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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45억 년 지구가 보여주는 가장 놀라운 지형들

 

 

지구가 아름답다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아름답게 됐는지 들을 기회는 드물다. 주상절리, 화산암, 습곡, 피오르, 하천 침식, 삼각주, 차별 침식 등의 개념은 학교에서 배우고 있거나 이미 배웠다. 하지만 점수를 위해 외운 지식은 기억에서 쉽게 사라진다.

평생 지리를 가르친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자연사적 가치가 높은 56곳을 선별했다. 미국 그랜드캐니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이탈리아 돌로미티, 튀르키예 파묵칼레, 탄자니아 나트론호, 오스트레일리아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등 여섯 대륙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지형들을 고루 소개한다. 각 지형의 현재 모습과 형성 과정, 지질학적 의의 등을 최신 연구와 풍부한 이미지 자료를 이용해 쉽게 소개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지형 형성의 원리는 30가지가 넘는다. 지구가 겪은 지질학적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형들은 현재에 멈춘 과거 그 자체다. 따라서 세계 곳곳의 특별한 지형을 소개하는 이 책은 지질학의 시점으로 재구성한 세계 지도인 동시에, 지구의 역사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랜드캐니언의 지층에는 약 20억 년 동안의 지질학적 사건들이 모두 담겼다. 강바닥에는 약 20억~17억 년 전 생성된 화강암과 편마암 위주의 기반암, 그 위로 약 12억 년 전 생성된 사암과 석회암 위주의 퇴적암, 다시 약 5억 7000만~2억 5000만 년 전 생성된 사암과 석회암 위주의 고생대 지층이 쌓였다. 이 단면은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지구라는 거목의 나이테인 셈이다. 막연했던 지리와 지구과학 개념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사진, 지형 형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3D 지형도와 지층 단면도 등의 시각 자료와 결합해서 세계 여행의 생생한 경험으로 바뀐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세계 최대 산호초 군집이다. 약 3400개의 단일 산호초와 약 300개의 산호섬 등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2016~2017년에 전체 산호의 60% 이상이 죽었다. 저자는 2050년 산호가 멸종되면 수많은 해양생물도 멸종 위기에 빠진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다양한 지형의 아름다움, 그 형성의 장대한 역사가 이어지도록, 지금 우리가 해야할 고민과 실천의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

 

 

‘미래과거시제’의 아홉 이야기는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과 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이야기 속 시간은 과거 혹은 미래이며, 공간은 심해의 바닥일 때도 우주 저편일 때도 있다. ‘수요곡선의 수호자’는 심해도시 건설 현장, ‘접히는 신들’은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 ‘절반의 존재’는 사이보그와 일하는 세상을 엿본다.

“상상력의 경계와 한계를 무너뜨린 작가” “한국의 과학 소설에서 ‘연결’과 ‘확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작가”와 같은 찬사를 받아온 이 책의 작가 배명훈은 2005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에서 세계를 구축하는 그의 방식은 더욱 경이로워졌고, 존재를 향한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고래상어 그림을 감상하러 심해로 떠났다가 함정에 빠진 로봇 이야기(‘수요곡선의 수호자’), 시간 여행을 둘러싼 연인의 사랑스러운 미스터리(‘미래과거시제’), 판소리로 펼쳐지는 재기발랄 로봇 전투담(‘임시 조종사’)까지 배명훈은 언어와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조작한다. 그는 ‘꿈’과 ‘만약’의 세계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상상과 성찰이 맞물린 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반면 유희, 은경, 소희 등 이름도 낯익은 인물들은 이 작품 속의 낯선 세계를 우리와 비슷하게 살아간다. 위기에 부딪쳐 고민하고, 우연한 만남에 반가워하고, 어쩔 수 없는 이별은 아프게 감내한다. 이들과 함께 경계 너머의 세계로 떠나는 경험은 SF가 선사하는 경이로움이다.

책에 실린 아홉 편의 작품이 ‘지금이 아닌 시간’과 ‘이곳이 아닌 저곳’으로 독자를 끌어당겨도, 이야기를 가로지른 우리는 새삼 ‘지금’과 ‘여기’를 느낀다. 이를테면 사고로 상반신을 잃은 사이보그가 온 힘을 다해 살아 있음을 증명해내는 ‘절반의 존재’는 인간과 비인간을 가르는 경계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지금의 현실과 언어를 넘어선 이 탐험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야만스러움을 자랑하는 사회”에서 내 삶의 사소함을 잃지 않고 가꾸는 것, 또는 그런 나와 너의 만남을 귀히 여기는 것, 서로 이름을 부르고 기억한 순간의 소중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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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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