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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웅배의 '최애 은하'] 별의 쏟아지는 은하의 중심을 찾아서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아주 멋진 사진을 새로 공개했다. 바로 막대 나선은하 NGC 5068의 중심부 모습이다.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을 비롯해 허블 우주망원경, VLT, ALMA 등 다양한 파장대의 망원경을 총동원해 우리 은하 주변의 가까운 은하들을 세밀히 관측하는 대규모 관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름하여 PHANGS(Physics at High Angular resolution in Nearby GalaxieS)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우리 은하에서 가까운 은하 19개의 모습을 아주 자세히 파악했다. 이번에 공개한 이미지는 처녀자리 방향으로 약 1700만 광년 떨어진 막대 나선은하의 중심부가 그 주인공이었다. 

 

    제임스 웹은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 속 별들의 모습을 꿰뚫어 봤다. 기다란 막대 구조를 따라서 나이가 많고 무거운 별들이 아주 높은 밀도로 모여 밝게 빛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또 그 막대 구조 바깥으로 이어지는 나선팔을 따라, 붉게 달아오른 먼지 구름 띠까지 포착했다.

 

은하의 중심 막대 구조의 미스터리

 

나선은하의 약 30%는 이런 막대 구조다. 최근 가이아 망원경으로 완성된 우리 은하 속 별들의 정밀 지도에 따르면 우리 은하도 그 중심에 긴 막대 구조가 있다.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는 중심부 주변 별들의 공전 궤도 주기가 비슷한 비율로 공명을 이루면서, 별들이 막대 구조를 따라 높은 밀도로 분포하는 것처럼 보인 결과다. 함께 도는 천체들의 공전 주기가 깔끔한 정수비를 가지는 궤도 공명이 이뤄지면 별들의 궤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궤도 주기가 특정한 별들만 더 밀집돼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는 은하 전체의 진화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막대 구조와 은하의 진화 간의 정확한 관계엔 미스터리가 많다.

 

그중 가장 난감한 문제는 막대 구조가 진화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측만으론 막대가 더 길어지며 성장하는 중인지, 더 짧아지며 파괴되는 중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막대 구조의 진화는 수억 년 동안 진행된다. 따라서 몇 년 관측해서는 그 사이에 막대가 길어졌는지 짧아졌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막대 구조의 진화 방향성을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했다! 오랫동안 추적 관측을 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의 스냅샷 하나만으로 성장 중인 막대와 파괴되는 중인 막대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올해 6월 1일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막대 구조, 블랙홀, 별 탄생의 삼각관계

 

오래 전부터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는 은하 외곽의 가스 물질을 은하 중심부로 끌어모은다고 추정돼왔다. 일종의 가스 유입 통로인 셈이다. 이 때문에 막대 구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은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첫째는 새로운 별을 폭발적으로 늘린다. 별은 가스 물질이 높은 밀도로 반죽돼 탄생한다. 막대 구조를 따라 은하 외곽의 가스가 모이면 별 탄생이 촉진될 수 있다. 둘째는 이 가스 유입이 은하 중심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에도 먹이를 준다. 가스 물질이 많아져 블랙홀은 ‘폭식’을 하고 더 활발히 에너지를 분출해, 은하도 더욱 빛나는 활동성 은하가 된다. 막대가 길어질수록 은하의 별 탄생, 중심 블랙홀의 활동성이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있다. 그간의 관측 결과에선 막대 길이와 은하 진화 간에 상관 관계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 큰 이유 중 하나는 은하의 별 탄생과 블랙홀의 활동성 자체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다. 은하 중심 블랙홀이 난폭해지면 블랙홀이 제트와 물질을 토해내면서 은하가 품고 있던 신선한 가스 물질도 밖으로 밀려난다. 그러면 별을 만들 수 있는 신선한 재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별 탄생 효율도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막대 구조에 의한 진화 효과만 구분하려면, 중심에 활동적인 블랙홀이 있는 은하와 없는 은하를 나눠야한다.

 

이번 연구에선 1만 여 개의 은하를 자동 분석해, 중심에 막대 구조를 보이는 은하 약 3600개를 선별했다. 그중 중심 블랙홀이 활동성을 띠는 은하와 그렇지 않은 은하를 각각 활동성 은하와 잠잠한 은하로 세분했다.

 

막대 구조가 일으키는 은하의 진화 효과만 순수하게 구분하기 위해, 막대 구조가 별 탄생에 미치는 효과를 볼 땐 잠잠한 은하만 분석했다. 활동성 은하의 경우엔 중심 블랙홀의 활동성이 존재하는 탓에 막대 구조와 중심 블랙홀이 별 탄생에 끼치는 효과를 나누기 어렵다. 막대 구조가 중심 블랙홀의 활동성에 미치는 효과를 볼 땐 활동성 은하만 분석했다. 각각의 은하와 중심 막대 구조 간엔 어떤 관계가 숨어있을까.

 

우주 하루살이가 우주의 전모를 읽는 법

 

은하 중심부에 있는 막대 구조의 형태를 나누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막대 구조의 길이다. 물론 은하가 클수록 막대도 크기 때문에, 은하 자체의 크기를 표준화한 후에 동등한 상태에서 비교해야한다. 그래서 은하 원반의 자체 크기에 비해 중심 막대 길이가 얼마나 긴지 그 상대적 비율을 수치로 사용한다. 또 다른 기준은 기다란 타원형의 막대 구조가 얼마나 통통한지, 즉 이심률이다. 이 두 기준에 따라 은하의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은하들에서 별이 탄생하는 현상은 오직 막대 구조의 길이하고만 관계가 있었다. 막대가 길수록 은하에선 별이 더 많이 태어났다. 막대가 성장하면서 가스 유입이 많아지고 별 탄생도 촉진된다는 뜻이다. 더 정확히 은하 중심부만 비교해봐도, 막대가 긴 은하에 별 탄생이 집중됐다. 즉 중심에 잠잠한 블랙홀이 있는 은하에서, 막대 구조는 별 탄생을 촉진시키며 성장 중이다.

 

그런데 중심 블랙홀이 활발한 은하에서는 결과가 정반대였다. 우선 은하 중심 블랙홀의 활동성 수준과 막대 구조의 유무는 큰 관계가 없었다. 이는 막대 구조가 은하 중심 블랙홀을 성장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은하 중심의 블랙홀 질량은 오직 막대 구조가 통통한 정도, 즉 이심률하고만 관계가 있었다. 은하 중심 블랙홀이 무거울수록 막대 구조는 통통해지고 짧아진다. 즉 블랙홀의 성장이 막대 구조를 오히려 약화시킨다. 그간 일부 시뮬레이션에서만 제기된, 블랙홀 성장에 따른 막대 구조의 파괴에 대한 관측 증거가 될 수 있다.

 

정리하면 막대 은하들의 진화는 일종의 사이클을 따라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막대 구조가 없던 은하에서 막대가 형성된다. 이웃 은하와의 상호작용이나, 은하 중심 별들끼리의 상호작용 등 여러 원인이 가능하다. 막대 구조가 형성되면 점점 더 많은 가스 물질을 은하 중심부로 끌어모은다. 특히 은하 중심에서 더 많은 어린 별이 태어난다. 동시에 막대는 길게 자란다.

 

시간이 지나 은하 중심에서 블랙홀이 깨어난다.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성장하고 무거워지며, 중심 별들의 궤도 공명이 흐트러지고 가늘고 긴 뚜렷한 막대 구조가 통통하고 둥글게 변해 약해진다. 블랙홀이 최대가 되면 막대 구조는 거의 사라진다.

 

이 발견을 다양한 은하에 적용하면 재밌는 추론이 가능하다. 어떤 두 은하의 중심에서 길이가 정확히 같은 막대 구조가 발견됐다고 생각해보자. 사진만으론 두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가 진화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 각각의 은하 중심에 잠잠한 블랙홀과 활동성 블랙홀이 있다면? 전자인 잠잠한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는 성장하는 중이며, 후자인 활동성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는 파괴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138억 년의 우주 역사에서 찰나를 스쳐간다. 스냅샷에 불과한, 현재의 모습만으로 우주의 진화를 느껴야한다. 놀랍게도 인류는 수천, 수만 개의 은하를 한꺼번에 분석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우주의 진화를 모두 느끼기에 우리 삶은 너무 짧다. 그럼에도 ‘우주 하루살이’들은 느린 우주의 진화에 템포를 맞추며 그 과거와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이번 연구가 욕심 많은 인류에게 아주 작은 단서가 되길 바란다.  

 

 

| 참고논문

doi: 10.1038/s41586-022-04665-6

 

 

지웅배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은하들이 사랑을 나누고 상호작용하는 세계를 연구한다. 우주를 가이드하며 현실 세계에서의 은하철도 999 차장을 꿈꾼다.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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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지웅배 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연구원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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