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년 전이군요. 2010년 1월, 과학동아는 제1기 독자위원회를 모집합니다. 과학동아의 새로운 시도에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가 지원합니다. 선발된 독자위원 10명 중에는 대학교 3학년 학생도 있었습니다.
당시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도 별로 없을 때였습니다. 독자위원들은 세 달에 한 번씩 서울 충정로 사옥에 모여서 회의를 했죠. 저 멀리 부산, 정읍, 청주에서 버스를 타고 찾아왔습니다. 다들 과학동아에 애정이 있었죠. 회의가 끝나도 집에 안 가고 치킨집에 남아 과학동아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자부심을 뽐낼 정도였으니까요.
편집장과 기자들도 친절했습니다. 독자위원들은 매달 컴퓨터로 과학동아 리뷰를 열심히 적어서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기장(?)을 맡았던 대학교 3학년 독자위원은 유독 날카로운 리뷰를 보내서 기자들의 아픈 정곡을 찔렀다는 후일담이 남았지요.
독자위원회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임기가 1년이었는데 후반기로 갈수록 참석률이 급격히 떨어졌죠. 다음해 모집한 2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기를 끝으로 과학동아 최초의 독자위원회는 문을 닫았습니다.
돌이켜 추측을 해봅니다. 독자들은 다들 바쁜 사람들입니다. 애정을 가지고 시간을 내어 이야기합니다. 편집장은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몇 마디 정성 어린 대답도 합니다. 그리고, 끝입니다. 독자위원과 편집부 양쪽 모두 유의미한 무언가를 얻어갔겠지만, 그게 뭔지 지금으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당시 대학생이던 독자위원은 12년 뒤 과학동아 편집장이 됩니다. 네, 예상하셨겠지만 접니다. 그리고 다시 독자위원회를 만듭니다. 12년 전과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100% 디지털로 진행하며, 규모도 200명에 달합니다. 심지어 애플워치와 에어팟까지 드리지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별점은 따로 있습니다. 참여와 피드백, 변화입니다.
2022년 전지적 독자위원회는 표지 선정에 참여하고 기사를 평가합니다. 평가 내용은 지면에 공개됩니다. 편집부는 독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콘텐츠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매달 밝힐 계획입니다.
독자 200명이 바쁜 시간 쪼개 참여해주시는 수고에 대한 보상은, ‘내 뜻이 반영돼 콘텐츠가 나아진다’는 효능감으로 갚아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1기로 끝나지 않고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겠지요.
혹시 모르지요. 전독위 1기 중에서 12년쯤 뒤 더 나은 아이디어를 가진 분이 과학동아 편집장이 돼서, 지금보다 참신한 독자위원회를 만들지도요.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전독위에 신청해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