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본질은 파동. 그러나 이를 눈으로 보지 않고 실감하기는 어렵다.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양한 소리의 모습을 즐겨보자.
요즈음 거의 모든 컴퓨터에는 사운드카드가 내장돼 있다. 그래서 컴퓨터 게임을 하더라도 더욱 박진감이 넘친다. 또 이를 이용하면 집에서도 손쉽게 노래방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이 사운드카드를 이용하면 이전에 대학 실험실에서나 할 수 있었던 고급스러운 실험을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비싼 컴퓨터가 단지 오락기구가 아닌 훌륭한 학습교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소리나라로 탐험을 떠나보자.
소리를 눈으로 보려면
어떤 노래방 프로그램에는 노래소리에 맞춰 화면이 파도와 같이 출렁거린다. 소리의 강약에 따라 그 출렁거림의 정도도 달라진다. 때로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하게 생각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파형이라고 하는데 소리가 전해질 때 공기가 떨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에 돌을 던지면 물의 출렁거림이 돌이 떨어진 자리로부터 동심원을 그리면서 퍼져나간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숟가락으로 때리면 쨍 하는 소리가 퍼져나간다. 소리가 나는 동안 밥그릇의 가장자리에 손을 대 보면 그릇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소리는 물체가 진동할 때 생겨난다.
물체의 떨림이 공기에 전해지면 공기입자들도 그 떨림에 맞춰 앞뒤로 진동한다. 공기진동이 옆의 공기에까지 전해져서 계속 전파되는 것을 우리는 “소리가 퍼져나간다”고 말한다. 이러한 진동이 우리 귀에까지 전해지면 귀의 고막도 함께 떨리게 된다. 그러면 비로소 우리는 “누가 밥을 더 먹고 싶은가 보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면 공기진동이 마이크 속의 진동판을 떨게 한다. 그러면 진동판에 붙어있는 자석이 앞뒤로 운동하면서 그 주위 코일에 전기신호를 만든다. 마이크는 코일에 자석이 들락거리면 유도전류가 생기는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 장치다.
이 전기신호가 컴퓨터에 들어가면 사운드카드는 전기신호를 컴퓨터가 알 수 있게끔 번역하는 일을 한다. 파형은 공기입자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나타낸 그래프다. 그래프에서 원점은 공기입자가 원래 있던 자리이고, 원점에서 위아래로 떨어진 거리는 공기입자가 그 순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제 윈도 95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녹음기를 이용해 여러가지 소리를 녹음해보자. ‘보조프로그램’ 중 ‘멀티미디어’ 속에 들어가면 ‘녹음기’란 프로그램이 있다. 마이크를 연결한 뒤 녹음기의 맨 왼쪽 빨간색 동그라미를 선택하면 녹음이 이뤄진다.
녹음된 소리의 파형은 따로 파형편집기를 이용해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사운드카드와 함께 제공된다. 만일 파형편집기가 없다면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다운받으면 된다. 관련 프로그램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는 하이텔 동호회 ‘멀티미디어 클럽(MMC)’나 나우누리의 ‘멀티미디어 포럼’이 있다.
큰 소리와 높은 소리
바로 옆에서 치는 벼락소리는 큰 소리다. 여자나 아이의 소리는 남자 어른과 비교할 때 높은 소리다. 기본 음계 중에서 솔은 도보다 높은 소리다. 큰 소리와 높은 소리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소리의 파형을 보면 그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큰 소리와 작은 소리의 차이를 쉽게 알기 위해서 소리굽쇠를 쓰면 편리하다. 소리굽쇠는 언제나 같은 높이의 소리만 내도록 만들어졌다. 당연히 소리굽쇠를 세게 때리면 큰 소리가, 약하게 치면 작은 소리가 난다. 소리굽쇠를 세게 때리면 더 큰 폭으로 떨린다. 이에 따라 공기도 더 큰 폭으로 진동한다. 따라서 큰 소리는 진폭이 큰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진폭이란 물체가 진동할 때 원래의 위치로부터 가장 멀리까지 간 거리를 뜻한다. 파형을 나타내는 그래프에서는 원점에서 산, 또는 골짜기까지의 거리가 진폭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이 내는 소리를 녹음해 가장 큰 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꽤 재미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를 비교하기 위해 피아노 소리를 녹음해 보았다. ‘도’와 ‘솔’의 파형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는데, 솔음인 경우 도음에 비해서 반복되는 모양의 간격이 좁다. 이 말은 솔음이 퍼져나갈 때 공기가 더 빨리 진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리의 높낮이는 진동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주기란 한번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소리의 높낮이를 말할 때 일반적으로 주기보다는 진동수를 비교한다. 진동수는 1초 동안 진동한 회수를 뜻하며, 단위는 Hz(헤르츠)를 쓴다. 예를 들어 20Hz는 1초에 20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한번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의 1초인 0.05초다. 이처럼 주기와 진동수는 역수 관계에 있다.
헤르츠라는 말은 전혀 생소하지 않을 것이다. 라디오에서 ‘굿모닝 팝스’를 들을 때, 오성식 아저씨의 목소리는 89.1MHz의 전파를 타고 날아온다. 메가(M)는 백만이라는 뜻이니까 이 전파는 1초에 8천9백10만번 진동하면서 전해진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이야기를 소리의 높낮이로 돌린다면 도음은 진동수가 2백64Hz이고 솔음은 3백96Hz이다. 이처럼 진동수가 클수록, 주기가 짧을수록 높은 소리에 해당한다. 음의 높이도 주로 진동수로 나타낸다. ‘가운데 도’인 경우 2백64Hz이고, 이보다 한 음계 높은 도는 5백28Hz로 진동수가 두배이며, 한 음계 낮은 도는 2분의 1인 1백32Hz이다.
서태지 노래는 소음?
이제는 은퇴해서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나 ‘시대유감’과 같은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것도 음악이냐”며 시끄럽다고만 한다. 그만큼 현대음악과 소음을 구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음악과 소음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은 악기소리나 사람의 노래소리를 음악이라고 하고 물건 떨어지는 소리나 박수소리 등은 소음이라고 보자. 사람의 노래소리를 녹음해 파형을 보면 같은 모양이 계속 반복되는 곳이 있다. 반면 박수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음악과 소음의 차이를 구별할 때 그 파형이 반복되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영화 ‘긴급명령’ 목소리 주인 찾기
여름 밤 혼자 듣는 트럼펫의 연주는 마도로스의 삶을 꿈꾸게 하고 가을 저녁의 바이올린 소리는 릴케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속에서도 어떤 악기가 내는 소리인지를 알아맞출 수 있다.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데도 악기마다 소리가 달리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집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키보드를 이용해서 바이올린과 트럼펫이 내는 소리를 녹음한 뒤 그 파형을 비교해 보았다. 솔음을 택하자 모두 0.002초 사이에 약 8개의 같은 모양이 나타났다. 악기는 달라도 같은 음이므로 주기가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형을 살펴보면 두 소리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진폭이나 주기와 상관없이 두 악기가 내는 소리는 반복되는 파형의 모양이 다른 것이다. 이것이 두 악기의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이유다. 사람의 목청을 비롯해 여러가지 악기가 같은 음을 낼 때 진동수는 같지만 파형은 서로 다르다. 이러한 파형의 차이가 악기가 내는 소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한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긴급명령’이라는 영화를 보면 목소리 파형을 비교해 주인을 찾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도 나름대로의 독특한 파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화목소리만 듣고도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를 적용한 음성인식 시스템이 곧 실생활에 응용될 전망이다. 한편 여러가지 악기의 파형을 알고 있으면 그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고도 그 파형을 그대로 만들어서 실제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다. 이것이 신서사이저(synthe-sizer), 곧 전자 키보드의 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