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입니다.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이하는 시기죠. 두 달도 안 되는 여름방학이지만, 그사이 못 알아보게 달라진 친구 한둘은 꼭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거나, 공부를 잘하게 되거나요. “너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변했어?”라고 물어보면 친구는 묘한 미소를 지을지도 모릅니다. 이 친구에게 변화는 ‘갑자기’가 아니었거든요.
비슷한 실험이 있습니다. ‘시계 반응’이라는 화학실험입니다. 준비물은 비타민C 영양제, 포비돈 아이오딘 소독약, 과산화수소수 소독약입니다. 모두 약국에서 구할 수 있죠.
비타민C 영양제 포장지엔 한 알에 비타민C가 몇 mg 들어있는지 쓰여있습니다. 1000mg 들어있다면 한 알, 500mg 들어있다면 두 알을 부숴주세요. 물 30mL에 잘 녹여줍니다. 약국에서 흔히 파는 포비돈 아이오딘 소독약의 농도는 10%입니다. 실험에는 5% 수용액 25mL가 필요해요. 물과 1:1 비율로 섞어 희석하면 됩니다. 비타민C 수용액 30mL와 5% 포비돈 아이오딘 수용액 25mL를 잘 섞어주세요. 그다음 여기에 물 195mL를 붓습니다. 자, 이걸 용액 A라고 부르겠습니다.
용액 B를 만들 차례입니다. 물 175mL에 3% 과산화수소수를 75mL 붓습니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독용 과산화수소수의 농도가 약 3%입니다. 용액 A와 B를 같은 비율로 섞으면 투명하던 액체가 1~2분 뒤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 ‘뿅’하고 순식간에 변하죠.
투명하던 액체의 변화는 치열한 싸움의 결과물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죠. 용액 A와 B를 섞으면, 서로 경쟁하는 관계인 두 반응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용액 A에는 비타민C와 아이오딘(I2)이 들어있었어요. 둘이 만나면 I2가 아이오딘 이온(I-)으로 변하죠. 용액 속에서 I-는 색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한편, 용액 B에 들어있던 과산화수소는 I-를 다시 I2로 돌려놓습니다. 그럼 이걸 용액 A 속 비타민C가 다시 I-로 바꾸는 거죠. 용액 A와 B가 섞이면서 시작된 비타민C와 과산화수소의 전투(?)는 비타민C가 모두 반응할 때까지 계속됩니다. 과산화수소가 승리를 거두고 나면 용액에는 갈색을 띠게 하는 I2가 많아지면서 액체의 색이 갑자기 갈색으로 바뀝니다. 사람도, 화학반응도 ‘갑자기’ 이루어진 변화 뒤에는 지난한 과정이 숨겨져 있었던 거죠. 새학기를 맞이해 변화를 원한다면 무엇이든 차근차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