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개체가 자연선택에 의해 살아남는 과정을 진화라고 한다. 한 종에 유전적 차이가 클수록 진화가 빠르게 일어날 확률이 높은데, 연구팀은 이 유전적 차이를 진화의 ‘연료’라고 정의했다.
진화는 매우 느린 속도로 일어나며 화석 등 지질학적 증거를 통해서만 확인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진화의 속도를 대규모로 측정한 논문이 나왔다. 국제공동연구팀이 야생에 생물의 진화를 자극할 수 있는 연료가 풍부해, 생각보다 더 빨리 진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호주국립대를 비롯한 27개 연구소 40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생물의 진화 속도를 평가하기 위해 전 세계 야생동물 15종, 19개 개체군에 대해 유전적 변이의 정도를 조사했다. 가령 점박이 하이에나 개체군은 2년간 8세대에 거쳐 2000개체 이상에 대한 가계도를 작성했다. 이외에도 호주의 요정굴뚝새, 스코틀랜드 붉은 사슴 등 다양한 지역의 생물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조류와 포유류의 많은 개체군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개체군은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고, 진화 속도는 당초 예상된 것보다 2~4배 빨랐다. 특히 점박이 하이에나는 모든 종 중에서 진화에 필요한 ‘연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는 하이에나가 거의 대부분의 서식지에 적응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실제 하이에나는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 중 가장 넓은 서식지를 가지고 있다.
논문의 제1저자인 티모시 본넷 호주국립대 생물학과 박사는 “기후변화가 빨라지는 만큼 진화 속도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동물들이 기후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결과가 동물들이 안전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라며 “(동물들의 빠른 진화는) 빠르게 악화되는 환경의 결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doi: 10.1126/science.abk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