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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식물사연] 열대 숲 속의 샹들리에 산호히비스커스

 

 

여름은 무궁화가 절정을 이루는 계절이다.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Hibiscus syriacus)뿐 아니라 하와이무궁화(Hibiscus rosa-sinensis)도 여름이면 제철을 만나 무수히 많은 꽃들을 피워 낸다.
무궁화는 종류에 상관없이 매일매일 부지런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꽃이 피면 대부분 하루만에 진다. 그래서 시든 꽃들도 덩달아 많이 생긴다. 가드너들은 시들어 진 꽃들을 따 주고 새로운 꽃이 잘 피도록 열심히 물을 주는 등 이 식물을 보살피느라 바쁘다. 

 

붉은빛의 꽃으로 곤충을 유혹 


무궁화속을 뜻하는 히비스커스(Hibiscus)는 아욱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마시멜로(Althaea officinalis)를 일컫는 고대 그리스어 이비스코스(ibískos)에서 유래했다. 수백 가지 히비스커스 가운데 히비스커스 스키조페탈루스(Hibiscus schizopetalus)라는 종이 있다. 꽃이 산호를 닮아 산호히비스커스라 불린다. 


이 식물은 곤충과 새 같은 꽃가루 매개자를 유혹하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 먼저 나무는 3~4m 높이로 자라며 길고 우아하게 가지를 뻗는다. 초록색 잎들을 배경으로 피어난 빨간색 꽃들은 눈에 매우 잘 띈다. 색상환에서 정반대 위치에 있는 두 색깔은 가장 강한 대비를 이루는 보색 관계이기 때문이다. 


붉은빛 꽃은 가늘고 기다란 꽃줄기 끝에 펜던트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더욱 이목을 끈다. 마치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장식볼이 달려 있는 것 같다. 


지름 5~10cm 정도 크기의 꽃은 그냥 모양만 둥근 것이 아니다. 빨강과 분홍이 섞인 매우 섬세한 무늬와 주름 장식 디자인으로 ‘세공’돼 있는데, 자세히 보면 깊게 갈라진 다섯 장의 꽃잎이 뒤로 말려 동그란 모양을 이루고 있다. 숙련된 공예가의 손길로도 빚어내기 어려운 디테일이다. 

 

암술과 수술의 거리두기로 자가수정을 피해


종명인 스키조페탈루스(schizopetalus)는 꽃잎이 갈라져 있다는 뜻이다. 진짜 디테일은 꽃잎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꽃술대에 있다. 최대 10cm에 이르는 꽃술대는 꽃잎보다도 훨씬 더 길게 자라나 있다. 중간 부분에 노란 수술들이 저마다 꽃가루를 머금은 채 다닥다닥 자리하고 있고 맨 밑에는 다섯 갈래로 갈라진 새빨간 암술머리가 화려한 대미를 장식한다. 자가수정을 피하기 위해 수술과 암술이 서로 가능한 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임성(수정으로 싹틀 수 있는 씨를 만듦)을 갖는 시기도 다르다. 먼저 수술들의 꽃밥이 익어 꽃가루가 퍼진 뒤에야 암술머리들이 위쪽으로 고개를 들고 휘어져 올라오며 다른 꽃의 꽃가루를 받는다. 전형적인 수꽃선숙(한 꽃에서 수술이 암술보다 먼저 성숙)의 메커니즘이다. 


여기저기 꽃들이 피어나면 아주 작은 요정들이 붉은색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신기한 모습이 펼쳐진다. 나뭇잎 사이로 얼룽거리는 햇빛에 비친 꽃들은 미니어처 샹들리에 혹은 중국식 등불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꽃은 ‘차이니즈 랜턴’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산호히비스커스는 케냐, 탄자니아, 모잠비크 등 동아프리카 열대 지방이 원산지로, 햇빛과 수분이 풍부한 환경을 좋아한다. 조건만 맞으면 매우 빠르게 자라는데, 겨울철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는 곳에서는 제대로 살기 어렵다. 따라서 추운 지방에서는 서리가 내리기 전에 실내로 옮겨 주어야 한다. 

 

 

※필자소개

박원순.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롱우드 가든에서 국제 정원사 양성 과정을 밟았으며, 델라웨어대에서 대중원예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버랜드에서 식물 전시를 담당하다가 현재는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고, ‘세상을 바꾼 식물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등을 번역했다.

 

 

(※이달의 식물사연은 이번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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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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