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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자도 놀랄 21세기 생활 속 레이저

과일에 문신하고 태양에너지 전송한다

사회자 : 안녕하십니까. 제50회 우주 만물 미인 대회를 찾아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사회를 맡게 된 레이저 포인터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사회자 : 네네, 감사합니다. 올해도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후보들이 대거 참가했는데요. 지체하지 말고 후보들을 만나볼까요? 참가번호 1번부터 나오시죠~.
아기 젖병이 조명을 받으며 등장한다.

참가번호 1번 : 안녕하세요. 참가번호 1번 아기 쭈쭈입니다. (쭈뼛쭈뼛하며) 저는요~. 우리 엄마가 그러는대요~. 투명한 유리피부도 예쁘지만요, 레이저로 뚫은 (관객석으로 젖병 머리를 들이대며) 요 젖병 구멍이 제일로 예쁘대요. 구멍이 작고 예뻐서 남들은 구멍이 뚫렸는지도 몰라요. 우유가 많이 나와서 아기들이 쿨럭쿨럭 하는 일도 없구요.

객석 : (환호하며) 예쁘다 예뻐~.

아기 젖병이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퇴장한다.
 
젖병 구멍
레이저를 좁은 면적에 강하게 집광시키면 에너지 밀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지면서 온도가 열원보다 높아진다. 이 고온의 에너지는 다이아몬드와 금속 같은 다양한 소재의 구멍 뚫기, 용접, 절단, 담금질 작업에 이용된다. 빠른 속도로 국소 부분만 가열해 주위 재질의 일그러짐 없이 깔끔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자 : 참 작고 귀여운 구멍을 가졌네요. 자, 다음 참가자 나오세요.

늘씬한 인간 여자가 등장.

참가번호 2번 : 안녕하세요~. 참가번호 2번 늘씬녀예요. 자, 보세요. 군살이 하나도 없죠? 게다가 레이저로 다리털을 모두 제거했더니, 호호~ 이렇게 더 빛나는 다리가 됐어요.

객석 : 우우~.

당황한 인간 여자, 미처 자기소개를 마치지 못하고 쫓겨나듯 퇴장.

사회자 : 흠흠, 레이저 제모는 너무 흔한 기술 아닌가요. 지난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계신 모나리자 여사님이 60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화 얼굴에 묻은 얼룩을 레이저로 닦고 나와 청결상을 받으셨죠. 예뻐지는 일이 쉬운 게 아닙니다. 다음 참가자를 만나보죠.
 
오래된 명화의 얼룩을 지우는 레이저
그림에 묻은 소량의 물질을 레이저 빔으로 쏴 증발시켜 버린다. 석조동상이나 금속 동상, 벽화의 얼룩도 없앨 수 있다. 최근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세례당 바티스테로 디 산 조반니의 아름다운 동쪽 문인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도 레이저로 얼룩을 지워냈다. 이 기술은 산업용 페인트나 코팅을 상처 없이 벗겨내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크고 둥글둥글한 오렌지가 굴러 나온다.

참가번호 3번 : 문신으로 나를 표현한다! 개성만점 섹시바디, 안녕하십니까. 참가번호 3번 오간지입니다. 어디서 이렇게 멋진 문신을 했냐고요? 아~왜 이러세요. 레이저 문신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처럼. 껍질 색소만 살짝 변형시켰어요. 아프지 않고 속살에 영향을 주지도 않아요. 미국에서는 문신으로 원산지를 표기하니까 고객들이 안심하고 구입하게 되고 끈끈한 스티커를 뗄 일도 없어졌대요. 여러분도 문신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해보세요.

객석에서 가장 큰 박수를 보낸다.
 
레이저로 문신한 과일

미국 분자물리학자인 그렉 드로우일라드 박사가 9년간 연구한 끝에 과일이나 야채의 맨 바깥층에 레이저로 이름과 고유번호, 원산지와 기타 정보를 새기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법을 이용하면 중간 유통 과정에서 식품의 정보를 조작하는 일을 막을 수 있고 소비자는 끈끈한 스티커를 떼는 수고를 덜게 된다. 지난해 미국농업연구소와 플로리다대가 레이저가 수분 증발과 병원균의 침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레이저로 뚫은 구멍이 너무 작아 병원균이 들어갈 수 없고 이산화탄소가 이 구멍을 효과적으로 막아버려 수분 감소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용변 뒤 저절로 닫히는 변기와 냉장고에도 쓰여

지난 50년간 다양하게 활용된 레이저 덕분에 우리 생활은 몰라보게 변했다. 레이저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첫 번째 사례는 바코드다. 빨간빛의 가시광선 레이저가 막대선에 입력된 상품의 정보를 빠르게 읽어들이는 시스템인 바코드는 소비자의 구매 시간을 줄이고 업체에는 효과적인 재고 관리 툴을 제공해 유통업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레이저로 음향 신호를 읽는 레이저디스크는 몇 번을 재생해도 음질에 변화가 없다. 결국 바늘 접촉식 레코드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늘날 같은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도 전화와 안테나 대신 광섬유를 통한 근적외선 레이저 통신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떨까. 레이저를 제품에 응용하려는 개발자들의 손은 21세기에도 느려지지 않았다. 아니 전보다 더 생활에 밀접하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느낌이다. 상황극에 등장한 ‘레이저로 문신한 과일’은 실제 미국 대형 마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변기 중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사용자가 다가오면 저절로 뚜껑이 열리고 용변을 보고 나면 닫히는 제품이 개발됐으며, 모기를 발견하는 즉시 레이저광을 발사해 화형(?)시켜 버리는 가전제품도 있다(모기 특유의 움직임만 감지하므로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움직임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미래에는 전자레인지와 반대로 몇 초 만에 온도를 떨어뜨리는 레이저 냉장고도 개발된다. 레이저로 원자의 진동을 줄이면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다. 기가 막힌 활용이 아닐 수 없다.


레이저광은 지향성이 강해 직진하고 반사광이 거의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거리, 온도, 위치 등을 측정하는 장비에서 활용도가 높다. 집중시킨 강력한 레이저 광선은 38만km 떨어진 달에서도 지름 200m 안에 모을 수 있다. 실제로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렸을 때 미국 우주인들은 달의 ‘고요의 바다’에 100% 반사율을 갖는 특수한 거울(레이저 반사경)을 몇 개 설치하고 왔다. 지구에서 달에 설치된 반사경에 레이저빔을 쏴 반사된 빛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수시로 달까지의 거리를 재고 있는데, 오차가 15cm 정도에 불과하다.

멀리 떨어진 물체의 위치를 탐지할 때는 레이저 레이더, 즉 라이다(Light Detection And Ranging)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레이더가 마이크로파(파장 1~1000mm)나 밀리미터파(파장 1~10mm)의 전파를 사용한다면 라이다는 적외선 레이저를 사용한다. 지향성이 좋아 좁은 지역을 감시하기에 좋고 항공 교통과 활주로 점검, 정밀 관측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2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라이다를 처음 연구하기 시작했고 현재 기상청에서는 라이다로 대기 중 미세먼지를 측정하거나 황사의 경로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기존의 레이더는 파장이 수cm인 전파를 쏘기 때문에 구름 속 물방울의 크기가 작으면 그대로 통과했지만 라이다는 파장이 250nm(나노미터, 1nm=10-9m)에서 10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인 짧은 레이저빔을 쏘므로 구름 속 수증기의 양까지 정밀하게 측정한다.



몸속 환부까지 더 깊숙이 들어가는 비법

사실 레이저가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게 쓰이는 분야가 의료 분야다. 레이저는 국소 부위를 효과적으로 가열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세포를 순식간에 태우거나 기화시킨다. 대표적으로 레이저 메스가 있다. 탄산가스(CO2) 레이저 또는 야그(YAG) 레이저 같은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한다. 레이저 메스는 열로 혈액을 응고시켜 출혈이 적고 국소 부위를 정밀하게 절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 레이저는 결석 부수기, 충치 치료, 시력 교정술, 암세포 파괴, 류머티즘 치료, 미용 시술에도 이용되고 있다. 특히 망막이 떨어져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 필요한 망막 박리 수술은 레이저 시술이 기존 외과 수술을 대체할 만큼 독보적이다.

하지만 수술에 적용된 시간이 4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이저는 직선 방향으로, 직접 조사할 수 있는 부위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종종 거울로 레이저광의 방향을 조절해 더 깊은 환부까지 들여보내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레이저의 강도는 눈에 띄게 약해졌다. 그런데 최근 미국 케임브리지의 한 광학회사가 구부러지는 광섬유관을 통해 강한 탄산가스 레이저광이 나오는 장비를 개발했다. 마치 호스처럼 레이저를 환부에 도달하게 하는 셈이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깊숙한 환부까지 레이저로 시술할 수 있고, 기구 끝이 바늘처럼 뾰족해 매우 좁은 면적을 효과적으로 시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 영상 기술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레이저로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 내에 숨어 있는 지방을 나노수준까지 정밀하게 파악해 영상을 얻는 동시에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는 측정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래융합기술부 나노바이오융합연구단의 김세화 박사팀은 탄소와 수소 결합이 한곳에 집적돼 있는 지방은 특이한 구조 때문에 각기 다른 파장의 레이저광을 쪼여줄 경우 특정 파장에서 증폭되는 비율이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이용해 김 박사팀은 기존 염색 현미경 진단법으로는 관찰하기 힘들었던 혈관 내 지방을 세포 수준에서부터 지방이 심하게 쌓인 고형물 형태까지 3차원 영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김 박사는 “동맥경화의 주요 원인인 혈관 내 지방 축적에 대해 더 정밀한 조직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저 프린터나 광통신, CD 혹은 DVD 재생기에 사용하는 광픽업용 레이저는 평균출력이 수mW 급인 다이오드레이저인 데 비해 일반적으로 산업용 레이저는 출력을 수W 이상에서 수 kW까지 낼 수 있는 고출력 다이오드레이저, 야그레이저, CO2 레이저, 엑시머레이저 등으로 다양하다. 보통 산업용 레이저는 레이저광 초점에서 에너지밀도를 극단적으로 높여 물질들을 순간적으로 녹이거나 증발시키는 현상을 이용하는데, 레이저 평균출력이 세지면 상대적으로 두꺼운 재료나 용접이 어려운 특수소재도 용접이 가능하고 용접 속도도 빨라진다. 이런 이유로 최근 자동차 제조라인에서 레이저 사용이 늘고 있다.

하지만 레이저 산업에서 시장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레이저 마킹. 높은 에너지 밀도로 재료를 변색시켜 원래와 다른 색을 만드는 이 기술은 빠르고 선명하게 물체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기는 기술로 휴대전화 기판을 만들 때 많이 쓰인다.

인공 번개 유도하고 수중 음파로도 변신

영화 ‘스타워즈’의 레이저 광선검은 실현 가능할까. 평소에는 칼자루만 있다가 주인공이 칼을 휘두르려고 할 때면 어느새 적당한 크기로 레이저빔이 충전돼 있는 광선검 말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레이저 광선검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가시광 레이저빔이라도 레이저 광선은 빛을 산란시키는 물질이 없으면 눈에 보이지 않고 전자기파이기 때문에 정해진 길이만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파동인 레이저 광선검끼리 서로 교차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연구 분야를 이끄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는 있다. 실제로 미국은 레이저 광선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적의 미사일이나 위성을 레이저빔으로 요격하는 ‘전략 방위 구상(SDI)’을 펼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30년까지 우주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워 이곳에서 얻은 에너지를 레이저빔 또는 마이크로파 형태로 지구까지 끌어오겠다고 밝혔다. 넓이가 수km2인 태양전지판으로 이뤄질 우주 태양광발전소는 지구에서보다 최소 5배가 넘는 강력한 태양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 에너지를 지구로 보내는 전선의 역할을 할 레이저빔은 집광성이 좋고 확산정도가 적어 안정적인 송전시스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담당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목표는 전력 1GW(기가와트, 1GW=109W)를 레이저빔으로 옮기는 것. 이 정도면 중형 원자력발전소 한 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반면 전력 생산비용은 1kWh당 8엔(약 100원)으로 현재 일본에서 드는 전력 생산비용의 6분의 1밖에 안 된다.

한편 지구 건너편에서는 레이저로 번개를 유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황당해 보이지만 물리학자들과 기상학자들에게는 30년 넘게 진행한 중요한 과제다. 낙뢰는 21세기를 맞이한 지금도 전력과 통신 서비스를 멈추게 하고 중요 시설물을 파괴하는 피해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이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1974년 미국의 레오나드 볼 박사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뇌운과 피뢰침 사이를 레이저광으로 연결해 낙뢰가 발생하기 전에 뇌운에 축적된 정전기를 방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뇌운에서 빠져나온 정전기는 레이저가 만들어낸 플라스마 통로를 따라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간다. 플라스마 통로는 이온화된 분자 채널로 도선처럼 작용한다. 그동안 이 실험은 뇌운의 정전기를 방전시킬 만큼 강력한 레이저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2008년 4월 유럽 과학자들이 매우 강하고 짧은 펄스의 레이저 사용해 뇌운 속에 전기 활동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비록 펄스 레이저가 만든 플라스마 통로가 너무 짧아 하늘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번개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뇌운에 방전을 일으킨 결과는 인공 번개를 만드는 첫 단계를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연구를 진행한 프랑스 리용대의 제롬 카스파리안 박사는 “이번 실험에 사용한 펨토초 테라와트 레이저보다
10배 정도는 출력이 더 센 펄스 레이저를 사용해 연속적으로 쪼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다음 연구 계획을 밝혔다.



미 해군연구소(NRL)의 과학자들은 물속에서 음파를 만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음파 재료는 다름 아닌 레이저광이다. 전자기파인 빛(레이저광)이 어떻게 음파로 바뀔까. 강한 출력의 펄스 레이저광을 소량의 물에 쏴주면 물이 마치 렌즈처럼 작용해 레이저광을 집광시킨다. 그러면 과열된 레이저광을 흡수한 물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면서 증기가 되고 이때 음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220dB(데시벨)의 음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앞으로 레이저광의 파장과 물속을 통과하는 시간을 조절하면 원하는 음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빛으로 만든 음파는 어떻게 활용될까. 전자기파는 물속에서 금방 약해져 통신용으로 사용하기 어렵지만 음파는 물속에서도 멀리까지 전달되므로 해저 통신과 수중 측량에 사용된다. 레이저광도 전자기파의 일종이지만 실험 결과 적당히 제조된 레이저광은 비교적 큰 변화 없이 공기 중에서 수백m를 진행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신속히 압축돼 음향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 레이저 장비는 항공기에 탑재돼 잠수함과의 통신에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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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도움 김정묵 한빛레이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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