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추위를 땅속에 저장했다가 여름에 꺼내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윤영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네트워크실 책임연구원팀이 겨울철 냉기를 땅속에 저장했다가 여름철 냉방에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양쪽 온도가 다를 때 유체 안의 기포가 빠르게 진동하는 ‘기포자가진동’ 현상을 활용했다. 열교환 장치 내부에 있는 구불구불한 모세관 튜브가 냉기를 저장하는 축냉조와 외부 공기 사이를 연결한다. 모세관 튜브 안에는 냉매가 채워져 있다.
겨울철 차가운 공기와 상대적으로 따듯한 축냉조의 온도 차이로 냉매에서는 기포자가진동 현상이 나타난다. 덕분에 외부동력 없이도 빠르게 진동하며 냉기를 축냉조로 전달한다. 축냉조의 단열손실률을 1년에 3% 미만으로 개선해 오랜 시간 냉기를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기존 열교환 기술보다 에너지 소비량은 50% 이상, 크기는 30% 줄여 경제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냉기를 저장했다가 여름에 꺼내 쓰는 기술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 개발해 상용화 단계에 있다. 한국이 한 발 늦은 것은 전기요금이 저렴해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독일의 3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자연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냉기 저장 연구 및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