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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목적에 따른 글쓰기

연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

① 연구할 주제는 일상에서 찾는다.
② 읽는 사람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 방법을 상세히 적는다.
③ 연구 결과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분석해 다양한 결론을 유추해낸다.


사람들은 흔히 ‘연구 활동’이라고 하면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하루 종일 현미경을 들여다보거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연구 보고서는 또 어떤가. 글쓰기라는 말만 들어도 식은땀부터 흘리는 이공계 학생들은 사실 연구하는 일보다 보고서 쓰기가 더 어렵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연구 보고서 쓰기는 의외로 쉽다. 연구란 무조건 과학적이고 새롭고 심오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면 연구 보고서가 학교에서 쓰던 실험 보고서에서 형식만 조금 달라졌을 뿐,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주제는 일상에서 찾아라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연구 주제다. 학생들은 보통 더 과학적인 주제, 더 참신한 주제를 찾기 위해 고심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연구를 어렵게 느끼게 만드는 고정관념이라는 사실! 자신이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주제, 본인의 수준에 맞는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항상 학생들에게 연구 주제를 주변의 자연이나 일상생활에서 찾으라고 조언한다. 생활에 밀접한 주제일수록 실험자나 읽는 사람이 더 흥미롭게 느끼기 때문이다. ‘굳은 포스터 물감에 어떤 용액을 넣으면 다시 무르게 변할까’, ‘알약 캡슐은 어떤 환경에서 잘 녹을까’, ‘학교 연못 속의 바위는 왜 색깔이 변할까’ 같은 생활 속 사소한 궁금증이 좋은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다.

때로는 이미 알고 있는 현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주제를 찾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현상을 보고 극성과 무극성의 개념을 떠올렸다면, 실제로 극성과 무극성 분자를 만들어봄으로써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은 무극성 분자의 특성을 유추해낼 수 있다. 또 기타 소리를 듣고 현의 특성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창의적인 주제를 뽑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주제를 정할 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주제의 범위를 항상 자신의 능력에 맞게 정해야 한다는 점. 범위가 너무 방대한 경우에는 실험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고, 반대로 주제가 너무 간단한 경우에는 심도 있는 연구를 할 수 없다. 주제를 정할 때는 선생님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간 계획과 팀 구성이 중요

연구 활동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먼저 사전 조사는 인터넷이나 전공 관련 서적을 활용한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를 찾아가 직접 조언을 들을 수도 있다.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운 뒤에는 학교 실험실에 구비된 각종 실험 장치를 이용해 실제로 실험을 진행한다. 간단한 실험이라도 직접 해보는 경우와 하지 않는 경우, 연구 보고서의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단 위험한 실험은 과학 선생님에게 반드시 도움을 요청하도록 한다.

연구는 시간 계획을 세운 뒤에 진행해야 한다. 연구를 무작정 계속하는 것은 시간과 인력의 낭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연구 활동은 2주 내에 끝낼 수 있다. 첫 주에는 연구 계획을 세우고 관련 지식을 조사한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 실험한 뒤 둘째 주에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 작성을 마친 뒤에는 추가 실험을 진행해 보고서를 완성한다. 연구가 한 학기 또는 한 해에 걸쳐 진행된다면 연구 계획, 사전 조사, 실험, 연구 보
고서 작성, 추가 실험, 보고서 수정을 6단계로 기간에 맞게 적절히 나눠야 할 것이다.

한편 시간 계획만큼 중요한 것이 팀 구성이다. 연구는 보통 여러 명이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최대한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팀을 구성하는 게 좋다. 팀원들 각각이 다른 재능을 가지면 팀 자체는 다양한 재능을 갖게 되고, 생각이 다른 친구들끼리 모이면 같은 결과를 두고도 결론을 다양하게 뽑아낼 수 있다.

팀원 모두는 각자의 역할을 맡아 성실히 수행하고 다른 팀원들과 협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연구의 전체 맥락은 함께 토론하되, 사전 조사는 연구를 작은 부분으로 나눠 각자 진행한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개인이 조사할 땐 보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발견해낼 수 있다. 한 명의 똑똑한 학생이 있는 팀보다 여러 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팀이 더 좋은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는 이유다. 실험을 마치고 보고서를 쓸 때도 팀원이 각자 맡은 부분을 정리한 뒤에 종합한다.

필자가 수업을 하고 있는 부산남고에서는 아트 사이언스(Art Science) 탐구 대회, 과학 문화재 체험활동 및 철새탐조, 과학 심화동아리, 과제연구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연구를 하고 연구 보고서를 쓰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례를 통해 배우는 연구 보고서 작성법,/b>

이제 실제 사례를 통해 연구 보고서 작성법에 대해 살펴보자. 연구 보고서는 쓰는 사람에 따라 형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크게 제목과 요약, 서론, 본론, 결론, 후기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사례로 제시된 연구 보고서는 2009년 7월 태종대에 체험활동을 다녀온 학생들이 작성한 연구 보고서다.

① 제목은 간략하게, 요약 글은 짜임새 있게


연구 보고서의 첫 부분에는 제목과 연구 활동을 요약한 내용을 적는다. 읽는 사람은 이 부분을 보고 연구 전체 이미지를 평가하므로 사람의 얼굴처럼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글의 내용을 핵심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제목은 친숙한 단어를 이용해 연구 범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적는다. 요약한 글은 읽는 사람이 연구 전체의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하게 쓴다.
이 요약 글은 지나치게 간략해 글이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실험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험 내용과 그에 따른 결과가 명확히 드러나야 하는데, 이 글만 봐서는 어떤 방법으로 감지해변에 모래를 쌓았는지, 그 결과 어떤 현상이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

② 서론에는 연구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게

서론에는 연구의 목적과 주제를 선정한 이유,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용어 설명을 적는다.



이 서론에는 연구 목적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연구 주제를 선정한 이유와 연구의 목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피력할 필요가 있다. 연구 동기를 적을 때는 자신의 전공이나 평소 관심 있던 주제를 연관 지으면 글이 훨씬 매끄럽다. 또 용어 설명이 너무 어렵다. 어려운 용어를 설명하는 글이 어려운 용어로 쓰인 셈이다. 사전 조사를 할 때 참고한 자료의 출처가 빠져 있는 점도 아쉽다. 서론에는 본인이 연구하려는 분야의 최근 동향과, 작성하고자 하는 보고서와 유사한 보고서가 있는지도 조사해서 적어야 한다.

③ 본론에는 실험 방식을 자세하게

본론에서는 자세한 연구 방법과, 그에 따른 결과를 서술한다. 이때 도표나 그래프를 이용하면 읽는 사람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다.





앞에 제시한 본론에서는 표 형식을 이용해 결론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간단하다. 실험 결과는 여러 개의 세부 항목으로 나눠 다양하게 도출는 것이 좋다. 또 실험을 1회만 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도 무리가 있다. 이런 경우 우연히 발생한 예외적인 결과를 실험의 평균적인 결과로 착각할 위험이 있다.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해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한다.

한편 각각의 실험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퇴적물의 두께와 면적을 구하는 방식도 사전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실험 과정에 대한 정보는 다른 연구자가 연구 보고서를 읽고 실험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게 제공해야 한다.

④ 결론은 최대한 논리적으로 다양하게




결론에서는 실험 결과를 과학적 원리를 근거로 논리적으로 분석한다. 제언을 통해 실험 과정에서 생긴 의문점과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구 보고서에는 자신이 인용한 책이나 인터넷 자료의 출처를 참고문헌으로 기록해야 한다.

이 결론은 앞에서 언급한 연구 보고서의 형식을 비교적 잘 만족시키고 있다. 모형실험의 한계에 대해 언급한 점도 높게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다만 태종대와 해운대의 지형이 확연하게 다른 만큼, 태종대와 해운대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면 더 좋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결론에서 갑자기 해운대의 지형적 특성이 언급되는데, 이런 내용은 본론에서 미리 다뤘어야 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실험 결과를 여러 번 중복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결과를 여러 관점에서 해석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파도의 특성을 물리적으로 접근하면 방파제나 잠제에 왜 퇴적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밝힐 수 있다. 여기서 각각에 발생한 퇴적물의 특징(왜 방조제와 잠제 뒤에 쌓이는지, 왜 잠제보다 방조제 뒤에 더 많이 쌓이는지 등)도 유추해낼 수 있다.

⑤ 후기는 개별 활동 내용을 상세하게

후기에는 연구 활동을 하기 전과 후에 연구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적는다. 여러 명이 함께 진행한 연구라면 개인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기록하는 일도 중요하다. 후기는 읽는 사람에게 자신의 연구 활동을 자랑할 기회이므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는다.



후기에는 먼저 각 조원의 역할을 상세히 써야 한다. 단순히 의견을 냈다고 적기보다는 어떤 과정에서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그 의견이 실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적는다. 그리고 모든 조원은 각각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느낀 점을 앞의 사례처럼 적도록 한다. 자신이 실험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실험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어떤 실험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전공분야와 이번 실험을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는지 같은 미래 설계까지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연구 보고서 쓸 때 주의할 점

인용한 문구는 따로 표시해 표절을 예방한다

표절이란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마치 자신의 연구 결과처럼 꾸미는 행위를 의미한다. 표절은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며 더 심각해졌다. 인터넷 검색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이 표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인터넷 정보일수록 출처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자신이 연구한 내용과 인용한 문구는 반드시 구분해서 쓴다.

실험 결과와 결론을 혼동하지 않는다

간혹 학생들 중에는 실험 결과와 결론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두 개념은 엄연히 다르다. 실험 결과는 수행한 실험의 결과 값을 의미하고, 결론은 결과 값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얻어낸 자신의 생각을 의미한다. 한편 실험 결과를 예측한 내용을 마치 자신이 연구한 것처럼 모호하게 쓰는 경우도 있다. 예측한 부분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므로 실험 내용과는 엄격하게 구분한다. 나열식 연구는 피한다연구에 원인과 결과라는 큰 흐름이 없는 경우, 비슷한 사례만 여러 가지 연구하다 보면 연구의 결과를 올바르게 도출할 수 없다.

연구와 관계없는 내용은 적지 않는다

가끔 연구와 관계없는 엉뚱한 내용을 이것저것 보고서에 적는 학생들이 있다. 사전 조사를 꼼꼼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필요 없는 내용까지 보고서에 쓰다 보면 읽기에 어색할 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 실험보다 조사를 더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버릴 내용은 과감하게 버려서 글의 문맥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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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장운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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