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사람 같은 생성형 AI는 언제? MIT-IBM 왓슨 AI 연구소에 묻다

1월의 끝자락, 미국 케임브리지는 한파가 절정이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공기를 즐기기엔 항구도시의 칼바람이 너무도 매서웠다.

두터운 외투로 꽁꽁 싸매고 걸음을 재촉해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MIT-IBM 왓슨 인공지능 연구소(MIT-IBM Watson AI Lab) 건물로 들어갔다. 

30일~31일 연구소에서 개최한 미디어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까다로운 보안 절차를 거쳐 연구실로 들어가자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콕스 소장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생성형 AI 대중화 시대가 열리다 

 

“AI 기술의 진입장벽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똑똑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AI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MIT-IBM 왓슨 AI 연구소를 이끌며 MIT와 공동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데이비드 콕스 연구소장은 일상으로 성큼 다가온 AI가 앞으로는 더 대중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과거엔 AI를 사용하기 위해 거대한 서버를 보유하고 그 서버를 돌릴 유지비가 있어야 했으며, 코딩을 할 줄 알고 컴퓨터도 강력해야 했다. 하지만 이젠 연구자들이 공개한 플랫폼이나 사이트에 로그인만 하면 AI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플랫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22년 11월 오픈AI(OpenAI)가 출시한 대화형 AI 챗봇 ‘챗GPT(ChatGPT)’다. 챗GPT는 서비스 개시 5일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달성했고, 올해 1월에는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했다. 그 외에 텍스트 설명을 넣으면 이미지를 생성하는 달리 2(DALL·E 2),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미드저니(Midjourney)와 같은 AI 플랫폼도 화제다. 한국형 챗GPT인 ‘뤼튼(wrtn)’, 논문을 검색해주는 ‘엘리싯(Elicit)’, 단백질 3D구조를 예측하는 ‘크래들(Cradle)’, 전 세계 연구 생태계를 모니터링하면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위즈덤(Wizdom.ai)’ 등 서비스의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콕스 연구소장은 “앞으로는 거의 모든 웹사이트와 산업,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대화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때때론 연구도 도와주는 만능 AI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AI의 ‘공부법’ 업그레이드가 관건   

 

 

이를 위해 MIT-IBM 왓슨 AI 연구소의 연구팀은 기존 머신러닝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뉴로 심볼릭(neuro-symbolic) AI’와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s)’이다. 

 

뉴로 심볼릭 AI는 기존 AI 모델의 단점인 ‘추론 능력’을 보완한다. 챗GPT의 기반 모델인 GPT-3을 비롯해, 기존 AI 모델들은 인공 신경망을 이용한 학습에 특화돼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속해서 이어질 가장 가능성 높은 단어를 예측하는 데는 뛰어나다. 하지만 학습한 지식에서 규칙을 추출하고 이를 응용해 추론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고양이를 학습시키기 위해 AI 모델에게는 수천 장의 고양이 사진이 필요하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그보다 훨씬 적은 노력이 드는 이유가 바로 추론 능력의 차이다. 연구팀은 데이터에서 뽑아낸 지식이나 규칙을 별도로 암호화해 AI에게 학습시킴으로써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한편 기존의 머신러닝은 새로운 AI를 만들 때마다 데이터 세트를 새로 학습시켜야 했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려주는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림 데이터 세트, 자연어 처리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텍스트 데이터 세트가 필요했다. MIT-IBM 왓슨 AI 연구소 연구팀은 거대한 데이터 세트 하나를 활용해서 여러 분야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학습한 뒤, 목적에 맞게 필요한 분야의 데이터를 이용해 답을 내는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을 개발 중이다. 

 

 

1 AI의 진화를 설명하는 콕스 소장.  

2 IBM은 1997년 AI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로 인간 챔피언을 이기고, 2011년 대화형 AI ‘왓슨’으로 인간과 퀴즈 대결을 벌이며 머신러닝 기술을 선도해왔다. 2017년엔 10년 간 약 314억 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3 연구소 소속 MIT 교수진과 학생들, IBM 연구진들.
4 미디어 투어에 온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자들과 인터뷰 중인 연구원.

 

 

 “사람 같은 AI는 2050년 이후에나” 

 

요즘 우리 모두가 느끼는 것처럼 생성형 AI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IBM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어도비, 엔비디아 등 거대한 IT 기업들이 모두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런 속도라면 머지않아 전지전능한 AI가 나오지 않을까. 

 

그러나 콕스 연구소장의 답변은 의외였다. “205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그는 AI의 진화 단계를 3단계로 구분했다. 단일 분야에서 인간을 초월하는 정확성과 속도를 가진 ‘좁은(Narrow) AI’, 신뢰할 수 있고 보안성과 윤리성을 갖춘 ‘넓은(Broad) AI’, 마지막으로 사람처럼 추론 능력에 자율성까지 갖추고 여러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일반(General) AI’. 그는 “현재의 AI는 2단계인 넓은 AI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AI의 윤리적인 문제와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한 예로 메타(옛 페이스북)는 지난해 11월 과학자들의 논문 작성을 도와주는 과학 언어 AI 모델 ‘갤럭티카(Galactica)’를 출시했다가 3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과학적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콕스 연구소장은 “AI가 했다는 이유로 인간의 책임이 없어질 수는 없다”며 “강력한 AI 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고정관념을 깨고, 인간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콕스 연구소장은 인터뷰 내내 “AI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남은 일은 AI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과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일”이라며 “연구소에서 이뤄지는 모든 연구에 윤리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환 

진학사에서 입시교육 콘텐츠기획자, 한국예술원에서 특임교수로 일했다. 현재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며 이웃집 과학자, 과학동아, YTN 사이언스 등 다양한 채널로 과학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과학 현장에 직접 가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브 과학 채널 ‘지식인 미나니’를 운영 중이고 최근 과학 만화책 ‘요즘 과학’과 GPT3 기술을 활용한 책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2023년 트렌드’를 펴냈다.

skddl0514@gmail.com

202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미국 케임브리지=이민환 과학커뮤니케이터
  • 에디터

    이영혜 기자 기자
  • 디자인

    박주현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 소프트웨어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