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길 참 좋아한다. 우리는 흔히 개의 후각 능력이 인간의 몇 만 배라거나 박쥐의 가청 주파수 영역이 인간보다 넓다는 사실을 이 동물들의 특별한 능력으로 강조하곤 한다.
물론 이런 표현에는 개나 박쥐가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이 동물들보다 우월하다는 확신이 있기에 놀라움을 담아서 이런 지식들을 수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아니! 개가 인간보다 나은 점이 있네?”라고 말할 때의 우리 감정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개가 보는 세상이 흑백이라는 속설을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믿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흔히 개가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진 후각 같은 측면을 제외하면, 인간의 나머지 감각, 능력은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강한 믿음이 이 상식에 반영된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개는 유채색을 보지 못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처음 들었을 때 막연히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내 과거가 떠올랐다. 정말 개가 보는 색깔이 흑백뿐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이 짧은 상식을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단지 당시의 내 생각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선가 당연한 상식처럼 배웠지만 정작 확인해 본 적은 없는 동물에 대한 믿음은 꽤 다양하다. 모든 상어가 인간을 잡아먹을 정도로 무섭다거나,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은 대왕고래라거나, 레밍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너무 쉽게 인간의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상식들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경쾌하게 반박한다.
지구에 사는 상어는 무려 500여 종이나 되지만, 그중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상어는 뱀상어, 황소상어, 흉상어, 백상아리까지 네 종뿐이다. 나머지 490종 이상의 상어 중에는 무게가 20톤이 넘는 고래상어나 몸길이 10m 안팎인 돌묵상어도 있지만 이들은 인간을 먹지도 공격하지도 않는다. 네 종의 상어에게 목숨을 잃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매년 해파리가 죽이는 사람이 상어의 20배임을 이 책은 예리하게 지적한다. 이 밖에도 대왕고래를 지구 최대의 생물이라고 할 때 식물은 생각하지 않거나, 사고로 추락하는 레밍을 자살로 단정하는 오류를 분석하는 부분 역시 흥미롭다.
그렇다면 개는 정말 흑백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그건 책에서 직접 확인하며 감탄해보자.
아름다운 공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소중하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은 그 가치가 좀 더 특별하다.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은 이후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안락한 공간은 이용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이 자신감을 가지도록 도와준다. 더 나아가 어린 이용자들은 감각적인 장소에 깃든 어른들의 존중을 느끼면서 각자의 꿈을 키울 용기를 얻는다.
이 책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준비된 전 세계의 책과 글의 공간들을 모았다. 이 멋진 공간을 시작한 주인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린이 대상 글쓰기 센터를 준비한 비영리단체 ‘826 내셔널’이다. 826 내셔널은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상업 공간도 함께 운영해야 했다. 그게 다른 도서관, 작문 교실과 달리 혁신적인 공간을 구성하는 동기가 됐다.
덕분에 아이들이 글을 쓰거나 놀 수 있는 ‘826 발렌시아’와 해적을 위한 용품을 판매하는 ‘해적 상점’이 함께하는 기발한 공간이 탄생했다. 독창적인 방향성에 걸맞은 인테리어와 소품으로 가득 채워진 이곳에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826 내셔널은 글쓰기 센터와 지역에 맞는 상점을 함께 운영하며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됐다.
어린 이용자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공간이 간신히 견디는 듯한 평범한 글쓰기 센터나 도서관과 달리, 이 책 속 장소들은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환대한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만들어진 공간이어서다. 글쓰기 센터와 함께한 상업시설은 공간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더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글쓰기의 속성, 자기 표현이 더욱 확장되는 통로로 상업공간의 감각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전주시립도서관 내 ‘우주로 1216’, 세종시립도서관 내 ‘스페이스 이도’ 등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간들도 부록으로 함께 다뤄서 더욱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