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7배에 가까운 비강도(比强度)와 20배에 이르는 비탄성률을 가진 탄소섬유가 개발되면서부터…
아마도 탄소라는 말을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이 '석탄 또는 숯'을 연상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탄소가 인류와 첫 대면을 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40만년 전인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후 구석기 후반인 4~10만년 전 경에는 인공적으로 불을 피우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검은 탄소덩어리인 숯이 인간의 생활속에 깊이 자리잡게 되었다. 불을 자유로이 다룰 수 있게된 인류는 불이 내는 빛 그리고 음식물을 익히거나 부드럽게 하는 능력을 이용하게 되었으며, 1만년 전쯤에는 토기를 구워서 만들어 쓰게 되었다. 약 5천년 전부터는 자연동(銅)을 녹여 동제품을 만들어 쓰는 청동기시대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오랜 경험에 의하여 모닥불보다 훨씬 고온을 얻을 수 있는 가마(窯)나 공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도구들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약 3천5백년 전에는 특정의 돌(철광석)을 숯과 함께 가마에 넣어 가열할 경우에 가마의 바닥에 철의 덩어리가 남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철을 얻게 됨과 동시에 인류는 석기의 사용을 중단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이러한 제철의 흔적이 최근에 경주부근에서 발견됨으로써 우리 선조들이 매우 뛰어난 야금기술을 갖고 있었음이 입증되었다.
불변하는 야금술의 원리
철(鐵)의 산화물인 철광석은 철의 원자와 산소원자가 강하게 결합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철성분만을 분리해내기 위하여는 화합물로 포함되어 있는 산소를 제거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과정을 화학적으로는 환원이라 부른다). 이와같이 산소를 분리해내기 위하여는 고로내에 철광석(소결광)과 탄소원(제철용 코크스)을 함께 넣어 가열함으로써 철원자와 산소원자와의 결합력을 약화한 후, 철보다 산소와의 결합력이 큰 탄소원자가 철광석에서 분리된 산소와 결합, 일산화탄소(CO) 또는 이산화탄소(${CO}_{2}$)를 형성하여 기체상태로 날아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광석중의 철만을 분리하는 기술을 야금술이라 부르며, 이러한 야금술의 원리는 오래 전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와같이 얻어진 철을 일반적으로 선철(銑鐵)이라 부른다. 이 선철에는 많은 탄소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들을 다시 고온에서 녹여 탄소성분을 제거하거나 소량의 금속 등을 첨가함으로써 다양한 특성을 갖는 철제품을 제조하게 된다. 이러한 선철의 용융방법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 전기제강법(電氣製鋼法)이다. 그 기본적인 원리는 선철이나 고철중에 '탄소성분만으로 되어 있는 전주와 같은 흑연전극봉을 꽂은 후, 고압의 전류를 통하게 함으로써 전극봉을 발열시켜서 용융시키는 방법이다. 이때의 온도가 통상 1천7백50℃ 전후이므로 탄소이외의 어떠한 물질도 이와같은 가혹한 조건에서 견딜 수 없다. 따라서 탄소는 철을 생산하기 위한 필수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원자로에 널리 활용되고
철을 만들게 된 인류는 매우 편리한 재료를 얻게 되었으나, 동력(動力)을 얻기 위하여는 사람 또는 동물의 힘이나 물레방아나 풍차와 같은 자연의 힘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와서 대량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방법과 이를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자유로이 동력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발전기와 모터의 출현이다. 전기에 관한 기초적인 연구는 1880년에 이탈리아의 볼타(볼타전지의 발명자)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며, 19세기말 경에는 전기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이 확립되었다.
발전기가 발명됐던 당시에는 발전자(發電子)에서 발생되는 전기를 외부로 내보내기 위하여 발전자와 전선이 연결된 금속제 링과의 사이에 동선 또는 동판으로 된 접촉부(이를 브러시라고 불렀음)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러나 동브러시는 마모가 극심할 뿐만 아니라 전력의 손실이 매우 커 수년후에는 작은 탄소덩어리인 탄소브러시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현재에도 필수적인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된 인류는 전기를 이용하여 수없이 많은 새로운 재료들을 만들어내게 되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지는 것이 철무게의 3분의 1에 지나지않는 경금속인 알루미늄이다. 이러한 알루미늄과 다른 금속을 섞어서 만든 알루미늄합금은 항공기제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소재중의 하나이다. 알루미늄의 일반적인 제조법은 1886년에 미국 및 프랑스의 과학자에 의하여 용융염전해법(熔融鹽電解法)이 발명됨으로써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제조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제조방법은 알루미늄의 산화물과 빙정석을 탄소로 만들어진 상자속에 넣은 후, 상부에서 탄소블럭을 아래로 내려서 탄소블럭과 탄소상자 사이에 고압의 전류를 흘려보냄으로써 시작된다. 이렇게 1천℃ 전후의 온도로 가열하여 용융시킨 후, 탄소블럭을 양극으로, 탄소상자를 음극으로 함으로써 탄소상자의 하부에 알루미늄금속이 모이게 된다. 이와같이 알루미능제련방법은 전기제강법과 같은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알루미늄 제조에 있어서도 탄소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인류의 진보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진보중의 하나로 원자력의 이용기술 개발을 들 수 있다. 1942년 미국의 시카고대학에 최초로 원자로가 만들어진 이래, 인류의 생활을 이어나갈 원동력중의 하나로 원자력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원자력이용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은 안전성 확보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감속재 반사재 및 노재 등의 소재로 탄소재료가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핵융합로의 1차 내벽재로서의 활용이 검토되고 있다.
20세기는 교통수단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왕성하게 이루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초음속 항공기가 지구의 생활권을 좁혀놓았으며, 자동차가 생활습관을 크게 변화시켰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업체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자동차들을 생산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타이어는 고무로 되어 있으므로 자동차의 색상이나 형태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타이어를 만들어도 좋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자동차의 타이어는 모두 검은 색을 띠고 있다. 그 이유는 타이어의 강도와 내마모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카본블랙'이라고 불리는 탄소분말을 20~30% 첨가하기 때문이다. 탄소분말을 첨가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동차를 타이어로 사용이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입자나 섬유상태의 탄소를 활성화하여 활성탄 및 활성탄소섬유를 제조함으로써 냉장고의 탈취재, 배기가스의 정화재, 폐수처리 및 연료전지의 전극 등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에디슨의 탄소필라멘트를 뒤이어
한편 1950년대 중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미 · 소간의 우주개발경쟁은 다양한 특성을 겸비한 신소재의 개발을 촉진시켰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인 소재가 탄소섬유이다. 최초의 탄소섬유로는 1875년에 미국의 에디슨이 발명한 탄소필라멘트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탄소섬유와 같은 목적으로 개발된 것은 1957년 미국의 UCC에서 레이온섬유를 이용하여 제조한 것이 최초이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철의 7배에 가까운 비강도(比强度)와 20배에 가까운 비탄성률을 갖고있을 뿐 아니라, 내열충격성 내화학성 및 뛰어난 고온강도 등을 나타냄으로써 스포츠 레저용품은 물론, 우주 항공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소재가 되었다. 이러한 탄소 섬유는 고분자 금속 및 세라믹 등과 결합함으로써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스포츠 레저용품의 대표적인 예로는 테니스 라켓, 골프 크럽, 낚싯대, 파도타기 보드 및 스키 등을 들 수 있으며, 우주 항공용으로는 보잉747기의 동체, 로켓의 노즐, 우주왕복선의 머리부분과 날개의 앞부분, 인공위성의 구조물 및 파라볼라안테나, 우주정거장의 구조물 등 탄소섬유가 없을 경우에는 실현불가능한 것들이 매우 많다.
인류가 처음으로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문명발달이 이루어진 것과 같이 숯이 여러 형태로 변형함으로써 철을 생산하고, 알루미늄을 만들고, 원자력을 사용하게 했으며, 우주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와 같이 탄소재료는 지금까지의 인류발달과 풍요로운 문명세계를 이루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