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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성공 다음은 달이다

6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하늘로 날았다. 누리호에 실린 위성은 궤도에 안착했고, 곧 교신에 성공했다. 한국은 자력으로 1t(톤) 이상의 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쏠 수 있는 세계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한국 연구진은 더 과감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단 두 번 발사만에 성공이다. 설계부터 발사까지 모든 과정은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로 이뤄졌다. 누리호의 성공이 더 가치 있는 이유다. 누리호는 내년 초 3차 발사를 포함해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 발사를 계획 중이다. 이로써 누리호 성능을 지속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강풍과 부품 결함을 넘어 궤도에 안착
성공 이면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먼저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 마지막 관문에서 실패하며 쓴맛을 봐야했다. 당시 누리호는 목표 고도인 지상 700km까지 원활하게 도달했으나 속도가 떨어지며 싣고 있던 1500kg의 위성 모사체(가짜 금속 모형)를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원인은 산화제탱크였다. 산화제탱크 내부에 있는 헬륨탱크 고정장치가 풀리며 연료가 부족해졌고, 그 탓에 마지막 위성 궤도 진입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고정장치를 강화하고, 맨홀덮개를 보강해 누리호가 더 안정적으로 날 수 있게 했다.    
드디어 6월 15일, 누리호 2차 발사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날씨가 누리호의 기립을 방해했다. 발사체는 비, 강풍, 뇌우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령 발사체를 세우는 과정에서 강풍이 불면 쓰러질 수도 있다. 이날에도 강풍이 부는 바람에 누리호 이송과 발사일이 하루씩 연기됐다. 
날씨 문제가 해결되자 이번에는 발사체 내부 기계 결함이 발목을 잡았다. 산화제 탱크 내부에 산화제가 충전되는 수위를 측정하는 센서가 오작동한 것이다. 결국 누리호는 다시 조립동으로 옮겨갔다. 다행히 작은 기계적 결함이었고, 오류는 금세 해결됐다. 그렇게 누리호는 완벽을 갖춘 모습으로 6월 20일 다시 발사대로 향했다.
6월 21일 오후 4시. 누리호가 발사됐다. 힘차게 우주로 향한 누리호는 1단, 2단, 3단 페어링 분리를 원활하게 수행했다. 발사 14분 35초 뒤, 마침내 고도 700km 궤도에 도달했다. 성능검증위성을 궤도로 무사히 분리했다. 70초가 더 지나자 위성 모사체를 분리했다. 약 한시간 뒤에는 남극 세종기지 안테나를 통해 성능검증위성의 위치 등 기본 정보를 수신하는 데 성공했다. 
발사 다음날 오전 3시 2분, 누리호가 대전 항우연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에도 성공했다. 이로써 누리호의 위성궤도투입 성능이 완전히 확인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 발사 성공은 한국이 독자적인 우주운송 능력을 확보하고, 자주적인 국가 우주 개발 역량을 온전히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대학생이 개발한 실제 위성을 싣고
이번 발사는 첫 발사와 달리 실제 위성을 싣고 갔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누리호에는 총 1500kg의 탑재체가 실리는데, 1차 발사 때는 위성 모사체가 이를 모두 채웠다. 이번 2차 발사에서는 지구와 교신이 가능한 성능검증위성 162kg이 실렸다. 
성능검증위성 안에는 국내 대학에서 개발한 큐브위성(초소형위성) 4기가 들어있다. 이들은 차례로 사출(쏘아 보냄)돼 6개월~1년 간 임무를 수행한다. 큐브위성의 기본 단위는 한 변이 10cm인 정육면체로, 누리호에 실린 큐브위성은 이 기본 단위를 3~6개 정도 연결한 크기다. 실제 우주에서 제대로 동작한 큐브위성은 향후 달 탐사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큐브위성의 사출과 양방향 교신 성공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누리호에 실린 큐브위성은 지난 2019년에 열린 ‘4차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4개 대학의 학생들이 개발했다. KAIST, 서울대, 연세대, 조선대 학생들이 선정됐고, 2년간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누리호 2차 발사 8일 뒤, 6월 29일 조선대의 ‘스텝큐브-2’가 성능검증위성에서 사출되며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KAIST의 ‘랑데브’, 서울대의 ‘스누글라이트-2’, 연세대 ‘미먼’이 각각 이틀 간격으로 사출됐다. 성능검증위성에 탑재된 전용 카메라로 큐브위성의 사출 과정은 모두 촬영됐다.

 

큐브위성 4기 중 2기 교신 실패, 절반의 성공
가장 먼저 사출된 스텝큐브-2는 적외선 카메라로 도심지역 열섬현상, 백두산 수온 모니터링 등의 임무를 1년 간 관측할 예정이었다. 6월 29일 성공적으로 분리됐으나 아쉽게도 명령어를 전송해 위성이 안테나를 펴는 양방향 교신에는 실패했다. 연구팀은 정보가 일부만 수신된 이유는 위성의 자세가 빠르게 회전(텀블링)됐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7월 1일에는 랑데브가 사출됐다. 이틀 뒤 양방향 교신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랑데브는 향후 6개월간 여러 파장대의 빛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초분광카메라로 지구를 관측할 예정이다. 지상의 물체는 물론 땅속 광물, 농작물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7월 3일 사출된 스누글라이트-2가 양방향 교신에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정밀 GPS 반송파 신호를 이용해 1년간 지구대기를 관측할 예정이다.
7월 5일 마지막으로 사출된 미먼은 양방향 교신에 실패했다. 애초 200m 해상도로 한반도와 서해 상공의 미세먼지를 6개월간 모니터링할 예정이었다. 
과기정통부는 6월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큐브위성은 크기가 작아 실패도 많다”면서도 “큐브위성 개발 과정 자체가 항공우주 분야에 진입하는 학생들의 교육과 여러 다른 우주기술로의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구 궤도를 넘어 달 궤도로
누리호 도전과 성공은 우주 탐사의 시작이다. 한국은 2023년 상반기에는 소형위성 1기를, 2024~2027년에는 초소형위성 11기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누리호 개발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한다. 민간우주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하며 ‘뉴스페이스’ 시대로 다가가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한국은 올해 8월 초 또 다른 우주 탐사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지구 궤도를 넘어 달로 향한다. 달 탐사의 경제적 가치는 3조 8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6개국의 달 탐사를 다루며 한국 다누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기도 했다. 
7월 5일 다누리는 특수 컨테이너에 실려 인천공항으로 이송됐다. 이틀 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캐너배럴 우주군기지 발사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누리는 약 한 달 동안 연료주입, 발사체 결합 등의 과정을 거쳐 상태를 점검한 뒤 8월 초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달로 향할 예정이다. 
발사 뒤에는 저에너지 전이궤적을 따라 4개월 반 동안 우주를 항행한다. 이 궤적은 달로 직행하는 것이 아닌, 지구와 달 등의 천체 중력을 이용해 이동하는 방식으로 연료를 아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다누리는 12월경 달 궤도에 안착할 예정이다. 이후 1년간 달 상공 100km에서 비행하며 달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무인 달착륙은 미국, 소련, 중국 등 3개국이, 달 궤도선 탐사는 미국, 소련,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등 6개국이 성공했다. 이번 달 궤도선 탐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일곱 번째로 달 궤도선 탐사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다누리 토대로 2031년 달 착륙선 추진
다누리에는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만든 6기의 탑재체가 실렸다. 항우연이 개발한 고해상도카메라는 달 착륙선 후보지를 탐색하고,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편광카메라는 달 표면 입자를 연구할 계획이다. 경희대에서 만든 자기장측정기로는 달의 생성 원인을 확인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분광기는 달 표면에서 자원을 탐사할 예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우주인터넷탑재체는 심우주 통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NASA의 영구음영지역카메라(쉐도우캠)은 달 극지방에서 얼음 상태의 물을 찾는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은 다누리 임무를 기반으로 오는 2031년까지 달 착륙 탐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개발한 발사체에 달 착륙선을 실어 쏘는 것이 목표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를 달 탐사에 쓰기에는 아직 성능이 부족하다”면서도 “더 큰 발사체를 개발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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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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