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생 때 집 안에서 강아지를 키우게 됐는데, 행동이 너무 사람이랑 비슷한 거예요. 어릴 때 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동물이 원래 우리랑 비슷한건지, 아니면 집 안에서 키워서 그런건지 궁금해졌죠.”
이상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는 어린시절 품었던 질문의 답을 여전히 찾고 있다. 우리와 함께 도시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태를 알아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특히 서울대 캠퍼스에서 까치의 개체수를 분석해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찾고 있다.
4월 30일 서울대 캠퍼스의 한 까치 둥지 아래서 그와 만났다.
그는 1998년부터 매년 서울대 안에 있는 까치의 번식 생태를 연구하고 있다. 번식 생태는 자연에서 생명체가 자손을 낳고, 키우고, 독립시킬 때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이날도 이 교수와 피오트르 야브원스키 서울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서울대 캠퍼스 안의 어린 까치 조사에 나섰다. 연구는 1년 동안 꾸준히 까치를 관찰해 둥지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평소에 까치가 둥지 재료를 들고 어디로 날아가는지 확인해 둥지 지도를 만든다.
연구팀은 까치 산란기 전후 크레인을 타고 나무 위로 올라간다. 까치가 둥지에 낳은 알의 수와 부화한 새끼의 수, 발육상태 등을 확인하고, 혈액과 미생물 등 시료를 채취한다. 활동영역을 알기 위해 인식표도 붙인다. 매년 쌓인 데이터를 분석하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까치의 번식 생태를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최근 까치의 ‘이소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한다. 이소는 어린 새가 성장해 둥지를 떠나는 행동이다. 그는 “매년 까치가 낳는 알의 수는 6.3개 수준으로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이소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어린 까치의 생존율이 낮아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유는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보인다. 도시화로 어린 까치의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해가 갈수록 까치의 활동 범위는 늘었지만, 빠른 도시화를 막기엔 부족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도 까치가 살아남기 어렵게 한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겨울이 따뜻하면 생존율이 높았지만, 그 이후로는 겨울이 따뜻해도 생존율이 낮아졌다”며 “봄철 급격한 기온차이가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해 이상기후의 발생 일수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처럼 생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국내에 많지 않다.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그는 생태학 연구만이 갖는 매력이 자신의 연구를 이끄는 동력이라고 말한다.
“생태학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은 교감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까치와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왠지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동물과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 이 기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제작지원을 받았습니다.