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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과학은]빛과 소리로 몸속을 샅샅이, 광음향 의료영상기술

매년 연말연시면 미래 동향과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서점가를 가득 채웁니다. 미래의 변화를 앞서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죠. 과학동아는 올해도 5년 뒤 연구 동향을 엿보는 야심찬 시도를 이어갑니다. 이번 달에는 전 세계 논문을 모아놓은 네덜란드 라이덴대 데이터에서 높은 ‘복합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여주고 있는 광음향 의료영상기술 분야를 살펴봤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문을 내고 있는 연구자에게 직접 설명을 들었습니다.

 

‘광음향’. 용어는 생소하지만 우리는 광음향 현상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번개와 천둥소리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번쩍’ 하고 번개가 치고 이어서 ‘쿠쿵’ 천둥소리가 들리는 걸 경험한 적이 있을 겁니다. 물체가 빛을 흡수해 온도가 올라가면 음향파(초음파)가 발생하고, 이런 현상을 광음향 효과라고 합니다. 번개가 친 순간과 천둥소리를 들은 시간 차이에 공기 중 소리의 속도를 곱하면 번개가 친 장소와 천둥소리를 들은 관찰자 사이의 거리를 구할 수가 있습니다. 관찰자가 한 명일 경우 번개가 친 장소를 한곳으로 정하기 어려우나, 최소 세 명의 관찰자가 다른 위치에서 소리를 들을 경우에, 삼각 측량 방법으로 그 위치를 정확히 찾을 수 있죠.

 

몸 속 장기, 수술 없이 본다

 

광음향 의료영상기술은 광음향 효과를 응용해 의료영상을 촬영하는 기술입니다. 기존의 초음파 기술은 초음파 센서에서 소리를 만들어 몸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소리의 신호로 영상을 만듭니다. 반면 광음향 영상기술은 레이저를 몸에 쏜 뒤, 몸에서 소리가 만들어지면 그 소리를 측정해 영상을 만듭니다.

 

광음향 영상기술이 각광받는 이유는 피부 수cm 아래 생체조직을 수술 없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생체조직의 모양과 색을 시각적으로 구분해 질병을 진단합니다. 하지만 심부에 위치한 생체조직은 빛을 산란시켜 강한 빛을 쪼여도 고해상도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은 마치 안개 낀 길에서 운전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안개가 없으면 가시거리가 길어서 매우 먼 곳까지 볼 수 있지만, 안개가 짙게 끼면 헤드라이트를 켜도 안개의 물방울이 빛을 산란시켜 가시거리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광학 영상기술인 광현미경, 광간섭 단층 촬영은 투과할 수 있는 깊이가 최대 2~3mm입니다. 광확산 단층 촬영술이라는 기술로는 심부 조직 신호를 획득할 수 있으나 해상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죠. 최근 병원에서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핵의학영상(PET), 초음파 촬영 등을 많이 합니다만, 엄밀히 말해서 우리 눈이 보는 것과 동일한 모양과 색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우리 눈과 같은 광학적 메커니즘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X선 컴퓨터단층촬영이나 핵의학영상의 경우 촬영 중 방사선 노출도 피할 수 없고요.

 

작게, 스마트하게! 광음향 영상기술 트렌드

 

광음향 현상은 1880년 무선통신을 고민한 미국의 과학자이자 발명가 알렉산더 벨이 실험으로 처음 확인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기초연구에 적용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입니다. 레이저 발생기, 컴퓨터 및 초음파 감지 기술 등 다양한 하드웨어 기술과, 신호 및 영상처리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2003년에는 처음으로 실험용 쥐의 뇌 구조 및 기능을 해부 없이 영상화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오늘날 광음향 영상기술은 생물학, 화학, 재료공학, 임상의학 등 전 분야에 활용됩니다. 몇 가지 트렌드를 짚어보자면, 첫 번째로 고민감도 광음향 분광기술을 이용해 비침습형 혈당 측정 센서 같은 스마트 진단 기기를 개발하는 연구가 많아졌습니다. 아침마다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고충을 덜듯, 생활 속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광음향 촬영장치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두 번째로는 다양한 작은 동물들을 촬영할 수 있는 광음향 촬영 장비를 개발 중입니다. 이것을 이용하면 작은 동물의 적혈구와 같은 단일 세포, 혈관 네트워크 등을 볼 수 있고,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도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더해지면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에 동물에게 사용해 효과를 확인하는 전임상 시험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로 광음향 영상기술과 기존의 초음파 영상기술을 융합해 암을 연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는 유방암과 갑상선암 임상실험에 초음파 영상뿐만 아니라 광음향 의료영상도 쓰입니다. 유방암과 갑상선암은 초음파만으로도 진단 민감도가 100%에 달합니다. 민감도는 암에 걸린 사람이 검사를 받았을 때 암이 있다고 판정받는 비율입니다. 즉 초음파만으로도 악성 종양을 놓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초음파 촬영은 특이도가 낮습니다. 특이도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검사를 받았을 때 암이 없다고 판정받는 비율입니다. 특이도가 낮으면 여러가지 조직검사를 추가로 해야 하고 의료비용이 증가합니다. 광음향 촬영을 함께 진행한다면 민감도와 특이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고, 미래에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광음향 영상기술은 생체조직이 만들어낸 소리를 직접 듣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조영제 같은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도 생체조직을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생화학적 조영제와 광음향 영상기술을 사용해 광열 치료(Photothermal therapy)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광열 치료는 생체조직에 빛을 흡수시켜(온도를 높여)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광열 치료가 이뤄질 때에는 동시에 광음향 영상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치료와 모니터링이 함께 이뤄지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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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향 영상기술 1등이 되려면

 

현재 광음향 영상기술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스타트업도 쏟아집니다. 하지만 광음향 영상기술을 실제 임상에 다양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선행돼야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기존 초음파 촬영기능을 100% 유지하면서 광음향 영상도 추가로 찍을 수 있는 장비가 개발돼야 합니다. 그래야 기존의 초음파 영상 촬영 프로토콜에 따라 광음향 영상촬영을 임상에 적용하는 일이 가속화될 테니까요. 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광음향 탐침과 저가형 소형 레이저 발진장치 등 부품도 지금보다 더 작아져야 할 겁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포스텍을 중심으로 광음향 영상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포스텍의 연구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죠. 저희 연구팀은 광음향 촬영 스타트업인 ‘옵티코’를 창업해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정책적으로 새로운 의료기기를 도입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기술 선점과 빠른 기술 사업화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필자소개

김철홍. 포스텍 IT융합공학과 주임교수이며 차세대리더교수 및 무은재 석좌교수이다. 2004년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2009년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뉴욕주립대 버팔로캠퍼스에서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2013년부터 포스텍에서 연구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차세대 의료영상 기술 개발, 임상적용 및 기술사업화다. 2017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젊은 과학자상, 2017년 IEEE EMBS 젊은과학자상, 2021년 이달의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SPIE 및 OPTICA 석학회원이다. chulhong@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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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철홍 포스텍 IT융합공학과 교수
  • 도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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