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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가 더 흥미로운 제임스웹

엣지 사이언스

 

“스피처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먼저 보겠습니다. 정말 훌륭한 사진이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사진에서도 감동을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화면에는 스피처와 제임스웹이 각각 찍은 사진이 떠 있었다. 같은 천체를 찍었지만, 두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우주의 신비는 달랐다. 설명하는 사람은 클라우스 폰토피단. 제임스웹 운영을 담당하고 행성의 탄생을 연구하는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의 프로젝트 과학자다. 

시각 예술가, 작가가 함께 참여한 프로젝트


8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천문연맹총회(IAUGA)가 열렸다. 폰토피단의 강연도 행사 일부였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천문연맹총회는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학술발표를 하고 천문학 주요 의제를 다루는 행사다. 국제천문연맹(IAU)에는 84개국, 1만 2000여 명의 천문학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천문학’이라는 표어로 열린 이번 총회의 중심에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있었다.


제임스웹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공동개발한 우주망원경이다. 우주망원경은 우주에서 천체관측을 하는 인공위성을 가리키는데, 제임스웹은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하고 성능이 뛰어나다. 제임스웹은 지름 6.5m 주경으로 기존 망원경이 볼 수 없던 심우주 천체들을 관측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임스웹은 7월 12일 놀라운 사진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용골자리 성운과 남쪽고리 성운, 스테판의 5중주 등 과거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했던 천체를 더욱 자세히, 아름답게 담아냈다. 폰토피단은 “제임스웹 프로젝트에는 과학자뿐 아니라 시각 예술가와 과학작가 등 3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과학자들이 느낀 감정을 대중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다양한 배경 지식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고민을 담아냈다. 


폰토피단은 “(제임스웹이 보낸) 사진들을 처음 봤을 때 우리는 이 사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의논했다”며 “좋은 결과물을 선보이기 위해 6주 동안 매일같이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모여 회의했다”고 말했다.


과학적인 성과도 있었다. 스테판의 5중주 사진에서는 은하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던 장면이다. 


본격적으로 제임스웹이 가동되면 심우주 탐색에 나설 예정이다.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관측할 천체를 정하고 결과는 모두 공개한다. 폰토피단은 “이제 우리는 별이 만들어지고, 은하가 병합되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적에게 뺏길 뻔한 제임스웹


“제임스웹이 발사장인 프랑스령 기아나로 운송될 때 해적들이 선박을 탈취하겠다고 경고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8월 7일에는 제임스웹을 주제로 대중강연도 진행됐다. 제임스웹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손상모 STScI 수석연구원이 연사로 나서 발사 준비부터 과정, 결과 등을 소개했다. 손 수석연구원은 제임스웹에 포함된 반사경의 초점을 맞추는 임무 등을 맡고 있다.


제임스웹은 개발 과정에서 예산 부족과 효용성 논란 등 여러 고비를 넘겨야 했다. 발사 직전인 2021년 12월까지도 위기가 있었다. 해적들이 선박을 뺏어가겠다고 위협했다. 손 수석연구원은 “해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비슷한 배를 동시에 여러 척 띄우고, 미국 해군이 직접 호위해 운송에 나섰다”며 “실제로 제임스웹을 운송한 배는 모든 절차가 완료된 뒤에 공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연에서는 제임스웹이 앞으로 임무를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는지도 소개됐다. 애초 약 10년 동안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계획됐지만, 현재는 약 20년 동안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수석연구원은 “우주망원경을 발사할 때는 정확한 위치에서 발사체와 망원경을 분리해야 한다”며 “제임스웹은 이 과정이 너무 매끄럽게 (정확한 위치에서, 정확한 힘으로) 진행돼 연료를 아낄 수 있었고, 덕분에 임무 기간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태초의 우주에 한 걸음 가까이


제임스웹은 본격적으로 임무에 나선 만큼 앞으로 새로운 우주 사진을 계속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손 수석연구원은 “3~4주에 한번씩 사진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주발사체는 인류를 우주에 발 딛게 했고,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너머 새로운 세계로 인류의 시선을 넓혔다. 이제 그 역할을 제임스웹이 이어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닿지 못했던 136억년 전 빛을 담아내며 우주의 탄생까지 한 걸음 더 내딛게 됐다.


손 수석연구원은 “천문학자로서 과학적인 연구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성과로부터) 무엇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지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제임스웹의 여정에 모든 천문학자와 대중이 함께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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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부산=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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