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가 머리에 거대한 기계를 달고 헤엄치고 있다. 이 괴상한 기계는 금붕어의 뇌 신경세포 활동을 관찰하는 기록 장치다.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대, 프랑스 고등사범학교 생물학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이 장치를 미세전극으로 연결해, 물고기가 물속 환경을 탐색할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했다.
포유류의 경우 주변 환경을 탐지할 때 몸 안의 위성항법장치(GPS)라 불리는 ‘장소 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소 세포는 특정 장소를 기억할 때 활성화되는 뇌 신경세포다.
연구팀이 뇌 모니터링을 통해 살펴본 결과, 어류의 뇌에서는 장소 세포 특유의 신호를 찾기 힘들었다. 대신 금붕어의 뇌에서는 ‘경계 벡터 세포’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경계 벡터 세포는 자신과 다른 물체와의 거리를 파악하는 세포로, 포유류 등에서도 관찰된다. 실제로 금붕어가 수조 가장자리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경계 벡터 세포가 더 많이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어류가 포유류와 다른 방식으로 위치를 감지하는 이유가 거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유류가 서식하는 육상은 전후좌우가 중요한 2차원에 가깝지만, 어류가 살아가는 물 속은 위아래로도 움직일 수 있는 3차원 환경이다. 게다가 물살은 어류의 위치를 계속해서 바꾼다. 어류에게는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것보다, 특정 물체와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에 참여한 로넨 세게브 네게브 벤구리온대 교수는 “탐색은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행동”이라며 “금붕어는 축에 따른 위치를 세포에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육상 척추동물이 주변의 환경을 어떻게 탐색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많았지만 어류에 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4월 25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doi: 10.1371/journal.pbio.300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