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계가 핵융합으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3월23일 미국 '유타'대의 '폰스'교수와 영국 '사우스 햄프턴'대의 '플레이 시먼'교수가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상온에서 핵융합실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한지 한달만에 국내에서도 이 실험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윤경석박사팀과(제련전기화공연구실) 한국화학연구소 이규호박사팀 서울대 박영우고수팀(물리학과)은 최근 상온에서 중(重)수소에 염화리튬을 탄 용액에, 백금(+)과 팔라듐(-)을 양극으로 전류를 흐르게 한 결과, 핵융합반응에서만 볼 수 있는 몇가지 현상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윤박사와 이박사팀은 β(베타)선과 삼중수소를 검출했고 박교수팀은 중성자를 검출했다는 것.
질량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E=m${c}^{2}$)은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자들이 갈라질 때 원자를 구속하는 내부에너지를 방출하는 핵분열이고(기존의 원자력발전), 또 다른 하나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들을 결합하여 질량을 에너지로 바꾸는 핵융합이다. (과학동아 89년 4월호 참조)
핵융합은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화석원료나 원자력에 비해 폐기물이 없으며 ▲원료가 적은 양씩 주입되므로, 오동작시 플라즈마가 용기벽을 때리고 냉각되는 것으로 끝나 안전하며 ▲기존의 에너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양(바닷물 1ℓ당 ${10}^{8}$Q, 1Q는 ${10}^{21}$Joule)의 고에너지를 발생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핵융합 반응이 고온(1억℃)에서 이루어지는 플라즈마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용화는 현재의 과학기술 능력으로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것. 즉 플라즈마를 가열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핵융합반응의 결과로 얻어지는 에너지가 더 커야하기 때문에 실용화가 쉽지 않다. 여기에 플라즈마 상태를 1초 이상 유지하는 방법과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재료의 개발 등이 문제로 남아 있다.
이번에 제기된 실험결과는 이제까지의 물리학적인 연구방향과는 다르게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상온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므로, 만약에 이 방법이 이론적으로 검증되고 실용화되면 인류는 에너지혁명을 맞게 된다.
이에 대해 미국해군연구소에서 핵융합 선임연구원으로 있다가 포항공대로 온 이동녕교수는 "아직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팔라듐이 수소를 많이 잡아들인다해서 수소핵끼리의 융합반응까지 일으킨다고 보보기 힘들다."고 말하며 "물리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나 만일 화학적 방법으로 이 일이 이루어진다면 금세기의 마지막 과학혁명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전기화학적인 방법을 통한 상온에서의 핵융합실험은 '폰스'교수의 발표 이래,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이탈리아 소련 등 10여개국에서 실험을 재현해내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핵융합반응인지 여부와 초과에너지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
아무튼 실험이 이론으로 정착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같은 실험결과를 확인하면서 실용화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수밖에 없다.
한편 국내에서 한달만에 세계적 관심사인 핵융합에 대해 동일한 실험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수준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다는 인상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