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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서 이과가 일해봤습니다] 네, 그래서 이과가 AI 기자와 기사를 써봤습니다

  편집자 주 

‘네, 그래서 이과가 일해봤습니다’ 코너는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연재는 끝났지만 이과에게 시켜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든 과학동아에 제보해 주세요. AI에게는 없는 발로(!) 뛰어보겠습니다 (lecia@donga.com).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다이어트에 방해가 된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2013년에 출판된 ‘The impact of sleep deprivation on food desire in the human brain’이라는 논문에서는 잠 부족이 식욕을 조절하는 뇌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험 결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사람들은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반면, 고칼로리 음식의 맛을 판단하는 뇌 부위에서는 활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뇌의 평가 기능이 부진해지고, 그 대신 감정과 관련된 아미그달라 부위에서의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학술지에 발표되었습니다.

 

기자는 윗글을 읽고 겁이 났습니다. 요즘 수면 시간이 줄었는데, 살이 더 찔까 봐 걱정한 건 아니고요. 실직할까 봐요. 방금 읽은 짧은 글은 chatGPT(챗GPT)가 ‘쓴’ 기사입니다. 챗GPT는 2022년 12월 1일(한국시간) OpenAI(오픈AI)가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입니다. 출시 후 반년이 돼 가는 지금, 챗GPT는 학교 과제부터 영어 학습, 논문 작성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죠.

 

챗GPT가 기사도 잘 쓴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살짝 설렜습니다. 재주는 AI가 부리고, 돈은 기자가 버는 미래가 드디어 왔구나 싶었죠.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기자가 읽던 논문 초록을 복사해 챗GPT에 붙여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바탕으로 300자 분량의 기사를 써달라”고 주문했죠. 챗GPT는 2초도 지나지 않아 위 기사를 뚝딱 써냈습니다. 기자는 못해도 10분은 걸릴 일입니다.

 

“나는 챗GPT 때문에 직업을 잃을까?” 기자의 질문에 챗GPT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공지능이 더욱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어도, 인간 기자는 아직까지 챗GPT와 같은 언어 모델이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기자의 고유한 역할이 남아있긴 할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습니다. 네, 그래서 이과가 AI 기자와 함께 기사를 써봤습니다.

 

 

  AI 기자 vs. 인간 기자     특징이 곧 장점은 아니더라고요 

 

Round 1. 감정 챗GPT는 인간적인 감성을 활용해 기사를 쓰고, 독자와 보다 강한 인간적 연결을 형성하는 일은 인간 기자 고유의 역할이라고 꼽았습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과 더 잘 통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기사 쓰기에 있어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능력을 장점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2022년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인공지능은 부정적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을까?: 인공지능 작성 기사와 인간 작성 기사가 수용자의 감정과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죠. 연구 결과, 대체로 AI보다 사람 기자가 전달할 때, 오디오보다 텍스트로 제시될 때 공포, 분노, 불안, 슬픔이라는 부정적 감정이 더 강하게 유발되었으며, 특히 AI 기자가 오디오로 제시할 때 부정적 감정이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AI를 활용한 기사를 적절히 제공할 경우 과도한 감정 유발을 다소 완화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감정을 잘 전달하는 인간의 능력이 기사 작성에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단 뜻입니다.

 

Round 2. 정보 인간 기자는 수백 페이지에 걸친 논문을 찾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시간을 보내는 반면, 챗GPT는 그냥 한 번의 질문에 답을 제공해줍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분이 나쁘네요. 흥.) 이런 장점을 활용해 기사 작성에 AI를 활용한 사례가 많습니다. AP통신은 2014년부터 AI 기자를 이용해 수천 건의 기업 수익보고서를 써 왔죠. 한국에서도 AI 기자는 주식, 스포츠 등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미 확보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는 건 AI 기자가 잘하죠.

 

그런데 현재 AI는 전혀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낼 순 없습니다. 인간들이 만들어 둔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할 뿐이죠. 챗GPT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인간 기자는 사람들과 인터뷰하고, 조사하며, 현장에서 경험하는 일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인간 기자는 AI 기자에게 정보 분석을 맡기고, 이렇게 번 시간을 이용해 깊이 있는 취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AI로 대체할 수 없는 기자가 되려면, AI가 대신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단 거죠. 비단 기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겁니다. 챗GPT가 기자에게 해 준 다음 말에서 ‘기자’를 ‘인간’으로 바꿔 읽어도 좋겠습니다. 챗GPT와 같은 기술은 기자의 역할을 대체하지 않고, 보완하는 데에 그치며, 기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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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기자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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