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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덕행덕] 필름 덕후가 알려주는 입덕 가이드 카메라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I 보이스카웃비주얼랩 감독 이관우

 

‘뉴트로’는 새로움의 뉴와 레트로(복고)의 합성어입니다. 디지털 이미지 센서의 등장으로 필름카메라는 더 편리한 디지털카메라에 자리를 내줬는데요. 최근 필름카메라는 특유의 감성으로 뉴트로의 중심이 됐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사진을 찍은 뒤 실물 사진을 기다리는 설렘과 사진관마다 다른 색감의 사진이 나오는 재미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소한 실수조차도 감성이 된다고 합니다. 필름카메라 덕후들은 사진을 찍고 현상을 맡기는 작업까지 사랑하고 있습니다. 

 

매번 다른 느낌이 주는 매력


소형 필름카메라부터, 중형, 대형 카메라를 다루다 직접 필름 현상과 인화를 하는 필름카메라 덕후 이관우 씨. 그를 9월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보이스카웃비주얼랩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벽면 한쪽에는 필름카메라가 쌓여있고, 어두컴컴한 구석에는 플라스틱 통과 유리통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곳이 사진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곳곳에 보이는 액자 속 자동차 사진만이 그가 자동차 광고 기획자인 것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라이카로 찍으면 다르다’라는 광고 글에 꽂혀서 구매했던 거 같아요. 근데 너무 어려운 카메라로 입문해서 그런지 처음엔 크게 재미를 느끼진 못 했어요.” 관우 씨는 35mm짜리 필름을 가진 가장 대중적인 필름카메라로 입문했습니다. 35mm 필름카메라를 사고팔다가 중대형 필름카메라 렌즈의 필름사이즈에서 오는 해상력 차이를 접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형 카메라에 이어 대형 카메라까지 접하게 됐죠. 필름의 면적으로 구분한다면, 대형카메라는 4x5 인치 이상인 필름카메라입니다. 옛날 영사기가 생각나는 모습이군요.


관우 씨는 길거리를 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요. 바깥에서 암천을 뒤집어쓰기만 해도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대형카메라를 본 사람들은 다들 제가 측량기사인 줄 알더라고요”라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필름카메라와 렌즈가 가득 놓여있는 선반 건너편에는 직접 필름을 인화할 수 있는 장비가 있습니다. 관우 씨는 “특히 습판은 사진이 매번 다르게 나와서 세상에 하나뿐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콜로디온 습판법은 1851년 영국의 조각가 프레드릭 아처가 개발한 사진기법입니다. 콜로디온은 알코올과 에테르에 나이트로셀룰로오스를 녹여 만든 점액질 용액인데요. 콜로디온 용액을 유리나 철판에 부어 촬영 후 현상까지 손쉽게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옛 사진기법까지 다루는 관우 씨는 필름카메라가 주는 매번 다른 느낌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런데 필름카메라의 원리는 디지털카메라와 어떻게 다를까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셔터가 찰칵하는 순간 빛의 상이 필름에 맺히는 원리입니다. 필름에는 빛과 반응하는 물질이 발라져 있는데, 사진을 찍으면 빛이 필름에 기록됩니다. 이 보이지 않는 희미한 상을 화학반응을 통해 뚜렷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현상’입니다. 여기서 필름카메라의 불편함이자 매력이 나옵니다.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필름을 현상해야 필름에 상이 맺힙니다. 또 현상이 끝난 뒤 사진을 디지털로 보고 싶으면 스캔을 하고, 사진을 실물로도 받고 싶으면 ‘인화’를 해야 합니다. 반면 디지털카메라는 디지털 센서를 통해 피사체의 상을 전기적 신호로 변환한 뒤 기록하는 식입니다. 이미지 센서가 필름의 역할을 하는 거죠. 


그는 어쩌다 이렇게 19세기 촬영기법 같은 생소한 분야에 빠지게 됐을까요. 관우 씨는 “필름카메라의 매력은 기다림만이 아닌 다양한 렌즈를 통한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특이한 보케와 빛 번짐이 나타나는 아나모픽 렌즈로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인화기에 아나모픽 어댑터를 달아서 사진을 인화하기도 했죠. 이미지를 홀쭉하게 만드는 특수 렌즈가 아나모픽 렌즈인데요. 빛이 일자로 퍼지거나 상이 아른거리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보케는 빛이 흐려지면서 이미지가 흐리게 보이는 효과를 말하는데요. 빛망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카메라 회사마다 다르기도 합니다. 올드렌즈 중에는 회오리치는 보케가 나타나는 것도 있습니다. 보케는 옛 필름카메라 렌즈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오류지만, 필카덕후들에겐 이것도 매력이 됩니다. 관우 씨는 “노이즈가 있는 것처럼 거친 경우도 있고, 필름마다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특징이 있어요”라고 합니다.

 

 

화학 실험하는 과학자 같은 모습


이처럼 관우 씨는 필름카메라와 렌즈 등을 수집하는 것을 넘어선 덕후였습니다. 실험하는 화학자의 느낌도 있었습니다. 화학약품을 쌓아 둔 진열장에서는 실험실 냄새가 났습니다. 그는 “낱개로 잘 팔지 않아서 샀는데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죠”라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약품 중에는 필름을 중화시켜서 사진을 더 잘 나오게 하는 것이 있는데요. 이 중에는 청산가리처럼 위험한 약품도 있다고 합니다. 관우 씨는 인체에 해가 없는 것들을 위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필름의 모든 과정을 경험하다 보니 생소한 분야에도 지식이 생겼어요. 약품들을 실린더로 보며 0.01mL, 0.01mg 단위로 섞고 제조하면서 화학에도 관심이 생겼죠.” 필름 현상에는 화학 공식이 정해져 있어서, 이 공식에 어긋나면 상 자체가 안 맺히기도 합니다. 정확한 온도와 시간을 맞추는 것도 중요한 거죠. 어떤 현상액을 쓰는지, 어떤 필름을 쓰는지에 따라 선명도가 다릅니다. 이 과정에서 부피와 질량 단위가 달라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가루약 같은 경우 물과 달리 부피와 질량의 단위가 다른데요, 처음에 이를 1대1 개념으로 두고 보다가 실수를 한 적도 있죠.”

기다리고, 실물로 받아보고


필카 덕질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는 요새 사진에 느끼는 아쉬움과 일맥상통합니다. “디지털 이미지는 너무 쉽게 소비되는 경향이 있어요.” 관우 씨는 인터넷이나 SNS에 너무 많은 이미지가 존재하면서 사진을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필름을 잘 찍으면 디지털처럼 나온다는 말이 있어요. 필름카메라 마니아들은 디지털처럼 잘 나온 깨끗한 사진을 원하는 게 아니라, 필름을 통해 사진이라는 실체를 얻는 경험과 정감있는 실수를 통해 얻어지는 필름의 결과물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느리지만 재밌다’도 디지털카메라와는 다른 필름카메라의 매력입니다. 사진을 찍고 바로 볼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필름카메라는 기다려야만 합니다. 사진이 잘 안 나올 때도 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결과가 나올 때가 있는데요. 그때 이 필름카메라의 매력이 살아난다고 합니다.


필름카메라와 조금 다른 매력이 있는 아날로그 카메라도 있습니다. 바로 즉석카메라입니다. 즉석카메라 기업 폴라로이드가 유명해 폴라로이드라고도 하는데요. 폴라로이드의 ‘원스텝 카’는 현재 인스타그램의 아이콘이기도 하죠. 즉석에서 사진 실물을 받아보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찰나의 순간을 담는 사진을 소중히 대할 수 있는 필름카메라. 선명한 디지털카메라가 발전했지만, 필름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전체 과정을 색다르게 즐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일단 작은 필름카메라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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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한상민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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