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카밀라 팡은 다섯 살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고 오랫동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감각처리장애와 함께 살아온 영국의 여성 과학자다. 우리는 이 책에서 ‘행성을 잘못 찾아온 것 같다’고 생각하던 아이가 과학이란 언어를 만나서 인간을 이해해가는 경이로운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저자와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현재까지 당신을 이끌어준 과학의 핵심 속성은 무엇인가요?
과학은 제가 제 삶과 생각을 구축해가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구조였습니다. 따라서 과학은 제가 갈 곳을 알려주는 나침반보다 제가 머물 곳, 집에 가깝습니다. 제게 과학의 가장 놀라운 측면은 장소와 맥락들, 그리고 먼지의 움직임을 관찰하거나 까마귀 떼를 탐색할 때처럼 서로 다른 층위 사이를 오가는 방식들의 보편성이었습니다. 과학의 이런 특성이 저를 도왔죠.
책에서 당신은 ADHD가 비교적 최근에 진단받은 병명이라고 했습니다. 발병 시기가 달랐던 것인지, 당신의 행동이 보이는 원인이 ADHD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늦게 인지한 것인지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발병 시기가 달랐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던 어느 날 공황발작을 경험하면서 ADHD를 인지했어요. 박사 학위를 준비할 땐 제가 정한 패턴으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위를 받고 ‘정상적 환경’에서 지내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마치 내가 만든 게임에 갇힌 듯한 정체감에 직면했죠. ADHD는 박사 학위 취득 이후의 환경 변화에 기인합니다. ADHD가 내 자폐 증상과도 관계가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환경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 신경다양성 모델이 사람들을 그저 질병으로 분류하는 방식보다 낫다고 봅니다. 환경이 바뀌면 우리의 취약한 부분도 바뀝니다. 바로 이 사실에 집중해야 합니다.
ADHD는 학업이 부진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진단 빈도가 상승했다는 지적이 최근에 여러 국가에서 제기되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DHD 진단의 증가와 학업 부진을 연관시키는 주장은 참 역설적입니다. 어째서 우린 단 하나의 뇌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서, 나머지 모든 뇌의 성적이 나쁜 이유를 궁금해하죠? 전 운 좋게도 고등학교에서 우등생이었지만, 스쿨버스의 냄새가 싫어서 타지 않는 학생이기도 했습니다.
신경다양성 인간과 소통하는 것은 그들을 돕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다수의 신경전형성을 학습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 소통은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온전한 이해, 훌륭한 교사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죠. 신경다양성에 속한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수업 과정을 설계하고 이들이 정신적 능력을 표현하는 방식을 찾아야합니다.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사진을 반복해 찍는 과정에서 자신의 촬영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통찰과 이런 과정을 삶의 복잡성에 결합시키는 접근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당신의 일상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연결시키기 위해 평소에 의식적으로 노력하나요?
전 제 신경다양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계속 배우며 영감을 받죠. 타인들의 특성과 삶은 그들의 일이고, 전 누군가의 경험에 신경다양성이 부족하단 이유로 경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예상보다 자폐증 환자 같지 않다고 제게 말하곤 하죠. 그러면 “당신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지해보여요.”라고 답합니다.
또래집단에 속하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대신 자신의 개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당신은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 자체는 당신의 신경다양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용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어린 시절부터 가진 용기의 근원은 무엇인가요?
제가 지닌 용기의 원천은 가족과 그들의 의지, 관대함이었습니다. 가족은 제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도록 항상 저를 도와줬습니다. 또한 과학의 본질인 실험주의적 사고방식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떤 문제를 접해도 한 걸음 물러서서 모든 각도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이 분리가 제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꾸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개성이란 당신이 스스로의 삶을 살기 위해 타인과 자신 사이의 경계선을 찾고 시험하는 것입니다. 이 개성은 타인을 외면하거나 ‘사회적 은둔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개인적인 경계선, 당신이 도움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말하는 건, 타인들이 당신과 함께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모든 사람은 그것을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