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두 달 남짓 흘렀다. 이때쯤 꼭 예상 외로 선전하는 팀이 한두 팀 생긴다. 진행한 경기 수가 적은 만큼 몇 게임 차로 순위가 확확 바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롯데가 있다.
4월 30일 기준 9연승에 단독 1위까지 달성한 롯데가 지금처럼 상위권 성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바로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가다.
덥고 습한 여름은 언제나 큰 순위권 변동을 가져왔다. 과연 프로야구 팀들은 여름을 반전의 기회로 잡을 수 있을까.
한국 프로야구 팀들에겐 별명이 있다. 봄에‘만’ 잘하는 롯데는 ‘봄데’, 5월에 못 하는 두산은 ‘오월 두산’, 여름에 강한 삼성은 ‘여름성’이라 부른다. 계절에 따라 팀의 경기력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여름에 터지는 불방망이, 근거가 있다?
‘무더운 여름에 불방망이가 터진다’라는 말이 있다. 여름에 홈런이나 장타가 많아지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그 원인은 과학에 있다. 기온이 오르면 공기 밀도가 낮아져 야구공이 공기 저항을 덜 받는다. 평소보다 저항을 덜 받으니, 비거리(공이 날아가는 거리)는 늘고 장타나 홈런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로버트 어데어 전 미국 예일대 물리학과 교수는 기온이 5.56℃ 정도 상승하면 타구 비거리는 약 1.2m 늘어나고 홈런 발생 확률도 12% 증가한다고 1990년 자신의 저서 ‘야구의 물리학’에서 밝혔다.
이론과 실제는 일치할까? 크리스토퍼 캘러한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팀은 푸아송 회귀분석을 사용해 실제 높은 기온이 홈런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푸아송 회귀분석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변수와 다른 변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찾는 분석법으로 특정 결과에 이르게 한 원인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이다. 주로 의학계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을 때 사용된다. 연구팀은 2010년 이후의 10만 건의 메이저리그 경기와 22만 개 이상의 개인 안타, 그리고 기온을 시계열로 나타냈다. 여기에 푸아송 회귀분석을 사용해 기온과 홈런 볼의 상관관계를 더욱 명확히 했다. 그 결과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홈런 수가 1.96% 늘어났다. 이 연구는 2023년 4월 8일 국제학술지 ‘미국기상학회보’에 실렸다. doi:10.1175/BAMS-D-22-0235.1
이쯤 되니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더울 수록 홈런 개수가 늘어난다니, 더운 지역이 연고지인 팀은 이득 아닐까? 아쉽게도 그런 행운(?)은 없을 것 같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따뜻한 지역에 연고지를 둔 야구팀은 더 많은 홈런을 치겠지만 홈런의 개수가 많은 것과 팀 순위와는 별개다. 순위에는 선수의 자질, 팀의 플레이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더울수록 볼 판정 정확도 떨어져
앞서 말한 것처럼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중 높은 기온의 영향을 받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심판의 투구 판정 정확성이다. 야구에서 심판은 투수가 던진 공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판정한다. 가끔은 이 판정이 논란이 돼 경기의 판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2021년 에릭 페셀마이어 미국 몬머스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기온이 오를수록 심판의 투구 판정이 부정확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oi:10.1002/soej.12524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투구 위치, 심판의 판정 등 1만 8907개 데이터를 수집한 뒤 실제 투구 결과와 비교했다. 투구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는 메이저리그의 투구 추적 기술을 통해 확인했다. 그리고 판정 정확도에 심판의 나이, 경력, 기온 등 어떤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지는 회귀분석을 통해 알아봤다. 그 결과 판정 정확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더위였다. 온도가 32~35℃일 때 심판의 투구 판정 정확도가 86.9%로 가장 높았고 35℃ 이상일 때 85.9%로 가장 낮았다. 더울수록 심판의 투구 판정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장성호 스포츠 해설가는 “더위 뿐 아니라 장마로 인한 결장은 선수들의 경기 감을 잃게 할 수 있다”며 “체력과 경기 감을 잘 관리하는 팀이 여름이 지난 후에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화제의 중심인 롯데는 여름에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잠시 주춤하는 만년 상위권 두산은 다시 기를 펼 수 있을까? 야구의 핵심 변수 ‘여름’을 잘 다루는 팀이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