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20V로 승압했을 때 이점은 무엇일까? 가전제품의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고 전력 손실도 상당량 줄일 수 있다.
물은 높은데서 낮은데로 흐른다. 전기도 마찬가지. 따라서 전기에너지는 높은데서 낮은데로 흐른다. 이 에너지의 차를 전위차라 하며 단위는 볼트(V)를 쓴다. 이를 우리는 흔히 전압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의 전압이 1백10V인 경우와 2백20V인 경우를 비교해보자. 물이 1백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2백20m에서 떨어지는 것이 힘차게 떨어지는 것처럼 전기도 2백20V 전압이 같은 조건이라면 훨씬 많은 양의 전기를 공급해준다. 우리가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물이 힘차게 쏟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힘없이 '잴잴' 흐르는 경우도 있다. 수압이 높으면 같은 수도관이라도 물이 콸콸 쏟아지며, 수압이 낮으면 세면대를 채우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압을 전압으로 바꿔보면 같은 굵기의 전선에서도 전압의 높낮이에 따라 흐르는 전기의 양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기를 공급하는 힘을 배가
우리나라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의 전압은 애초에 1백10V였다. 이당시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기기구는 전구가 중심이었으며 고작해야 텔레비전이나 선풍기 전축 등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전자혁명은 가전제품의 수를 대폭 증가시켰다. 냉장고 세탁기는 물론 전기밥솥 비디오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이 속속 등장했다. 이를 1백10V로 감당해내기는 쉽지 않다. 가정에 공급되는 옥내전선은 지름이 2㎜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전압을 높이지 않으면 가전제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우리가 집에서 모든 가전제품을 한꺼번에 돌리면 형광등 불빛이 흐려지는데 이것은 바로 전압이 딸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73년부터 승압공사(전압을 높이는 공사)를 시작해 90년대 말까지 가정에 공급되는 모든 전압을 2백20V로 만들 예정이다.
승압을 하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우리가 쓰는 가전제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에어컨이나 전자레인지 대형냉장고 등 전기가 많이 소모되는 전자제품은 1백10V로는 제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를 2백20V로 올려 준다해도 실제 사용되는 가전제품이 1백10V용으로 생산됐다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승압계획이 확정되면서 가전제품의 사용전압도 2백20V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결과 등장한것이 1백10V 2백20V 겸용 가전제품이다. 전국이 동시에 승압공사를 한다면 가전제품 모두를 한꺼번에 2백20V 전용으로 바꾸면 되지만 지금과 같이 2백20V와 1백10V가 혼용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겸용이 불가피하다. 겸용이라고 하는 것은 1백10V나 2백20V나 가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고 가전제품 내에 붙어있는 전환스위치를 사용전압에 맞게 고정시켜놓고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에 1백10V로 가전제품의 스위치를 맞춰놓고 2백20V 콘센트에 꽂으면 가전제품 퓨즈가 금방 타버린다. 거꾸로 2백20V에 스위치를 맞춰놓고 1백10V 콘센트에 꽂으면 가전제품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카세트테이프를 예로 들면 힘차게 제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피그르르' 소리를 내면서 헛돌고 만다.
TV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은 이미 대부분 1백10V 전용 제품이 생산금지돼 있으나, 인체와 자주 접촉되는 전기면도기 전기장판 등과 복사기 등 일부 사무용품은 아직도 1백10V 전용으로 남아 있다. 아무래도 2백20V가 1백10V보다는 고압이라 주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도 93년부터는 겸용제품으로 생산해야 한다.
강압기 무료제공
이미 승압공사를 마친 집에서 1백10V 전용 전기면도기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압기(transformer)를 사용해 전압을 낮추어야 한다. 한전측에서는 승압공사를 한후에 1백10V 전용 가전제품이 있다면 소형강압기를 무료로 제공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집안 내에 조정스위치를 달아줘 1백10V와 2백20V를 동시에 쓸 수 있도록 해준다.
요즘 새로 짓는 집은 모두 2백20V 전기공사를 하는데, 아직까지 1백10V 전용 가전제품이 남아있기 때문에 강압기나 조정스위치를 설치해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새로 지은 집에서 1백10V용 콘센트와 2백20V용 콘센트(사진 참조)가 동시에 부착돼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직 승압공사가 안돼 2백20V 전용 가전 제품(에어컨이나 대형냉장고 등)을 써야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이럴 경우에는 한전 측에 승압공사를 신청하면 된다. 모든 공사 비용은 한전측에서 부담한다. 다만 당해년도에 승압공사가 예정돼 있는 지역이면 곧바로 공사를 하지 못한다.
2백20V로 승압을 했을 때 다른 이점은 없을까. 전기 공급능력이 두배로 확대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이를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1백10V로 전기를 공급 했을 경우(옥내 전선 2.0㎜기준) 일시에 2.6kW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2백20V인 경우는 이의 두배인 5.28kW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력손실이 대폭 감소되는 이점이 있다. 발전소에서 발전된 전기는 보통 34만5천V로 송전된다. 이 전기는 1,2차 변전소를 거치면서 2만2천V로 강압되고,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전주(전봇대)에서 공장용은 3백80V로 가정용은 2백20V와 1백10V로 낮 추어져 배전된다. 전주에서 가정으로 전기를 배전하는 동안 전력손실이 발생하는데, 2백20V로 배전할 경우는 1백10V보다 전력손실이 75%나 준다.
90년말 현재 우리나라 승압률은 71.7V(6백44만5천호)를 넘어섰는데, 도시보다는 농어촌 지역이 훨씬 공사 진척이 빠르다. 서울 지역은 50% 내외에 머물고 있는 반면에 농촌 지역은 80% 가까이 육박하고 있다. 농촌 지역이 이처럼 빨리 승압이 진척되는 것은 도시보다 공사하기가 편리하고, 승압했을 경우 양수기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추세도 2백20V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1백10V급을 사용하는 국가는 멕시코 도미니카 등 중남미 10여개국에 불과하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대부분의 국가는 2백20V만을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처럼 겸용으로 공급한다. 특히 일본은 우리보다 승압률이 더딘 편인데 최근에 들어서 승압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백20V전압과 관련해 사용자들이 조심해야 할 점은 젖은 손으로 콘센트를 만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옥내입구에 누전차단기가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1백10V보다 고압인 것이 분명하므로 감전됐을 때 위험도가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새로 이사했을 때 전에 사용하던 1백10V용 백열전구를 2백20V 소켓에 끼우다가 당황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형광등의 경우는 등을 바꿀 필요가 없고 형광등 집 내의 안정기를 2백20V용으로 바꾸어 사용하면 한다. 전압을 2백20V로 높였다하더라도 전기요금은 1백10V를 썼을 때와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