가졌다고 확언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1910년 찰스 월코트(Charles Walcott)는 캐나다 로키산맥을 횡단하다가 캄브리아기 화석들을 다수 발견 했다. 그는 대단히 고운 흙에 보존돼 있는 연체동물의 화석과 많은 종류의 벌레, 새우와 게종류 등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떤 화석에는 위나 소장 같은 소화기관까지 나타나 있었으며 벌레나 갑각류의 구조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또 눈이나 감각기관은 잘 발달된 신경조직을 갖고 있었고 아가미의 구조로 보아 용존산소(DO)를 취한 뒤 이를 온몸으로 운반하는 혈관조직을 가졌음을 짐작케 했다. 또 개중에는 메뚜기처럼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것도 있었다. 이 탈피 메커니즘은 아직도 완전히 이해되지 못한 복잡한 생리현상이다. 그런가 하면 세밀한 입의 구조는 물에서 특별한 먹이를 취하는 데 알맞도록 잘 발달돼 있었다.

이렇게 정교하고 발달된 동물들이 갑자기 그리고 다양하게, 가장 오래된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발견되는데 이들의 조상은 어디에 있는가.

곤충의 화석도 고생대의 펜실베이니어기 지층에서 수백 종이 발견됐다. 그러나 그 아래 지층인 미시시피기나 데본기 지층에서는 그것보다 조금 앞선 생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또 중생대에 번성했던 공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보다 앞선 고생대에서 공룡의 조상이 될만한 화석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단세포 생명에서 수많은 생물로 발전되려면 각 시대에 걸쳐 수많은 전이형태의 생물들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화석이 지층마다 나타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진화론측에서는 '과학동아' 논쟁에서 '진화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종분화는 소규모의 고립된 지역에서 생식적 격리를 통해 신속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변이된 종의 수가 극히 적고 쉽게 도태되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많은 단계의 전이가 모두 신속하게 이뤄져 화석화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쉽게 도태돼 버리는 생물을 통해 어떻게 그 많은 종이 분화돼 나올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선캄브리아기 지층에서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진화론측에서는 '단세포생물로부터 진화된 초기의 후생동물들은 연약한 몸체를 가졌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기에 부적합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브리아기 지층에서는 연한 몸을 가진 벌레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또 수많은 진화의 단계마다 화석으로 남기에 부적합한 생물만 발생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룡의 조상도 화석이 될만한 몸의 구조를 갖지 못해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각 지층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생물이 갑자기 출현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본적인 구조도 변함이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가장 오래됐다고 추정되는 박쥐의 화석을 보면 지금의 박쥐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진화론에 따르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끊임없는 변이가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화석의 기록은 그렇지 않다.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나온 갈색 숙산보배조개화석(오른쪽)과 오늘날의 숙산보배조개
 

「바람직한 괴물이론」

클라크(Clark)는 '우리가 어느 시대의 화석을 조사해도 금방 자신있게 이것은 갑각류, 이것은 불가사리 또는 완족류(Brachiopod)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애매모호하게 생긴 종, 즉 종과 종을 이어주는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간단계의 화석으로 시조새를 많이 언급하는데 1979년 올슨(Olson)과 페두치아(Feduccia)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Nature)에 그와 관련된 논문을 게재했다. 그들은 시조새의 흉부와 날개 및 깃털에 대한 해부학적 검토작업을 수행, 시조새가 현대의 새와 같이 동력비행(powered flight)을 할 수 있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또한 제리슨(Jerison)은 시조새 두개골 연구를 통해 시조새가 전형적인 조류의 두개골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동력비행에 필요한 복잡한 움직임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조직을 지니고 있었음을 밝혔다. 오늘 날의 새처럼 완벽하게 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시조새는 조류 특유의 잘 발달된 심장 및 순환계 호흡계 등을 갖추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파충류에서 하늘을 나는 조류로 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비늘이 깃털로 바뀌고, 발이 날개로 변하고, 근육 신경조직 순환계 호흡계 등이 날기에 알맞도록 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단계적인 변이와 진화를 보여주는 화석은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시조새는 공룡시대에 살았던 독특한 특징을 가진 완전한 새였다고 결론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양한 생물화석이 완전한 형태로, 그것도 갑자기 대량으로 출현하는 것은 생물이 종류별로 설계되고 만들어졌다는 창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화석의 기록에서 점진적으로 진화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하버드대학의 굴드교수는 단속평형설을 주장했다. 이 이론은 1940년 버클리대학의 골드슈미트(Goldschmidt) 교수가 '진화의 물질적 근거'(The Material Basis of Evolution)라는 저서에서 '바람직한 괴물이론' (Hopeful monster theory)으로 주장했던 것을 엘드리지와 굴드가 다시 제안한 것이다.

이를테면 가끔 머리가 두개 달린 거북이나 다리가 둘 밖에 없는 양이 태어난 뒤 곧 죽어버리지만 언젠가는 이런 괴물이 살아남기도 하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더 좋은 형질의 바람직한 괴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 단속평형설의 요체다. 어느 날 뱀의 알에서 새가 나온다면 파충류에서 조류로 중간형태 없이 곧바로 진화될 수 있는데, 현존하는 생물들이 바로 그렇게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종과 종을 이어주는 전이형태가 필요없게 된다. 아무튼 이 이론은 오랜 세월 동안 점진적으로 서서히 변화한다는 다윈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론도 생물간의 간격이 커질 경우 설 땅을 잃게 된다. 예를 들어 개와 늑대, 쥐와 생쥐 사이의 간격도 상당하지만 육지에 사는 포유동물의 조상이 어떻게 도약적인 진화를 해서 바다의 포유동물인 고래의 조상으로 변할 것인가. 더구나 연체동물의 조상이 5백만년 혹은 1천만년 동안 변하지 않다가 갑자기 절지동물의 조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는 도무지 믿기 어렵다. 또 이 이론에 따른다면 기존의 진화론자들이 애써 주장 하는 중간형태의 생물(시조새 등)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현존하거나 멸종한 수백만종의 생물들이 모두 이러한 비약적인 진화에 의해 분화됐다고 보기는 참으로 난감하다.

엘드리지 자신도 지난 5억년 간의 지층을 조사했지만 중간형태의 생물체를 발견할 수 없었음을 1978년 한 신문(The Guardian Weekly)을 통해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따라서 단속평형설도 진화론의 고민을 나름대로 그럴듯하게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증명될 수 없는 이론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인류진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남자의 정자에는 없고 여자의 난자에만 있으므로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여자→여자로만 전달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인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리, 변이정도를 비교조사해 보았는데 의외로 변이가 적었다. 이 연구를 수행한 학자들은 수천년에 한번 돌연변이가 일어났다고 가정, 인류 최초의 여자조상이 20만년 전에 출현했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남자에게만 전달되는 Y염색체도 같은 방법으로 분리, 변이된 정도를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남자조상도 역시 20만년 전에 처음 출현한 것으로 추정됐다. 기존의 진화론자들은 인류가 신생대 제4기 홍적세, 즉 약 3백만년 전에 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인류의 출현시기에 대해서도 두 이론은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이 생명을 연구하면 할수록 생명은 더욱 복잡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일 세포하나를 서울시만큼 확대해 본다면 그 복잡함과 정교함에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세포가 분열할 때는 세포내의 모든 체계들이 놀랄만큼 정확하게 나뉘어진다. 그래야 분열해 나온 새 세포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서울시를 똑같은 두개의 도시로 나누려면 수년이 소요되겠지만 세포는 수분 내에 이 일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이러한 정교한 생명의 모습들이 저절로 우연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1백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 하나가 저절로 합성될 확률은 ${10}^{-130}$이다. 어떤 사람은 '지극히 작은 확률이긴 하지만 확률제로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DNA RNA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등 생명체의 모든 구성성분을 다 모아 놓는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생명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쇠고기 한근에는 이러한 구성성분이 다 존재하지만 누구도 생명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자연속에 감춰진 오묘한 질서와 조화를 발견하는 일을 하지만 과학자 스스로가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와 생명 속에 놀라운 질서와 아름다운 자연법칙이 있다는 사실은 이를 부여한 원인자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게 움직이는 우주의 모든 법칙들이 우연히 저절로 생겨났다면 이 법칙들은 언제나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는 자연계의 질서와 법칙이 불변이라는 가정과 전제하에 과학적 연구와 탐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진화론은 가설임에도 불구하고 생물학 지질학 물리학 화학 등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철학 신학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우리의 삶의 태도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종합적인 바른 이해를 갖기 위해서는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이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연구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재료공학자 핵공학자 식품영양학자 등이 함께 참여, 생명의 기원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종합적인 접근법으로 간주할 수 있어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양쪽의 이론과 주장에 모두 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스스로 비교하고 판단하게 하는 것이 공정 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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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경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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