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 단계에 접어든 컬러 컴퓨터
올해를 기점으로 컴퓨터시장에서 컬러의 판매대수가 흑백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컬러대중화」단계에 접어든 현재 컬러 컴퓨터는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을까?
몇년 전 국내에서 아주 인기를 끌었던 '영웅본색'이란 영화가 있다. 홍콩배우 주윤발을 최고인기스타로 만들었던 바로 그 영화다. 내용이야 다 아는 바와 같이 갱영화 비슷한 것이었지만 호사가들은 영웅본색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였다. "영웅은 본래 색(色)을 좋아한다."
여기서 말하는 색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색깔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실생활에서 색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불과 10년밖에 안된 일이다.
1970년대 말까지도 우리는 집에서 흑백 TV를 보고 있었으며, 어쩌다 영화관에나 가야 색깔있는 그림을 볼 수가 있었다. 그러던 우리가 어느새 컬러 TV는 아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주 의미심장하다.
컬러 TV가 처음으로 도입된 직후 컬러 TV의 도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학자들이 있었다. 그분들이 내린 결론을 간단히 요약해 본다면 "컬러화는 우리 사회의 개성화 다양화 전문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극단적인 사고를 할 경우 흔히 '흑백논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만약 흑(黑)과 백(白) 말고 다른 선택, 이를테면 청(靑) 녹(綠) 적(赤) 등의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있다면 흑백논리는 그야말로 극단적인 논리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컬러는 흑과 백 이외의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아주 상징적인 의미이고, 우리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얘기 같지만, 또 어찌 보면 아주 재미있는 결론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항상 흑백으로만 보아왔던 컴퓨터 화면에 컬러를 도입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까. 단순히 게임을 할 때 좀 더 실감나는 정도인가, 아니면 그 외의 무엇이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컴퓨터 컬러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컴퓨터의 컬러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황을 알아보고, 컬러화로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범위가 넓어진다면 그것은 과연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하자.
올들어 컬러가 흑백 능가
필자가 컴퓨터를 산 것은 89년초였다.
하드디스크도 없는 XT기종을 1백30만원 정도에 샀으니 지금 386기종의 가격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물론 흑백이었다. 당시엔 흑백이라 하더라도 컴퓨터 자체의 위력에 심취되어 있던 터라 아주 당연히 이 컴퓨터에 만족했다.
얼마후 컬러 컴퓨터가 더러 등장하고 어쩌다 용산이나 청계천 등지의 전자상가에 가보면 사람들이 웅성웅성 컬러 화면앞에 모여 마치 TV와 같은 화면을 넋을 놓고 구경하곤 했다. 물론 필자도 거기 끼어서 감탄을 연발하고 "얼마나 돈을 모아야 저걸 살 수 있을까"하고(그 당시엔 무척 가격이 비쌌으니까) 통장에 있는 돈을 헤아려 보기도 했었다.
마침내 91년 1월 VGA카드를 쓰는 컬러 AT기종을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게임을 좀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화면이 보기 좋다는 것 이외에는 그다지 좋은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컬러이기 때문에 가능한 여러가지 용도를 하나씩 알게 되었다.
어떤 일들이 컬러 컴퓨터이기에 가능한가를 알아보기 전에 대략적인 추세를 알아보자.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기업 AT기종에 VGA카드를 기본으로 탑재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PC(개인용 컴퓨터) 컬러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었다. 지난해 한해동안 판매된 PC중 컬러모니터를 탑재하여 판매된 제품의 비율은 데스크톱으로 판매된 총 55만대의 PC 가운데 41.6%인 22만8천여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같은 비율은 90년의 10% 수준에서 놀라운 증가를 보인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컬러의 판매 비중이 50%를 넘어 컬러와 흑백시스템의 비율이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급속한 변화는 가격의 급속한 하락과 소프트웨어의 컬러화에 영향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가격의 하락폭은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되어 1년전의 60~70% 가격으로 더욱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 차세대 운영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는 윈도우즈(Windows)라는 프로그램을 비롯, 많은 프로그램들이 컬러시대의 특성에 맞게 제작되고 있다. 몇년만 지나면 컬러가 아니면 좋은 프로그램을 쓸 수 없는 상황까지도 예상된다.
그러면 컬러로 할 수 있는 작업의 대표격인 컴퓨터그래픽에서 왜 컬러가 꼭 필요한 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컴퓨터 그림을 선호하는 이유
컴퓨터그래픽하면 우리는 먼저 삼성이나 금성의 TV광고를 떠올리게 된다. 화면에서 글자들이 날아다니고 로봇이 움직이는 화면을 보면서 저것이 어떻게 제작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컴퓨터그래픽에 대해 조금 이해가 있다면 그것이 모두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이처럼 컴퓨터를 일상생활에 이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그래픽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TV광고나 프로그램의 도입부에 나오는 시그널 화면 그리고 건축설계(CAD) 의상디자인 만화영화 등은 컴퓨터그래픽이 실생활에 쓰이는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의 일을 하기 위해 혼자서 공부하기는 벅찬 것이지만, 요즘에는 이렇게 복잡하고 전문적인 작업말고도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이나 회사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나와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붓이 아닌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우선 컴퓨터 그림은 정확하다. 컴퓨터의 화면은 정확하게 분할되어 있기 때문에 그 그림 또한 정확하다. 물론 컴퓨터 모니터는 점의 집합이기 때문에 때로는 곡선이 거칠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모니터의 해상도가 높아지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된다.
또 컴퓨터는 무한한 색상을 공급한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파랑과 빨강을 섞어 보라색을 만든다면 매번 똑같은 비율로 섞을 수가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는 색상을 저장하여 언제고 똑같은 색을 재현할 수 있다. 또 그 비율을 조정하여 그야말로 무한대의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사람들이 컴퓨터그림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강력한 수정기능을 들 수 있다. 직접 도화지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아차 실수할 경우 그 그림은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컴퓨터그래픽은 얼마든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
게다가 그림파일이 들어 있는 디스크만 잘 보관한다면 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하다. 절대로 소실되거나 퇴색되거나 좀이 슬거나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러한 컴퓨터그래픽이 흑백화면에서는 불가능할까. 그건 아니다. 흑백에서도 얼마든지 그림을 그릴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마치 4B연필로 그린 스케치 정도이지, 수채화가 될 수는 없으며, 실감도 나지 않는다. 따라서 컴퓨터그래픽에서 컬러는 필수다.
몽당연필과 색동그림글
전문가가 아닌 우리가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하여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상당히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컬러가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우리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나에게 맞을까. 지금부터는 그래픽 프로그램의 종류와 간단한 내용을 알아보자.
그래픽 프로그램을 크게 나누면 2차원용과 3차원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2차원 그래픽은 단순 그래픽을 처리하는 페인팅(painting software) 차팅(charting software) 애니메이션(animation software)으로 다시 나눌 수 있고, 3차원 그래픽은 CAD 등에 쓰이는 벡터개념의 소프트웨어와 타가보드(Targa board)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 분류하고 있다.
2차원 그래픽 가운데 페인팅 프로그램으로는 유명한 닥터 할로(Dr. Halo) 페인트브러시(Paintbrush) 이미지 72(Image 72) 등이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은 흑백에서도 운영이 가능한 간단한 프로그램들이다. 컬러시대로 접어들면서 컬러만을 지원하면서 보다 우수한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는데, 코렐드로 스플래시(Splash) 디자이너(Designer)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쯤해서 대강 짐작하겠지만, 지금까지 열거한 프로그램들은 모두 외국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한글을 사용하기 무척 힘든 데다 이 프로그램을 쓰노라면 은근히 자존심까지 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프로그램들이 외국제품에 비해 수준이 많이 뒤떨어지지만, 한글사용이 자유롭고 최근에는 기능도 많이 향상되었다. 우리가 우리 프로그램을 사용해 주어야만 멀지않아 세계적으로 성능을 인정받을 소프트웨어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나와 있는 국내 제작 프로그램으로는 몽당연필 하는 등 흑백전용의 공개소프트웨어와 색동그림글(셰어웨어) 한메그림그리기(한메소프트) 하나그림(금성소프트웨어) 그림 벗(삼성전자) 등 컬러사용이 가능한 제품들이 있다.
차팅프로그램은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보고서 논문 등을 작성할 때 자료를 알기쉽게 표현하기 위해 그래프를 넣어주는 프로그램이다. 회사원들이 결재를 올릴 때 문서만으로 작성한 경우에 비해 차트를 삽입할 경우 6배 정도로 결재시간이 빨라진다고 지적한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그림이 들어간 서류가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다. 유명한 차팅프로그램으로는 하버드그래픽(Harvard Graphics) 그래프매스터(Graphmaster) 등이 있다.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은 마치 영화와 같이 움직이는 화상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오토데스크 애니데이터(Autodesk Animator) 딜럭스 애니메이터(Deluxe Animator) 등이 대표적이다.
3차원 그래픽은 설계 엔지니어링 제도 디자인 등 캐드(CAD, Computer Aided Design)분야에 가장 널리 쓰이는데, 대표적인 캐드프로그램으로는 오토캐드(Auto CAD) 애리스캐드(Arris CAD) 오알캐드(ORCAD ) 버사캐드(Vesa CAD) 등이 있다.
이렇게 캐드프로그램으로 전체적인 3차원 형태를 만든 다음 이것에 색상이나 명암 등을 넣어주는 렌더링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렌더링 프로그램이다. 빅D(Big-D) 마크3D(Mark-3D ) 3D스류디오(3D-Studio) 등이 있으며, 여기서 컬러는 필수다. 타가보드용 프로그램은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홈컴퓨터의 정체
우리가 컬러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컴퓨터그래픽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윈도우즈로 대표되는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 환경이다.
윈도우즈란 마이크로소프트란 미국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컴퓨터를 보다 친숙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현재 우리가 컴퓨터를 켜면 'C : /'라는 글자와 함께 밑줄(커서) 하나만 껌뻑거리지만, 윈도우즈를 사용하면 화면 전체에 아이콘이라고 부르는 조그만 그림들이 여러개 나타나고 그 아이콘을 마우스로 찍어주기만 하면 바로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신문이나 잡지의 광고에서 주부와 학생들을 위한 '홈PC'에 대한 선전을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각종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마우스를 이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홈컴퓨터의 개념인데 바로 이 홈PC가 윈도우즈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GUI, 즉 그래픽환경에서 움직이도록 설계된 이런 프로그램은 컬러그래픽에다 높은 해상도를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이런 추세는 세계적인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90%가 윈도우즈용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윈도우즈를 쓸 줄 모르면 쓸만한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욱이 윈도우즈를 필요로 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요즘 나오는 프로그램들은 거의가 컬러사용자들을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흑백컴퓨터로는 프로그램이 가진 기능을 한껏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흑백컴퓨터는 6백40×4백의 해상도밖에 표현하지 못하지만 컬러의 경우는 최대 1천24×7백68의 해상도까지 나타내기 때문에 훨씬 부드러운 화면에 많은 양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또 흑백에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색깔의 화면구성이 컬러에서는 가능하므로 프로그램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생각이 지금 한참 개발중인 멀티미디어에까지 미치면 컬러가 아무리 비싸도 꼭 사야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멀티미디어란 컴퓨터에 TV나 VTR 오디오 등을 연결하여 영상과 음향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화면에 비디오테이프로 돌리는 '영웅본색'이 TV와 같은 색상으로 나오면서 음향은 오디오기기에 연결하여 듣는 형태가 된다. 만약 이때 컴퓨터가 흑백이라면 흑백 TV를 보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으니(아마 흑백에서는 작동하지도 않겠지만) 얼마나 답답할까.
장기적 안목으로 생각하라
이젠 우리들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컬러화는 대세라는 것, 그리고 컴퓨터의 보다 많은 가능성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컬러가 필수라는 점이다(물론 그 가능성 중에는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컬러모니터만 있으면 컴퓨터의 컬러화가 가능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우선 컬러화를 위해서는 컬러모니터와 컬러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또 컬러그래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성능이 높아져야 한다. 컬러를 처리하려면 아무래도 고속과 대용량의 처리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흑백으로 쓰던 컴퓨터에 모니터와 그래픽카드만 바꿔 컬러로 행세하면 엄청나게 느려진 속도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또 그래픽환경에는 필수적인 마우스란 장비가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하얀 생쥐처럼 생긴 조그만 장비로, 키보드의 화살표 키로는 커서를 상하좌우밖에 움직일 수 없는 것에 비하여 마우스를 사용하면 어느 방향으로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윈도우즈 같은 프로그램에서 마우스는 필수다. 컬러프린터나 스캐너(사진 등을 읽어들이는 장치)가 있으면 출력도 컬러로 뽑아볼 수 있으므로 금상첨화다.
마지막으로 PC를 구입하거나 컬러시스템으로 교체할 때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다. 컴퓨터의 세계는 그야말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은 먼 미래의 이야기같이 들리는 멀티미디어도 2, 3년내에 초보적인 형태의 제품은 실용화될 것이다. 독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