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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웅배의 '최애 은하'] 달 천문대에서 은하를 보는 날이 온다면

 

2013년 12월 달 표면에 착륙한 중국의 창어 3호는 달에서 아주 특별한 사진을 찍었다. 달 탐사선이니 당연히 달 표면의 돌멩이 등을 촬영했을 것 같지만 이 탐사선의 카메라는 달 표면이 아닌 하늘로 향했다. 심지어 태양계를 벗어난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빛을 담았다. 큰곰자리 방향의 한 천체에서 2100만 년 전에 날아온 빛은, 회색빛 우주 속에서 흐릿하게 소용돌이치는 이상한 형체를 기록했다. 바람개비 은하 M101이었다. 

 

탐사선과 그것에 탑재된 카메라 모두가 작기 때문에 화질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진은 가까운 미래엔 달에 직접 천문대를 짓고 우주를 관측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달 천문대라니, 장밋빛 미래처럼 들리지 않는가. 

 

우주망원경도 피하지 못한 장애물 

 

하지만 창어 3호가 엿본 미래는 어쩌면 잿빛일지 모른다. 달에 천문대를 지어야만 겨우 우주를 보는 서글픈 미래의 전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인터넷망 구축을 목표로 미국과 유럽의 우주 기업들이 많게는 수만 대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고 있다. 전 지구에서 위성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인공위성이 폭증하면서 우주 관측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런 천문학자들의 염려에 대해 꽤 많은 사람은 별일 아니라는 듯 되묻곤 한다. “지상 망원경 대신 허블이나 제임스 웹 같은 우주망원경으로 찍으면 될 일 아닌가요?”

 

 

사실 우주망원경도 인공위성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한번 지으면 수십 년간 계속 써야 하는 지상망원경과 달리, 우주망원경은 수명이 훨씬 짧고 땅을 벗어난 높은 고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파악된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을 뿐이다. 30년 넘게 궤도를 돌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경우, 인공위성이 관측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들어 스페이스X가 공격적으로 쏘아올리는 스타링크, 에어버스에서 올리는 원웹 위성들의 영향이 크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 망원경임에도 인공위성의 영향을 받는 이유는 허블이 꽤 낮은 고도에서 궤도를 돌기 때문이다. 허블의 고도는 약 530km다. 그리고 스페이스X에서 발사하는 스타링크 위성들은 대부분 약 550km 고도에서 궤도를 돈다. 허블보다 살짝 높다. 결국 허블 우주망원경 위를 지나가는 스타링크 위성은 망원경의 시야를 방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2002~2021년 허블이 찍은 모든 이미지 중 인공위성 궤적이 찍힌 것은 2.7%에 달한다. 가장 최근인 2021년엔 인공위성 궤적이 찍힌 이미지의 비중이 전체의 5%까지 높아졌다.

 

우주망원경이 지상망원경보다 오히려 불리한 점도 있다. 우주망원경 바로 위를 지나가는 인공위성은 지상망원경으로 볼 때보다 훨씬 더 밝고 크게 보인다. 지상망원경 관측에선 위성의 흔적이 밝고 가는 선일 뿐이지만,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에서는 아주 두껍게 시야 전체를 가리고 지나가기도 한다. 

 

앞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이 입는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현재도 대기권과의 지속적인 마찰 탓에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면서 허블의 고도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2023년 3월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 연구소의 산도르 크룩 등이 참여한 논문에 따르면 허블에 피해를 줄 수 있는 5000~6000개의 인공위성 중 1562개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320개가 에어버스의 원웹 위성들이다. doi: 10.1038/s41550-023-01903-3 2030년이 되면 허블과 유사한 고도에 약 6만~10만 개의 위성이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들 중 인공위성이 찍혀서 버려야할 사진 비율은 20~50%에 이를 것이다. 

 

 

우주 개발과 천문 관측이라는 두 마리 토끼 

 

은하연구자로서 가장 슬픈 사실은 많은 기업과 대중들이 위성이 우주 관측을 저해할 수 있다는 학계의 염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점이다. 스페이스X가 제안한 ‘다크샛(DarkSat)’이 그 예다. 다크샛은 햇빛을 덜 반사하는 물질로 그 표면을 코팅한 위성이다. 이미 많은 다크샛이 궤도에 올라갔다. 다크샛이 반사하는 태양빛은 일반적인 스타링크 위성의 50% 정도다. 

 

하지만 애초에 천문학자들이 찍는 먼 은하와 별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한계 등급보다 수만 배는 더 어둡다. 그런 민감한 망원경에선 다크샛도 여전히 너무 밝다. 그리고 설령 완벽한 코팅 소재를 찾아서 태양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위성을 올리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시광 영역에선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검은 위성도, 적외선 영역에선 아주 밝게 빛난다. 제임스 웹이나 스피처 우주망원경처럼 적외선 영역으로 우주를 보는 망원경에겐 뜨겁게 달궈진, 여전히 눈부신 방해물이다. 이처럼 위성들이 야기하는 피해를 이야기하면, 우주망원경을 더 많이 쏘아올릴 것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주망원경도 결국 인공위성이다. 우주망원경을 무작정 늘린다면, 지상 관측은 더욱 어려워지고 각 우주망원경이 서로 방해하는 혼란만 더욱 심화될 것이다.

 

어쩌면 좀 더 먼 미래에는 아예 지구를 벗어나 달의 뒷면에 대규모 천문 관측소를 세우는 상상도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천문학자들은 지구에선 전파 잡음과 인공위성의 영향으로 다양한 파장의 빛을 관측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달 뒷면에 거대한 전파 망원경, 광학 망원경을 건설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이것이 인류에게 완전히 새로운 계획은 아니다. 1972년 아폴로 16호 미션에서 우주인 존 영과 찰리 듀크는 달 표면에 자외선 망원경 카메라를 가져갔다. 그리고 달에서 최초로 우주를 관측했다. 지구와 그 대기권은 물론, 대마젤란 은하의 모습까지 직접 촬영했다. 자외선 카메라로 찍은 덕분에 대마젤란 은하 속에서 활발하게 탄생하는 어린 별의 흔적까지 흐릿하게나마 담을 수 있었다.

 

“밤은 세상을 감추지만 우주를 드러낸다.” 페르시아의 오래된 속담이다. 오늘날 슬프게도 밤은 더 이상 우주를 보여주지 못한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밤하늘을 관측한 덕분에 천문학, 과학이 발전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학의 산물인 인공위성이 인류가 오랫동안 이어온 천문 관측을 방해하게 됐다. 과연 인류는 우주 개발과 천문 관측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Q. 2023년 상반기 독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최애 은하’ 코너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고 들었습니다. 상반기 연재를 마치신 소감과 하반기엔 이 코너가 어떻게 달라질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작년 말, 과학동아에서 연재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글을 써야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반년 동안 매달 원고를 쓰는 것은 큰 도전이었죠. 지난 6개월 간, ‘최애 은하’는 밤하늘의 아름다운 은하들 하나하나에 집중해 각 은하들이 품고 있는 천문학의 놀라운 발견들과 천문학자들의 추억들을 소개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독자께서 이 이야기를 재밌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엔 한 번 더 욕심을 내보려고 합니다. 은하를 연구하는 실제 천문학자들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들에 더 집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빛을 내지 않아서 볼 수도 없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왜 초고성능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실제 우주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을까?’ 이처럼 천문학자들이 아직 풀지 못한 다양한 미스터리를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Q. 최근의 은하 연구 트렌드가 궁금합니다

 

1920년대까지 천문학자들에게는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안드로메다가 사실은 우리은하 밖의 또 다른 우주라는 사실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발견했습니다. 우리은하도 다른 수많은 은하들처럼 우주를 떠도는 작은 섬 하나에 불과하단 사실을 알게 됐죠. 우리은하 바깥의 은하를 연구하는 외부은하 천문학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 시절엔 밤마다 새로 발견되는 은하들이 놀라움의 연속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평생 그 은하 하나만 분석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과학적 발견이었죠.

 

지금은 지구 전역에서 자동화 로봇 망원경들이 수백만, 수천만 개가 넘는 은하를 관측합니다. 현대 천문학은 방대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사이언스로 진화했습니다. 저 역시 논문 한 편에서 은하 1만 여 개를, 또 다른 논문에서는 은하 3만여 개를 분석했습니다.

 

Q. 은하 연구를 하면서 동시에 대중과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계신데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천문학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어렸을 때 본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입니다. 증기기관차 모양의 우주 열차가 안드로메다를 향해 우주를 누비는 이야기에 매료됐죠. 특히 저를 사로잡은 캐릭터는 그 열차의 차장님이었습니다. 그의 직장은 우주입니다. 평생 우주에서 살며 승객들에게 우주를 안내하죠.

 

그를 보며 사람들에게 우주의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우주 가이드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습니다. 그래서 우주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는 천문학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은하철도의 차장님은 실존하지 않지만 여전히 제가 가장 닮고 싶은 존재입니다. 애초에 전 과학자란 꿈을 처음 가졌을 때부터 은하철도의 차장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우주를 안내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까지 생각한 듯합니다.

 

Q. 은하 연구자이자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로서 연구원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해오며 느낀 큰 아쉬움은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과학과 실제 연구자가 생각하는 과학의 관심사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겁니다. 천문학 학회에 가면  연구자가 가장 많은 세션은 은하 세션, 우주론 세션입니다. 최근엔 외계행성 세션이나 태양계 탐사 세션도 참석자가 늘고 있죠. 하지만 UFO, 외계인, 시간여행처럼 과학보다 상상에 가까운 주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세션은 없습니다. 이런 관심사의 차이가 안타깝습니다.

 

저는 오늘날 가장 많은 천문학자가 참여하는 은하 천문학과 우주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대 천문학계의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서 제 목표는 학계 밖 동료 시민들도 주류 천문학이 주목하는 이 분야들에 함께 관심을 갖도록 돕는 것입니다. 연구자들과 대중 및 사회의 시각차를 좁혀서 과학자들의 관심사가 곧 대중과 사회의 관심사가 되도록 노력하는 커뮤니케이터, 그리고 천문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Q. 은하를 사랑하는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최애 은하’ 시리즈를 아껴주신 독자 분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를 읽어주실 모든 분들의 심장 속엔 지구를 넘어서 화성, 목성, 명왕성을 아우른 은하 스케일의 감수성이 깃들, 넓고 거대한 자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밀키웨이인입니다!

 

 

 지웅배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은하들이 사랑을 나누고 상호작용하는 세계를 연구한다. 우주를 가이드하며 현실 세계에서의 은하철도 999 차장을 꿈꾼다.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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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지웅배 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연구원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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