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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디자인의 세계 새로운 자동차는 어떤 모습일까

보다 경제적이며, 내부공간이 넓고, 쾌적한 자동차-현대의 디자인이 추구하는 큰흐름이다.
 

자동차의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자동차패션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자동차3사에서 새로운 차종을 내놓을 때마다 디자인의 특징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에어로다이내믹 스타일 같은 전문용어도 상식이 돼가고 있다.
 

한편 자동차업계에서는 90년대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유럽의 자동차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리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에서는 자체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승용차를 금년에 선보일 계획이어서 1988년은 한국 자동차디자인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외관상의 아름다움은 물론, 자동차의 기능향상과 원가절감에도 큰 관련을 갖고 있는 자동차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자동차디자인의 이모저모를 살펴봄으로써 오늘날의 자동차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어떤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알아본다.
 

먼저 자동차디자인의 개념부터 확실히 알 필요가 있겠다. 흔히 자동차의 외관을 멋있게 하는 것쯤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훨씬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쉽게 말해 자동차의 샤시(기본골조로 차대를 말함)에 얹어지는 바디(차체)와 내부공간의 인테리어가 디자인의 영역이다. 차의 겉모양을 어떻게 할것이며, 실내좌석의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핸들과 계기판의 배치는 어떻게 해야 가장 개발목표에 부합되며, 재료는 어떤 것을 쓰는 게 좋은가 등등 자동차디자인의 범위는 매우 다채롭다. 디자인에 따라서 부품의 사용도 달라짐은 물론이다.
 

한편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모양이나 색채만이 아니라 시스팀 즉, 보다 경제적이고 보다 합리적인 자동화를 추구하는 의미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외관의 변화를 중요히사는 측면에서는 디자인 대신 스타일링(styling) 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기도 하다. 아뭏든 자동차디자인은 차에 앉아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그 영역이라고 이해하면 대체적으로 맞는다고 하겠다.

 

렌더링작업의 실례 차의내부(왼쪽)과 외관(오른쪽)의 모습을 정밀하게 묘사했다.


아이디어에서 마스타 모델까지의 과정
 

자동차 디자인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우선 디자인작업이 시작되기전에 자동차회사측의 새모델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 결정돼야 한다. 즉, 어떤 계층을 수요자대상으로 삼을 것이며, 엔진은 배기량 몇cc짜리로 할 것인가, 가격은 얼마이며 경쟁회사의 차와는 어떤 차이점을 둘 것인지 등등 프로젝트타깃을 최고경영층에서 확정해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같은 사항들이 결정돼 디자인실로 넘어오면 맨 먼저 디자인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색상의 선호라든가 재질의 선택 등 감각적인 부분을 연구하는데, 여기에는 수요자와의 대화나 설문조사 등 시장조사작업이 필수적이다.
 

시장조사를 통해 디자인의 방향이 설정되면 아이디어 스케치에 들어간다. 아이디어를 스케치할 때는 엔지니어링파트를 염두에 두고 외관을 그려야 한다. 즉, 몇cc짜리 엔진이 어느 위치에 배치돼 있는가 등 공학적인 사항을 고려해가면서 아이디어를 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 스케치는 한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서너명이 팀을 짜서 하는게 보통이며, 팀 역시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가 작업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여러개의 아이디어 스케치 결과는 팀별로 자체토론을 거쳐 선택된다.
 

다음의 디자인과정은 랜더링(rendering). 아이디어 스케치한 것을 놓고 좀더 정밀하게 표현한 것으로서, 이를 바탕으로 진흙을 써서 축소모델을 만들게 된다. 렌더링이 평면상에서 개발될 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데 비해 축소모델은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렌더링과 축소모델도 팀별로 만들게 되므로 여러개가 된다. 축소모델의 크기는 자동차회사에 따라 다르나 보통 실물크기의 2분의 1이나 3분의 1 혹은 5분의 1 비율이다. 이 축소모델과 함께 좌석배치 등 차내부의 인테리어도 1대1의 비율로 모델을 만든다.
 

축소모델에 이어서는 역시 진흙으로 풀사이즈 모델 즉, 실물과 크기가 같은 모델을 만들게 된다. 이것은 회사에 따라서 다르나 최소한 2개 이상 만드는데 전문평가자들에 의해 차의 스타일뿐 아니라 경제성 등을 평가받게 된다. 이때 풍동실험을 통해 공기저항이 얼마나 되는가를 테스트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모델이 선택되면 디지타이징작업에 들어간다. 이는 선택된 차의 치수를 컴퓨터에 입력시키는 일. 자동차의 각 면과 선의 정확한 치수를 잡아주는 것인데, 이 과정에는 설계팀이나 생산팀도 함께 참여한다.
 

다지타이징이 끝나면 설계팀에 의해 설계도면이 제작되며, 이어서 마스타 모델을 만든다. 이 마스타 모델은 최종적으로 금형(金型)을 만들 수 있도록 마지막 검토를 하기 위해 만드는데, 최초의 자동차개발계획시점에서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시점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수정할 수도 있다. 또 이때는 디자이너 뿐 아니라 회사경영진 설계팀 생산팀이 함께 검토를 하게 된다.
 

대개 마스타 모델의 제작까지가 자동차디자인의 영역이 되는 셈이며, 다음단계는 간이금형제작, 프로토타입제작, 충격시험 등 각종 실험을 거쳐 금형제작 및 대량생산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 디자인작업이 진행되므로 여기에 소요되는 경비와 시간이 적지 않다. 경비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한데, 개발하려는 자동차가 전혀 새로운 모델이냐 또는 기존차의 부분적인 수정이냐, 국내용이냐, 국제용이냐 등 경우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발기간도 외국에선 보통 5년 안팎으로 걸리기 때문에 자동차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미래예측의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경쟁회사의 신차 개발전략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현대 자동차디자인의 3가지 흐름
 

그러면 현대의 자동차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대체적으로 '보다 경제적이며'(more economical) '보다 넓은 실내공간'(more grand)이라는 구체적인 요소와 함께 '보다 쾌적한'(more comfortable)추상적 요소로 정리되고 있다.

이같은 디자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은 매우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는데, 여기서는 민경우교수(명지대·산업디자인)의 견해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우선 '보다 경제적인'자동차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연비(燃費)의 개선과 자원의 절약이 고려돼야만 한다.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엔진효율성의 향상과 동력전달계통의 효율성 증대, 차의 경량화, 차체의 공기저항계수의 향상 등이 관계된다. 이중에서 엔진의 효율성이나 동력전달계통의 효율성증대는 디자인측면 외에도 엔지니어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차의 경량화나 공기저항계수의 향상은 상대적을 디자인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겠다.
 

차의 중량을 가볍게 하기 위한 경량화는 연비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70년대의 에너지파동 이후에 자동차디자인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요소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차량의 소형화와 최적설계(설계시 기본 재료는 변경하지 않으면서 설계변경을 함으로써 경량화시키는것)가 있으며, 또 경량재료의 사용이 있다.
 

그러나 차량의 소형화는 상대적으로 거주성의 약화가 따르며, 또한 최적설계에서도 한계가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추진되고 또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은 경량의 대체재료사용. 현재 실용화되고 있는 대체재료로는 고장력강, 알루미늄, 마그네슘, 플래스틱 등이 있으며 세라믹스의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공기저항계수의 향상에 관한 것은 외관디자인과도 깊은 관계가 있지만, 이는 주행시 연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즉, 자동차가 주행시에 공기저항은 주행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예를들면 중량 6백kg되는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 CX가 0.42에서 0.26으로 저하되면 연비는 26.6% 향상된다.
 

따라서 최근의 자동차들은 대부분 풍동실험을 거쳐 공기저항계수를 양호하게 하고 있다.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차의 형태를 쐐기(wedge) 모양으로 하고 있는 게 최근의 유행이며, 또 자동차의 외부에 돌출된 요소들을 내장시키거나 제거함으로써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 부드러운 유선형의 형태를 취하게 하고 있다.
 

자원의 절약을 통한 경제성의 실현은 자동차의 생산, 설계, 재료, 공법 등을 이제와는 달리 새롭게 검토해서 자원이 적게 드는 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가운데 특히 재료의 선택은 디자인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공기역학을 최우선적으로 고려
 

'보다 넓은 실내공간'과 '보다 쾌적한' 자동차의 개념은 구태여 구분해 설명할 필요가 없을만큼 상호관련성이 크다 하겠다.
 

넓은 실내공간을 얻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차량의 소형화 개념과는 이율배반적이기는 하지만, 차의 전체크기는 소형화시키면서 실내의 유효면적을 크게 함으로써 거주성을 향상시키려는 것이 공통된 추세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자동차의 구조에서 엔진의 전치(前置), 전륜구동방식(front engine and front drive)의 채용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대부분의 차에서 채용하고 있는 전륜구동형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거의가 엔진실을 작게 하기 위해 엔진을 병렬횡치, 다시 말해 나란히 옆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내부공간은 가능한 한 넓은 유효공간을 갖도록 디자인되고 있다. 한마디로 리빙 스페이스(living space)라는 개념으로 압축되는 실내공간과 활용을 위한 디자인으로는 우선 계기판의 복잡한 계기 및 장비들을 발전된 전자기술을 이용, 소형화 내지 박형화(薄型化) 할 필요가 있다. 또 간략해진 이들 계기나 장비들을 그룹화해 핸들주변에 집중시킴으로써 유효공간의 확보는 물론, 운전자가 운전중에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내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의자를 박형화시키거나, 문(door)의 두께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좁은 실내공간을 더욱 넓게 느껴지게 하기 위하여 오픈 스페이스(window나 sun roof)를 보다 넓게 한다든가 대시보드(dash board), 바닥, 벽체, 좌석 등을 가능한 한 단순화시키면서 서로 같은 색조의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디자인작업이 요구된다.
 

이외에도 자동차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에어로다이내믹스(aero dynamics) 즉, 공기역학에 부응하는 형태다. 에어로다이내믹 스타일이야말로 현대의 자동차디자인이 추구하는 내용 즉, 경제성 거주성 쾌적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결정적 요인인 셈이다.
 

에어로다이내믹한 형태를 위해서는 앞부분은 쐐기모양의 경사진 엔진실(sloping bonnet)과 함께 이와 직선으로 연결되는 경사진 앞유리(sloping windshield) 그리고 천정선의 정면·측면에서의 곡선화 및 차체 측면의 뒷쪽으로의 경사 등이 고려되는 추세다.
 

공기저항을 조금이라도 감소시키기 위한 세부적인 디자인작업을 보면, 전조등 방향지시등 등 각종의 램프를 한데 모아 단순화시키고, 범퍼와 그릴은 일체화시킨다. 와이퍼도 속으로 집어 넣어 필요시에만 돌출시며 작동하게끔 하며, 천정의 물받이도 없애는 것이 유리하다. 윈도우와 차체를 밀착시키며 실외후사경(side view mirror) 역시 유선형화시키고, 차체의 아랫부분도 에어로다이내믹한 효과를 얻기 위해 적절하게 커버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최근의 자동차디자인에서 중요시하는 사항들은 이미 채택되고 있는 것도 있으나, 일부는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다만 자동차디자인이 추구하는 대체적인 흐름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점이 많으므로 앞으로의 신형모델의 등장과 관련하여 주목된다 하겠다.

 

스타일이 변해온 발자취
 

1930~50년대의 자동차. 위로부터 7CV(프랑스) 토폴리노(이탈리아) 미니(영국) 비틀(독일) 골프(독일).


자동차의 역사는 자동차스타일의 역사이기도 하다. 사실 1886년 휘발유에 의한 내연기관 엔진을 장치한 자동차가 세상에 처음 나타난 이래 1세기동안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성능이 개선됐을 뿐이며, 디자인의 기본개념이 크게 변모하지는 못하였다. 다만 차의 모양과 외관만이 변하였을 뿐이다.
 

유럽에서 소형승용차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때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때부터 대량생산방식에 의해 자동차의 소형화가 가능해졌다. 소형승용차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카드리에트'(덮개를 여닫을 수 있게 돼있음)가 프랑스의 '푸조'(Peugeut)에 의해 1921년에 나왔는데 2개의 객석이 마련된 차였다.
 

소형의 승용차를 위주로 디자인의 흐름을 살펴본다면 1930년대의 차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때의 소형차들은 메카니즘면에서 세련되고 차체도 보다 기능적이 된다. 도어가 2개로 되고 충분히 넓은 4개의 좌석을 갖추게 되는데, 프랑스에서는 1934년에 앞으로 오랫동안 자동차디자인의 맥을 이룰 전륜구동의 소형 7CV가 나오게 되고,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1936년 '포르쉐'박사를 시켜 국민차 폭스바겐을 설계, 1938년에 그 첫차가 나왔다. 이탈리아에서는 1936년에 국민차로 '토폴리노'라는 2개의 좌석을 가진 소형승용차를 내놓게 된다.
 

이무렵의 자동차스타일은 외부에 쓸데없는 장식을 붙이거나, 항공기의 영향을 받아 유선형의 형태가 나오는 징후를 보였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자동차의 스타일면에서 분수령을 이룬다. 이제까지 차체에 불거져나와있던 휠하우징(wheelhousing)이나 발판이 사라지고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아름다움을 높이는 스타일이 나오게 된 것이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고 막대한 자본이 자동차산업으로 몰린 1950년대의 자동차는 스타일면에서 3볼륨(three volume system)이 지배적이었으며, 2차대전의 후방기지였던 미국에서는 크고 힘좋으며 화려한 디자인이 각광받았다.
 

즉, 미국의 경우 표준형이 대개 6기통이었으며 호사스러운 경우에는 8기통도 많았다. 디자인은 심한 곡면의 앞유리창, 뒷부분의 지느러미 꼬리현상, 크롬장식 등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전쟁터였던 유럽에서는 값싸고 유지비가 적은 소형승용차가 유행이었는데, 1956년 낫세르의 수에즈운하 국영화조치로 인해 구매자들은 유가를 걱정한 나머지 소형승용차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이때의 승용차중 특기할 것이 1959년 영국에서 나온 미니(Mini). 이 차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엔진을 횡치(transverse)한 새로운 배열로 넓은 실내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패션에도 영향을 준 미니는 전유럽에서 1960년대의 폭발적인 소형승용차붐을 예고한 것이었다.
 

1960년대는 일본의 대두로 특징지워지기도 하는데, 이때 선보인 대표적인 소형승용차가 독일의 비틀(Beetle) 카데트(Kadett) 영국의 미니, 이탈리아의 피아트(Fiat), 미국의 에스코트(Escort), 프랑스의 심카(Simca)1000 등이다.
 

자동차의 스타일에서 두차례의 석유파동은 경제적인 소형승용차의 붐을 일으켰다. 전륜구동, 2볼륨의 개념이 정착한 것이 이때인데, 대표적인 차가 이탈리아의 자동차디자이너 '쥬지아로'가 1974년 선보인 폭스바겐의 '골프'(Golf). 이 차는 수냉식, 엔진의 전치, 전륜구동 등의 개념을 도입하여 넓은 실내공간 및 편안한 승차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1980년대의 자동차디자인은 앞서 언급한대로 공기역학을 이용,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낮추며 외관도 아울러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고, 각종 부품의 전자화 소재의 경량화 등이 중시되고 있다.
 

80년대 자동차디자인의 개념을 표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차종의 하나가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판다'(Panda).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이 차는 용도를 실내, 젊은층, 스포츠, 휴일, 여행 등의 개념과 결부시킨 것이다.
 

판다의 디자인 특징은 먼저 자동차의 모든 장식을 제거하고 부속품을 간결하게 처리했으며, 객석에 사용되는 금속의 스프링도 없앴고, 도어의 상단부분에 있는 빗물막이(gutter)도 없앴다(빗물막이는 공기저항을 크게 하고 소음을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차체 전면의 유리도 평판유리를 사용했으며, 내부공간에서 천정과 벽체부분의 표면처리도 별도의 재료를 사용치 않고 그대로 철판을 노출시키고 있다.
 

외관은 3도어 2볼륨이며 매우 간결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고, 내부는 전체가 기능적이며 단순한 현대감각으로 처리돼 있다. 핸들의 오른쪽에는 와이퍼 작동레버, 왼쪽에는 방향지시등과 라이팅레버가 있으며 나머지 모든 것들은 핸들 윗쪽의 계기판에 모여져 있다.
 

이 차의 특색중 하나는 좌석의 변용. 다양한 각도로 휘어질 수 있게 돼 어린아이를 눕힐 수도 있고, 아예 평면으로 만들어 드러누울 수도 있는 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자동차디자이너는 누구인가
 

현재 국내의 자동차3사는 각기 디자인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 자동차디자이너들의 활동영역이 그리 넓지 못한 실정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전과정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외국의 디자이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자동차디자이너는 어떤 사람들이며, 국내의 디자인수준은 어디까지 온것일까.
 

자동차디자이너는 무엇보다도 미적감각과 함께 공학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물리적인 기능을 갖는 기계로서의 자동차를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디자인을 해도 실제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아산업의 윤우용디자인실장에 의하면 미국의 자동차디자이너 70%이상이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며, 정규대학에서 자동차디자인을 가르친다고 한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공학보다 미술을 중시하는 분위기이며, 대학에서 배우기보다는 실전에서 스승에게 사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학의 공업디자인 혹은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자들이 자동차디자인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대학에서 자동차디자인을 따로 배우지는 않으므로 자동차회사에 입사해서 모든 것을 새롭게 익히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유명한 사람들은 특히 이탈리아에 많은데 이탈디자인의 '쥬지아로'가 그 대표적 인물. 쥬지아로는 정규대학이 아닌 예술고교과정을 졸업, 유명한 디자인회사인 베르토네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뒤 독립, 디자인 용역회사인 '이탈디자인'을 세운 인물이다. 많은 자동차를 설계했는데, 특히 한국최초의 고유모델이라는 포니를 디자인한 것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회사의 90년대 신차개발에도 '쥬지아로'가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동차디자이너들은 대개 혼자서 활약하기보다는 집단을 이뤄 작업하기 마련이다. 대규모의 디자인회사가 있는가 하면, 여기서 독립한 중견디자이너들이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유럽 자동차디자인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만 해도 이탈디자인, 베르토네, 피닌파리나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규모 자동차디자인회사가 10여개나 된다. 또 이들 디자인회사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은 중견디자이너들이 독립하여 새로운 파워를 형성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탈리아 자동차디자인회사의 하나인 에우로디자인(Euro Design)을 예로 들어 보자. 이 디자인회사는 4개의 부문, 즉, 2개의 디자인실과 모델실, 엔지니어링부서로 구성돼 있다.
 

디자인실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각각 하나씩 있고, 엔지니어링부문엔 25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소형차 지프 버스 등의 골조와 차량의 내·외부디자인에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모델부문에도 약 25명의 직원들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모델링작업을 하고 있는데, 디자인부문이 원하는 모양의 자동차모델과 금형을 정확히 만들어주고 있다. 이처럼 4개 부문이 모여서 아이디어의 발상에서부터 프로토타입의 제작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유럽과 약간 사정이 다르다. GM이나 포드같은 대규모의 자동차메이커측에서 자체 디자이너에 의해 디자인을 한 뒤 모델제작에서 설계, 금형제작과정을 외부의 '디자인 엔지니어'들에게 맡긴다는 것.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에는 이들 디자인 엔지니어들이 1천여명이 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디자이너의 작업광경


한국문화가 숨쉬는 자동차를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에서 디자인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80년대 이후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자동차메이커마다 디자인실을 설치해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연구하기 시작, 부분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동차디자인은 자동차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도 상대적으로 미약한 실정이다. 아직까지도 신차개발에 있어서 디자인작업을 외국인에게 의뢰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모자동차회사의 디자이너는 "무엇보다도 회사의 경영자들이 디자이너를 그림쟁이쯤으로 보는 인식부족이 큰 원인이다. 또 많은 경비를 투자해서 우리의 손으로 디자인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면 과연 국내 디자이너들만으로 자동차디자인작업을 해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기아산업의 윤우용실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부족한 것은 외국의 디자이너를 불러다 해결하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다.
 

외국인이 디자인한 한국의 고유모델 포니가 나온 70년대에 이어 한국의 디자이너가 만든 차(현대의 Y2)가 처음 등장할 80년대 후반은 자동차산업은 물론, 자동차디자인에 있어서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임에 틀림없다. 이제 다음단계는 한국인이 한국문화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자동차들이 다투어 쏟아져나와야 할 것이다.

198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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