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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이슈] 과학동아로 돌아본 올해의 이슈 10

시간을 ‘흐른다’고 표현하는 것은 붙잡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3년이 왔다가, 지나가고 있다. 과학은 2023년을 기억할만한 성과와 이슈를 남겼다. 모두를 놀라게 했고, 기쁘게 했고, 또 씁쓸하게 만들었던 10개의 과학이슈를 정리했다. 함께 2023년을 되돌아보자.

 

① 생성형 AI 챗GPT 사용자 1억 명 달성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OpenAI는 2022년 11월 30일 챗GPT 베타버전을 발표했다. 2020년에 출시한 GPT-3의 개량 모델 GPT-3.5를 기반으로 제작한 베타버전은 인간의 피드백을 활용한 강화학습, ‘RLHF(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를 통해 언어모델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챗GPT는 2023년 1월, 발표 2개월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억 명을 돌파하며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떠올랐다. MAU란 해당 월에 한 번이라도 접속한 사람 수다. 틱톡은 9개월 만에, 인스타그램은 30개월 만에
1억 MAU를 달성한 것과 비교한다면, 챗GPT가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관심의 대상이 됐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챗GPT가 화제가 된 것은 기존 대화형 AI와 비교해 이용자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준 높은 대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챗GPT는 생성형 AI에 대한 논의도 촉발했다. 생성형 AI는 이미 만들어진 기존 창작물을 학습한 뒤 이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생성한다. 이 때문에 저작권 침해 논란과 함께 거짓 정보 확산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특히 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는 챗GPT의 수준 높은 에세이, 논문 작성 능력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챗GPT 접속 차단, 챗GPT 텍스트 탐지 서비스 등 규제 및 문제 해결 방안이 제시됐다.

 

한편 챗GPT는 2023년 3월 OpenAI가 공개한 고성능 LLM, GPT-4로도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GPT-4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입력도 가능한 멀티모달 모델이며, GPT-3.5에 비해 기억할 수 있는 단어의 개수가 8배나 많아졌다. 앞으로 LLM의 성능이 더 좋아짐에 따라, 생성형 AI의 능력 역시 함께 강화될 것이다.

 

② 누리호, 최초의 실전 비행 성공

 

5월 25일 오후 6시 24분. 누리호가 8기의 인공위성을 태우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누리호는 목표 고도 550km에서 목표 속도인 초속 7.58km로 인공위성 7기를 분리 및 사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1t(톤) 이상의 실용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7개국 반열에 올랐다.

 

누리호는 2010년 개발을 시작한 한국형발사체다. 2021년 10월에 1차 발사를 했으나 당시엔 목표 속도에 미치지 못해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내려놓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6월, 2차 발사에서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23년 5월에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한국천문연구원과 민간기업에서 개발한 6개의 큐브위성을 우주로 올려보냈다. 진짜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는 실전 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누리호를 6시 24분에 발사한 것은 주탑재체였던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여명-황혼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여명-황혼 궤도에서는 24시간 태양 빛을 받아 전력을 계속 충전할 수 있다. 또한 여명-황혼 궤도는 궤도면이 태양에 항상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는 태양동기궤도다. 태양동기궤도에서 인공위성은 특정 지역 상공을 늘 같은 시각에 지난다. 인공위성 관측과 시계열 데이터 확보에 강점이 있다.

 

한편 누리호 1~3호가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을 통해 이뤄진 것과 달리, 앞으로 누리호 4~6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제작을 담당한다. 체계종합기업이란 발사체 제작을 총괄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발사 운용을 함께하는 기업이다. 발사체 제작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것은 민간 기업 중심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③ ‘제로슈거’ 전성시대, 대체 감미료 유해성 논란

제로 음료, 제로 쿠키, 제로 아이스크림, 심지어 제로 술까지. 그야말로 ‘제로 단맛’ 식음료 전성시대다. 설탕 과잉 섭취가 비만, 당뇨, 충치 등 건강 문제로 이어지며 열량이 적거나 없는 대체 감미료가 인기를 끈 것이다. 하지만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체중 조절 목적으로 제로슈거 제품을 먹지 말라는 권고안을 내고, 7월에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해 대체 감미료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5월 15일 WHO는 비당류감미료(NSS)가 장기적으로 체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아스파탐, 사카린, 스테비아 등의 비당류감미료가 자체적으로 유해하다기 보다는, 비당류감미료가 일으킬 수 있는 단맛 중독을 우려했다. 프란체스코 브란카 WHO 국장은 “비당류감미료는 영양적 가치가 없다”며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품 단맛을 전체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7월 14일에는 WHO 소속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아스파탐을 발암 위험도 2B군의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2B군은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발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고려되는 물질을 말한다. WHO는 아스파탐과 간암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를 근거로 아스파탐 과다 섭취를 경고했다.

 

하지만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kg 당 40mg다. 이는 60kg의 성인이 250ml 제로 콜라를 하루 55캔 먹어야 하는 수준이다.

 

④ 꿈의 물질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 개발 논쟁

7월 22일, 전 세계 과학계의 관심이 한 곳으로 모였다. 화제의 중심에는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LK-99’ 논문이 있었다. 비록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결론지어졌지만, 이 사건은 초전도체와 초전도체 연구에 대한 관심을 크게 환기했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영하 269℃에서 고체 수은의 저항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관찰했다. 최초의 초전도체 현상을 포착한 것이다. 이후 1957년 미국 일리노이대 소속 세 명의 물리학자 존 바딘, 리언 쿠퍼, 존 슈리퍼가 이 현상을 ‘BCS 이론’으로 정리했다.

 

초전도체는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시켰을 때 전기저항이 0이 되며,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난다.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나면 물질이 반자성을 띠면서 자석을 밀어내는 힘이 생긴다. 즉 자석 위에 뜬다. 지금까지 개발된 초전도체는 극저온이나 초고압 환경을 조성해야만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초전도 현상을 활용하려면 큰 제약이 따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연구자들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꿈의 물질’을 찾고 있다.

 

그러던 중 한국 연구진이 LK-99가 127℃ 이하, 1기압 환경에서 초전도 특성을 보인다는 논문을 발표해 전 세계 과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논문 발표 5~7일 후 중국 선양국립재료과학연구소와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LK-99가 초전도체일 수 있다는 검증 논문을 발표해 그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하지만 이후 시뮬레이션 연구가 아닌 실험 연구가 진행될수록 부정적인 검증 결과가 나왔고, 결국 국내외 학계는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는 결론에 합의했다.

 

⑤ 핵융합 점화로 순에너지 생성 성공

2022년 12월 인류는 최초로 핵융합 ‘순에너지’를 생산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국립점화시설(NIF)에서 2.05MJ(메가줄〮1MJ은 100만 J)의 에너지를 넣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고 3.15MJ의 에너지를 얻었다. 올해 7월에는 같은 에너지를 넣어 3.88MJ이라는 더 많은 순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지구에서 인공태양을 만들고자 하는 핵융합 에너지 연구의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1939년 미국의 핵물리학자 한스 베테가 태양이 핵융합으로 빛과 열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래로, 인류는 지구에서 핵융합을 구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수소 원자핵들이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게 만드는 태양의 강한 중력을 지구에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과학자들은 대신 초고온 환경을 조성했다. NIF는 핵융합 연료를 캡슐로 만든 뒤, 레이저나 이온빔 등으로 에너지를 가해 캡슐을 폭발시키는 관성 가둠 핵융합 방식을 사용하는데, 에너지가 집중될 때 캡슐 표면의 온도는 3726℃, 연료 중심부 온도는 1억 ℃까지 올라간다.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7개국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프랑스 카다라쉬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실험장치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건설하고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실증할 계획이다. 2035년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결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심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⑥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작

8월 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쌓여 있던 오염수가 최초로 해양에 방류됐다.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가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에 버리겠다는 도쿄전력의 계획을 승인한 데 따른 결과였다. 이후 10월 5일에는 2차 방류, 11월 2일에는 3차 방류가 이뤄졌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는 10월 12일 기준 총 133만 5000여 t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2011년 태평양 해역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해 지진해일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를 덮쳤고, 그 여파로 원자로가 폭발하며 연료와 냉각수, 빗물, 지하수 등이 섞인 오염수가 만들어졌다.

 

오염수 방류는 정화와 희석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쿠리온과 사리라는 장치로 방사성 핵종인 스트론튬(Sr)과 세슘(Cs)을 제거한 뒤, ALPS(알프스)라는 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 62종의 방사성 핵종을 추가로 거른다. 이후 방사성 핵종 농도를 측정해 기준치 이하면 희석, 기준치 이상이면 다시 알프스로 반복 정화하는 방식이다.

 

올해 방류된 오염수는 총 2만 3398t이다. 1차 방류로 7788t, 2차 방류로 7810t, 3차 방류로 7800t이 바다로 흘러 나갔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방류를 네 차례 더 실시해 3만 1200t의 오염수를 추가로 처분할 계획이다. 그리고 앞으로 30년에 걸쳐 지금까지 발생한 오염수를 모두 방류할 예정이다.

 

⑦ 2024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16.6% 삭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됐다. 2024년 국가 R&D 예산은 25조 9000억 원으로 2023년 31조 1000억 대비 16.6%가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온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맸던 시기에도 삭감되지 않았던 국가 R&D 예산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R&D 예산 삭감은 2023년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카르텔에 따른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R&D 예산은 4~5% 증액이 계획돼 있었으나 해당 발언으로 예산 편성 작업이 전면 재검토됐다. 이후 8월 29일, 2024년 정부 예산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며 R&D 예산 삭감이 공식화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주요사업비 삭감 규모는 25.2%에 달한다. 출연연은 24개의 인문사회 분야 기관과, 25개의 과학기술 분야 기관으로 나뉘는데,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의 예산이 최소 14.9%, 최대 28.6% 감액됐다. 예산이 28%대로 대거 삭감된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은 12개에 이른다. 2024년 과학기술 연구에 큰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 외에 KAIST, DG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의 주요 사업비도 12%가량 줄었다.

 

⑧ 인도 무인 달 착륙선, 인류 최초 ‘달 남극’ 착륙

8월 23일, 달 남극 부근 남위 70도에 위치한 보구슬라우스키 분화구 서쪽에 달 탐사선이 무사히 착륙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개발한 찬드라얀 3호다. 인도는 미국, 옛소련, 중국에 이어 달 착륙에 성공한 4번째 국가가 됐다.

 

인도의 달 착륙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찬드라얀 2호를 발사했지만 달 착륙에 실패했다. 두 번째 도전인 찬드라얀 3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발사일이 미뤄지기도 했다.

 

찬드라얀 3호는 달의 남극에 최초로 착륙한 탐사선이다. 미국, 옛소련, 중국의 착륙선은 모두 달의 적도 부근에 착륙했다. 특히 2023년 러시아가 쏘아 올린 달 탐사선 루나 25호는 찬드라얀 3호보다 2일 먼저 달 남극에 착륙할 예정이었으나, 목표 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하지 못해 추락했다.

 

인도와 러시아 등이 달 남극으로 향한 이유는 물 때문이다. 달의 남극에는 태양 빛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곳에 다량의 물이 얼음 형태로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물은 앞으로 달을 개척할 때 식수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소와 수소로 분해돼 연료의 재료도 될 수 있다. 찬드라얀 3호는 달의 남극에 얼음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달 남극 표면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미션을 받았다.

 

하지만 착륙 성공의 기쁨도 잠시, 13일간의 탐사를 이어가던 찬드라얀 3호는 기온이 영하 100℃까지 떨어지는 달의 긴 밤에서 깨지 못했다.

 

⑨ 스마트 변기 개발한 한국 연구자, 이그노벨상 수상

변기로 떨어지는 대소변을 스캔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스마트 변기’를 개발한 공로로 박승민 싱가포르 난양공대 화학, 화학공학 및 생명공학부 교수가 2023년 이그노벨상 공중보건상을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유머과학잡지 ‘황당무계 연구 연보’가 1991년 제정한 이그노벨상은 다시 할 수도 없고 다시 해서도 안 되는 업적에 수여되는 상으로 불린다. 박 교수는 5번째 한국인 이그노벨상 수상자다.

 

스마트 변기는 인공지능(AI), 초고속카메라 등을 이용해 대소변을 분석한다. 박 교수는 인터넷에 공개된 대변 사진 3000여 장을 분류해 AI에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AI가 사용자의 대변 형태, 크기, 색깔을 보고 건강 상태를 유추할 수 있게 했다.

 

소변이 변기에 떨어지는 속도와 양은 1초에 240장을 찍는 고속카메라가 포착한다. 박 교수는 “이렇게 매일 모인 대소변 데이터로 번거로운 검사 없이 몸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스마트 변기의 궁극적 목표”라 말했다.

 

대소변은 이그노벨상이 특히 사랑하는 연구 주제다. 2005년 펭귄 똥 연구가 이그노벨상 유체역학상을 수상했고, 2015년엔 포유류 오줌 연구가, 2019년엔 웜뱃의 똥 연구가 각각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았다.

 

(10)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한 mRNA 백신, 노벨상 수상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면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10월 2일, 노벨위원회는 커리코 커털린 독일 바이오엔테크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를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코로나19 mRNA(메신저 RNA) 백신 개발을 가능케 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mRNA 백신은 인체가 외부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을 뒤엎는다. 인체는 RNA가 외부에서 들어오면 다양한 염증 사이토카인을 유도해 침입한 RNA를 파괴하고,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억제하는데 이것이 선천면역반응이다. 백신을 만들려면 이 선천면역반응을 회피해야 한다.

 

두 과학자는 2005년, 변형된 뉴클레오사이드를 재료로 mRNA를 만들어 인체에 투입하면 선천면역반응을 줄이고, 백신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발현 효율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제약회사 모더나와 화이자는 이 원리를 바탕으로 mRNA를 구성하는 네 가지 염기 중 유리딘(U)을 사용하지 않고, 메틸 슈도유리딘을 활용해 mRNA 백신을 빠르게 제작했다.

 

커리코 부사장은 1989년부터 mRNA 연구를 시작했지만, 그녀의 연구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부분의 연구 과제에서 떨어지고, 주요 저널에서 논문 게재를 거절당하기도 했다. 1995년에는 펜실베이니아대 정규 교수 임용에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커리코 부사장은 대학에 남아서 계속 연구를 했다. 포기하지 않은 과학자가 코로나19로부터 수십억 인구를 살렸다.

202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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