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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인류 종말은 없다

그랜드크로스 과장돼, 행성 직렬 일어나도 영향없어

1999년에는 인류의 종말을 일으킬 만한 천문학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혜성충돌도 없을 것이고, 소행성 충돌도 없을 것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 같은 낭설에 심취하는 어리석음보다는 건강한 태도로 미래를 설계하는 현명함이 요구되는 해이다.

21세기는 서기 2000년에 시작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천문학적으로 볼 때 21세기는 서기 2001년에 시작된다. 이는 1세기가 서기(A.D.) 1년부터 서기 100년까지, 2세기가 서기 101년부터 서기 200년까지, 기원전 1세기는 기원전(B.C.) 1년부터 기원전 100년까지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서기 0년'이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오는 혼돈일 뿐이다.

천문학을 덧씌운 종말론

21세기를 앞두고 1999년에는 인류의 종말이 닥칠 것이라는 소위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이 흉흉하게 퍼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 패스파인더에 의해서 화성인이 건설한 유적지가 발견됐다. 1999년 5월에 행성이 모인다. 2000년 5월에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행성직렬이 일어난다 등등 혹세무민하는 내용들이 천문학적 현상이라는 이름으로 근거를 가진 것인 양 선전되고, 또 흑색 언론들에 의해서 확산되고 있다.

사실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웃고 가볍게 넘겨버리면 그만인 일이지만, 이러한 낭설이 우매한 사람들 사이에서 실제로 믿어지고, 사이비 종교와 결합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은 1999년 9월에 교통사고로 틀림없이 죽는다”라는 말을 ‘용한’점성가로부터 들은 사람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겠는가.

만일 세기말적 종말이 온다면 그것도 1999년보다는 2000년에 일어나야 옳다. 20세기의 끝은 2000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은 ‘2000년대의 시작’이라는 개념이 강해서 그런지, 아니면 1999년에 9자가 3개나 들어가서 그런지, 2000년보다는 1999년에 세상이 망한다는 낭설이 더 많이 돌고 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는 “1999년 하늘에서 내려온 ‘공포의 대왕’이 인류를 최후의 날로 몰아넣는다”는 내용이 핵심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공포의 대왕’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가가 많은 점성가들이나 호사가들의 관심이 돼 왔다. 그 중 핵전쟁이 포함된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설, 식량난이라는 설, 공해로 인한 환경재앙이라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천문학자인 필자가 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 다만 세계 3차대전일 가능성을 가장 크게 염두에 둔 것은 많은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에 관한 해설서들이 냉전이 채 끝나지 않았던 70년대에 집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식량난이나 공해 등의 문제는 우리가 항상 당면하고 사는 것들이어서 굳이 1999년에 우리를 멸망하게 만들 정도로 문제가 되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로스웰 사건에서 확인된 것으로 주장되는 외계인 시체. 로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서 말하는 '공포의 대왕' 정체가 외계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외계인 침략설

근래에는 공상과학소설과 UFO 신드롬의 영향으로 외계인 침략설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공상과학적인 허구일 뿐 현실과 연결해 생각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미확인비행물체로서 UFO는 물론 있다.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비행체가 왜 없겠는가.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외계 생명체는 곧 UFO다’와 같은 등식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너무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느낌이다.

천문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라고 말하는 것은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처럼 ‘유기적인 생명활동을 보이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늘 고도의 문명을 갖춘 지적인 생명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UFO 안에서 조종간을 잡고 있는 화성인이나 외계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외계인을 숭앙하는 종교가 퍼지는가 하면, 기성 종교의 숭배 대상들을 외계인이라고 단정짓는 등의 UFO와 관련된 일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걱정이 앞선다.

만일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우리와 바로 교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외계지적생명체 탐색계획인 SETI가 얼마나 어렵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보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천, 수만개의 후보들에서 오는 신호를 받아보고자 했지만 모두가 허사였고, 앞으로도 어디가 있는지도 모를 외계생명체와 교신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처럼 교신도 힘든 일인데 어떻게 외계생명체가 지구까지 날아온다는 말인가. 우리가 모르는 뛰어난 문명의 소유자니까 가능하다는 식의 주장은 아직은 공상소설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UFO를 실제로 믿기보다는 ‘믿고 싶어하는’ 것 같다. 사실 UFO는 우리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펴고 마음껏 우주 속을 날게 해 줄 뿐 아니라 꿈을 심어 준다. 이 넓디넓은 우주에서 오직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만 국한되어 생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답답한 것이다. 더구나 태양계로부터 가까운 별들까지의 거리조차 우리에게는 너무 멀어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UFO는 우리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스필버그 감독의 명화 ‘ET’에서 인간 어린이에게 훈훈한 정을 베푸는 인자한 ET의 모습은 우리를 침공하고 죽이며 때로는 잡아먹기까지 하는 흉측한 다른 ET들에 비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착한 ET, 슈퍼맨과 같은 ET(그도 크립톤이라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다)들만 이 우주에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 아니 우주가 될까.

하지만 과학이란 희망과는 무관하다. 외계 생명체가 이 우주 속에 얼마든지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과의 ‘접촉’이 과연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믿음’이 강조되는 UFO 이론보다는 ‘냉철함’이 강조되는 UFO 이론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UFO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된다.


혜성충돌은 지구종말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만큼 파괴력이 엄청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천체 충돌 가능성 없어

외계인 침공도 아니라면 가장 그럴 듯한 ‘공포의 대왕’ 정체는 혜성이나 소행성의 충돌 가능성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는 1998년 혜성과 소행성이 각각 지구와 충돌하는 줄거리를 가진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 같은 영화가 크게 흥행에 성공하고 일반인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한 터라 충돌설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물론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돌이 1999년에 일어날 확률은 지금까지는 0이다. 지구에 근접하는 궤도를 가진 소행성들은 NASA에서 24시간 계속 감시하면서 충돌가능성을 계산하고, 발견되는 혜성들도 즉각적으로 궤도가 계산돼 지구충돌가능성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1999년에 지구충돌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고 보고된 소행성이나 혜성은 없다. 충돌설은 과학적인 견지에서 무시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에는 ‘그랜드 크로스’(Grand Cross)라는 행성 배열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다. 이것을 행성들이 우리의 시선방향에서 십자가 모양을 이루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우주 공간에서 십자가 모양으로 배열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러한 일은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점성술에서는 모르지만 천문학적으로는 전혀 특이한 일이 아니다. 행성들의 공전 주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각각의 행성들이 놓여있는 모양이 십자가 모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행성들의 공전은 우주공간에서 보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이러한 배치가 어느 날 하루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며칠씩 계속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느 날 행성의 배치 때문에 종말이 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혜성충돌은 지구종말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만큼 파괴력이 엄청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조석 효과 없다는 것 이미 증명

실제로 1982년에는 우주 공간에서 태양계의 행성들이 일렬로 늘어서는 '행성직렬'이 일어나 지구에 변괴가 닥칠 것이라는 낭설이 돌았다. 이 낭설은 천문학적으로도 그럴듯하게 포장돼 퍼져나아갔다. 예를 들어 행성들이 일렬로 늘어서면 중력이 지구 표면 한점으로 집중돼 바다가 갈라지고 엄청난 해일이 일어나 지구가 멸망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과학적인 계산 결과 이는 근거 없는 낭설임이 입증됐다. 조석간만을 일으키는 기조력은 영향을 주는 천체까지의 거리에 매우 민감하다. 이는 질량이 태양의 약 3천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달이 조석간만에 오히려 태양보다 약 2배 정도 더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만을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행성들이 아무리 정확히 일렬로 늘어서도 이들로부터 비롯되는 기조력은 달이 미치는 기조력의 수만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에서 행성까지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기조력이 거의 무시할 정도인 것이다. 따라서 행성직렬이나 그랜드 크로스나 어떠한 행성의 배치가 있더라도 지구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었고,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999년 5월 19일 새벽에 지구에서 볼 때 행성들이 줄지어 관측되는 볼만한 천체현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시선방향에서 행성들의 배치가 일렬로 보일 뿐이지 지구에 대재앙을 일으킬 일은 전혀 아니다. 또한 2000년 5월 19일에 예상되고 있는 행성직렬 현상도 단지 드물게 일어나는 천문현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일 뿐, 지난 1982년의 경우처럼 종말론적 천체현상으로 받아들일 일은 전혀 아닌 것이다.

과학으로 미신 극복해야

1999년에는 인류 종말을 일으킬 만한 천문학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혜성 충돌도 없을 것이고 소행성 충돌도 없을 것이다. 마치 매년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갈 때 아무 일도 없듯이,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우리가 1999년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2000년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20세기를 잘 마감하였을 때 밝은 21세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과 같은 낭설에 심취하는 어리석음보다는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현명함이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1999년이라 하겠다.

1980년대 초반 천문학자들과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1986년 유명한 핼리 혜성이 나타나면 많은 국민이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천문학자들과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중소도시 별 축제 같은 대중과 함께 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혜성 축제를 벌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사자자리 유성우 같은 천문 현상에 많은 국민이 새벽잠을 설쳐가며 관측에 매달리는 오늘이 오게 됐다. 과학을 아는 사람들은 천체 현상 하나가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구인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지구인들의 노력이다.

199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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