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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허락한 이달의 꼼지락] 과학동아 편집부가 머리에 옷걸이를쓴 까닭은?

 

“혹시…, 머리에 옷걸이 한번 써 주실 수 있으실까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직장인들이 가장 너그러울 요일입니다. 준비해둔 옷걸이를 들고 편집부를 누비며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편집장님도 예외는 아닙니다. 객관적인 실험을 위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의 머리에 옷걸이를 씌워야 하거든요.


여러분도 옷걸이만 있으면 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실험은 결과를 모르고 도전해야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사 읽기를 잠깐 멈추고 어서 가져오세요. 옷걸이를 준비했다면 고리 부분이 왼쪽으로 가게 한 뒤 눈썹 정도 높이에 옷걸이를 씁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고개가 왼쪽으로 스르륵 돌아간다고요? 정상입니다. 유튜브에 ‘옷걸이 머리’라고만 검색해도 옷걸이를 쓴 뒤 고개가 돌아가 기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수두룩하죠. 이 현상에 유독 진심인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우선 일본 도야마대 연구팀인데요, ‘옷걸이 반사(hanger reflex)’란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연구팀이 2015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옷걸이 반사는 건강한 지원자 120명 중 약 85.4%가 나타내는 아주 흔한 현상이었다고 합니다. doi: 10.2176/nmc.oa.2014-0324


원인은 세 가지로 꼽습니다. 우선 기분 탓, 그러니까 플라시보 효과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기자의 실험결과, 10명 중 5명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건 3명이었습니다. 한편, 2명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습니다. 원래 돌려야 하는 방향과 반대로 돌린 건데요. 기자가 은연중에 “옷걸이를 쓰면 고개가 돌아간다”는 힌트를 줬기 때문에 플라시보 효과로 고개를 돌렸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옷걸이로 머리 오른쪽 부분이 강하게 눌리자 자극을 피하려 머리를 반대로 돌리는 도피반사가 일어났다는 설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에 옷걸이를 씌우면 옷걸이의 모양 때문에 두피가 좌우 다른 정도로 밀려나는데, 몸이 이 차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는 설이 있습니다. 일본 가나자와 신경외과병원과 전기통신대 등 공동연구팀이 지지하는 건 마지막 가설입니다. 옷걸이 반사를 잘 이용하면 두통, 근육긴장이상증 등을 수술 없이 저렴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doi: 10.2176/nmc.ra.2020-0156 논문 속 진지한 얼굴로 옷걸이를 쓰고 있는 사진이 웃기긴 합니다. 그래도 더 나은 치료법을 위해 연구하는 이들을 마냥 우습게 여길 순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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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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