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청소년 환자들이 병원이나 약국을 가장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식중독입니다. 식중독은 말 그대로 오염된 음식물 속에 있는 유해한 미생물이나 유독물질이 독성을 일으켜 발생하는 질환으로 식중독에 걸리면 복통, 구토, 설사, 발열 등이 나타납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미생물로는 황색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 살모넬라, 바실루스 세레우스, 노로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식중독은 82%가 5~9월에 발생하는 만큼 여름에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입니다.
식중독에 최고의 약은 물
식중독은 더운 날 음식물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을 때 세균과 바이러스가 번식하면서 발생합니다. 어른의 경우에는 음식 냄새만 맡아도 경험적으로 상했는지 여부를 일차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은 경험이 적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먹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똑같이 상한 음식을 먹더라도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여름철 중·고등학교에서 단체로 학생들이 식중독에 걸렸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을 겁니다. 청소년은 학교나 학원 등 폐쇄된 공간에서 단체 활동을 많이 할 뿐만 아니라 급식 등을 통해 동일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한 명이 식중독에 걸리면 순식간에 수십 명 이상의 단체 식중독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식중독은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 집니다. 식중독에 걸렸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수분을 제대로 공급해 주는 것입니다. 설사나 구토를 많이 하기 때문에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지 않을 경우 입과 혀가 마르고, 손발이 차가워지고, 의식이 흐려지는 탈수가 일어나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이 때 자극을 줄 수 있는 찬물 보다는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계속해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식중독에 걸린 뒤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더욱 심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다만 열이 없고 심하지 않은 수준의 설사나 복통으로 살짝 불편한 정도라면 약국에서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호전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이 설사를 멈추는 지사제(止瀉劑)입니다. 지사제는 종류가 다양합니다. 장내 유해물질과 수분을 흡수하는 수렴제, 장내 유해균들을 억제하는 방부항균제, 장 운동을 억제해 장에서 수분이 다시 흡수되는 시간을 늘려 설사를 줄이는 장관운동억제제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중 가벼운 식중독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종류는 수렴제와 방부항균제입니다. 청소년 스스로 본인의 증상이 단순 배탈인지 식중독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약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약사에게 본인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합니다.
식중독 걸렸을 때 먹으면 안 되는 지사제는?
대표적인 수렴제로는 스멕타이트 성분이 들어간 짜먹는 포 형태의 ‘스멕타현탁액’이 있습니다. 스멕타이트는 천연 점토 중 하나로, 수분과 유해물질들을 흡수해 설사를 멈추게 합니다. 하지만 다른 약물들도 함께 흡착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약과 동시에 먹지 않고 최소 2시간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합니다. 물 설사처럼 설사에 수분이 많다면 스멕타이트가 효과적입니다.
방부항균제에는 크레오소트 성분의 ‘정로환’과 니푸록사지드 성분의 ‘에세푸릴캡슐’ 등이 대표적인 약입니다. 정로환은 국소 마취 작용을 해 복통 등 통증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사제마다 복용할 수 있는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복용 가능 나이를 꼭 확인해야 하며, 모든 지사제는 설사가 멈추면 반드시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계속 복용할 경우 오히려 변비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설사는 거의 없는데 복통만 남아 쥐어짜듯 배가 불편하다면 스코폴라민 성분의 ‘부스코판당의정’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관운동억제제 중 로페라미드 성분이 포함된 지사제는 식중독에 걸렸을 때는 먹지 말아야 합니다. 장 운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장내 유해물질들이 빠져나가지 못해 식중독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물을 익혀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휴대전화 소독을 생활화 하는 것이 좋습니다. 휴대전화에 세균이 많다는 얘기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올해 3월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이 대전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 116명이 보유한 휴대전화 116대 가운데 30%에서 식중독 균인 바실루스 세레우스균(20건)과 황색포도상구균(17건)이 검출됐습니다.
이런 균들은 휴대전화를 매개체로 손으로 옮겨지고 다시 친구들에게 옮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만지고 난 뒤에는 비누로 손을 씻고, 약국이나 인터넷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회용 알콜솜이나 항균 티슈 등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자주 닦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필자소개
이소정. 고려대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약학대학원 물리약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약학 정보를 쉽게 널리 알리기 위해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개인 맞춤형 건강서비스 스타트업인 ‘마스터큐어’ 대표약사로 있다. mastercure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