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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융복합 파트너] 실리코팜. 불치병 정복을 목표하다

“인 실리코(in silico)란 신조어가 있어요. 컴퓨터로 과학을 하는 분야를 말해요. 여기서 따온 실리코에 제약분야를 가리키는 팜(pharm)을 붙여 만든 이름이에요.”

 

2021년 7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대학원생들이 모여 실리코팜을 설립했다. 실리코팜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생체 내 질병의 원인물질인 ‘타깃’을 찾는 탐색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공동 창업자 5명 모두가 유우경 DGIST 뇌과학과 교수 연구실 구성원들이다. 2022년 11월, DGIST 산학협력관에서 김태형, 지상호 공동대표를 만나 뇌과학 연구자들이 어떻게 제약바이오 분야로 창업했는지 물어봤다.

 

연구실과 창업을 잇는 매개는 AI였다. 뇌는 다른 신체 장기에 비해 복잡해 이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AI를 사용해야 한다. 5명의 뇌과학 연구자들은 AI로 창업의 기회를 엿봤다.

 

처음부터 신약 개발이 목표였던 것은 아니었다. 지 공동대표는 AI를 활용한 창업 아이템과 비지니스 모델을 바꾸고 가다듬는 ‘피봇’ 단계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3번 연속이나 학생 창업 경진대회에 탈락하는 고배도 마셨다. 그러다가 이들의 레이더 망에 걸린 것이 제약바이오 분야였다.

 

일반 제약회사는 질병의 원인을 찾는 AI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신약개발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 있는 연구자들은 이런 솔루션을 사용하기 어렵다. 실리코팜은 바로 이 수요를 보고 창업했다.

 

천무경 한국뇌연구원 치매 연구그룹 연구그룹장이 창업자들을 도왔다. 탐색 솔루션의 기초 연구 자료를 선뜻 내준 것이다. 실리코팜은 이를 바탕으로 적은 데이터 세트로도 모델 학습을 할 수 있는 적대적생성신경망(GAN)을 사용해 타깃을 찾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전사체나 단백체 유전자를 하나 제거하면 전체 유전자에 변화가 생긴다. 정확한 타깃 탐색을 위해서는 솔루션이 이 변화를 정확하게 모사해야 한다. 현재 탐색 솔루션의 모사 수준을 묻자 김 공동대표는 “암에 있어서는 신뢰도가 상당히 높게 나온다”며 “이제는 좀 더 복잡한 생명현상에서 모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회사에서 더 큰 연구를 꿈꾼다

 

타 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했던 김 공동대표에게 DGIST는 꿈을 실현한 공간이다. 김 공동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부 재학 시절에도 창업을 여러 번 시도했던 그는 기술 창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DGIST 대학원을 선택했다.

 

물리적인 공간도 실리코팜에 큰 힘이 됐다. 실리코팜이 입주해 있는 DGIST 산학협력관은 외부에 비해 월세가 7분의 1 수준으로 저렴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검증하는 DGIST 핵심단백질자원센터와도 가까워, 편하게 실험을 할 수 있다. 솔루션을 개발하는 최적의 공간인 것이다.

 

이들이 실리코팜과 학위과정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은 지도교수인 유우경 DGIST 뇌과학과 교수의 배려 덕분이다. 유 교수는 창업 초반 투자를 유치하고 회사 운영을 궤도에 올려야 하는 시기에 공동창업자들이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해줬을 뿐만 아니라 조언과 자문도 아끼지 않았다.

 

학위에 대한 걱정은 없냐는 질문에 김 공동대표는 “회사를 통해 더 큰 연구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솔루션 구매자들이 사용한 데이터가 다시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데이터로 사용된다면, 더 많은 생명 현상을 모사할 수 있게 돼 뇌과학 연구를 위한 AI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이를 사용하면 지금은 불가능한 수준의 연구가 가능해진다.

 

김 공동대표가 그리는 더 큰 연구는 실리코팜의 첫 매출 발생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은 2023년 6월까지 첫 매출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한 솔루션을 판매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을 금전에 국한해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지 공동대표는 “합리적인 금액으로 솔루션을 판매해 구매 연구자, 연구실과 협력관계를 맺어 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구매자들의 피드백과 조언으로 탐색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치매,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의 불치병은 아직 타깃이 알려지지 않았다. 실리코팜은 불치병 연구자들이 실리코팜이 개발한 솔루션을 사용해 이들 타깃을 찾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래를 바라본다.

202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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