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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일기] 대포가 쏘아 올린 방 배정

◇ 술술읽혀요 | 나의 미국 유학 일기

 

 

‘빵!’ 
캘리포니아공대 대표 상징물인 ‘플레밍’에서 대포가 발사되는 순간, 나는 곧바로 학생 생활 코디네이터인 바바라에게 달려갔다. 바바라는 내게 ‘에이버리(Avery)!’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에이버리 기숙사에서 내 대학 생활이 시작됐다. 


영화 ‘해리포터’에서 마법학교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후플푸프, 래번클로 기숙사 중 하나에 배정받는 것처럼, 캘리포니아공대 신입생들도 8개 기숙사 중 하나에 배치된다. 물론 캘리포니아공대에서는 마법의 분류 모자가 기숙사를 정해주지는 않지만 말이다.


 캘리포니아공대에는 ‘에이버리(Avery)’ ‘페이지(Page)’ ‘로이드(Lloyd)’ ‘러덕(Ruddock)’ ‘플레밍(Fleming)’ ‘블랙커(Blacker)’ ‘리케츠(Ricketts)’ ‘대브니(Dabney)’ 등 총 8개의 기숙사가 있다. 각 기숙사는 해리포터에서처럼 서로 다른 분위기와 전통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숙사는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고, 또 다른 기숙사는 파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아 매주 파티를 연다. 신입생들은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모든 기숙사에서 저녁을 한 번씩 먹고 각 기숙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며 오리엔테이션이 끝날쯤에 들어가고 싶은 기숙사 순위를 써서 제출한다. 


각 기숙사의 선배들도 뽑고 싶은 신입생들 명단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기숙사 학생 회장들과 학생 생활 담당 교직원들이 오랜 시간 상의를 해서 모든 신입생을 각각의 기숙사에 배치한다. 그리고 1학기가 시작되는 첫 번째 토요일에 플레밍 대포 소리와 함께 신입생들의 기숙사 배치를 알려주는 행사가 시작된다. 물론 이런 기숙사 시스템에 참여하기 싫거나 기숙사에 자리가 없어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벡텔(Bechtel)’이라는 주거 공간도 있다. 


기숙사는 사회 활동의 장이자 친구를 사귀기 가장 쉬운 곳이다. 기숙사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과제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기숙사마다 주최하는 행사도 다른데, 내가 속한 에이버리는 1학기에 캠핑을 가고, 2학기에 스키를 타러 가며, 3학기에는 바닷가로 놀러 간다. 이외에도 다 같이 저녁을 만들어 먹거나 기숙사 식당에서 노래방을 여는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자주 열린다. 


미국 친구들은 평소 방문을 자주 열어 놓는다. 그래서 심심할 때 기숙사를 한 바퀴 돌면 이야기하거나 놀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보통 그렇게 찾은 친구와 기숙사 휴게실에서 탁구나 당구를 치거나, 공용 게임기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캘리포니아공대는 다행히 모든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갖추고 있어 집을 직접 구하지 않아도 돼 편하다. 다만 기숙사 비용은 만만치 않다. 월세가 1270달러로 한화로 약 150만 원 정도다.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비싸지만, 학교 근처 집들의 월세와는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더해 기숙사에 사는 모든 학생은 ‘밀 플랜(meal plan)’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식비(조식, 중식, 석식 및 간식 포함)로 매달 약 900달러(약 100만 원)를 내야 한다. 비싸긴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면 기숙사 학식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한 예로 작년 여름 방학 기간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데일리 시티 지역에서 인턴을 했는데, 그때 6명이 사는 집의 방 한 칸을 렌트한 적이 있다. 비용은 한 달에 1050달러(약 120만 원)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지만 부엌의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고, 특히 차 없이는 장을 보기가 어려워 불편함이 컸다. 


집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도 적어 3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매우 외로웠다. 반면 캘리포니아공대 기숙사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가 많아 힘든 일이 있어도 위로받고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나는 1학년 때 에이버리 2인실(double), 2학년 때 에이버리 1인실(single)을 이용했다. 3학년이 된 현재는 벡텔의 6인 스위트룸(suite)에서 살고 있다. 기숙사와 달리 벡텔은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내가 사는 스위트룸의 경우 구성원들이 거실과 화장실, 샤워실만 공유하고 각자 1인실을 사용할 수 있어 사생활을 더 보장받을 수 있다. 


그래도 결국 금요일 밤이 되면 모두 거실에 모인다. 그리곤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맥주를 한 잔 마시며 수다를 떤다. 다른 곳에 사는 친구들을 초대해 놀기도 한다. 지난 학기에는 친구들을 30명 넘게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에이버리에 사는 것도 즐거웠지만 현재는 벡텔에서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있다. 

 

202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용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컴퓨터과학과 및 경영학과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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